여름의 끝자락을 장식한 페스티벌
9월 중순, 한낮의 햇살은 여전히 뜨겁지만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계절. 걷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늦여름에 즐기는 페스티벌이란 웬만해서는 실망하기 어려운 것이다. 지난주에 다녀온 2025 사운드플래닛 페스티벌이 바로 그랬다. 여름의 끝자락을 완벽하게 장식한 피날레였다.
젊음을 끝내주게 만끽해야겠다는 생각에 올해는 락 페스티벌에 꼭 가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올여름이 예상보다 지나치게 무더웠던 탓에, 한여름에 열린 페스티벌은 건강을 위해 죄다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사운드플래닛 페스티벌 덕분에 올해 투두리스트를 무사히 이룰 수 있었다.
9월 14일 일요일. 페스티벌로 향하는 길에서부터 신이 났다. 공연장이 인천공항에서 도보 30분,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해있어서, 나와 친구는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까지 이동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습관처럼 들뜨기 시작했다. 캐리어와 카트를 끌고 오가는 여행객들을 보며 나도 여행을 떠나온 것 같았다. 축제 공식 SNS에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환상적인 음악 세계로 떠나는 꿈 같은 하루” 라고 소개하던데, 공항은 일상에서 벗어나 비일상으로 향하는 완벽한 진입로였다.
페스티벌이 열린 파라다이스시티 호텔도 마찬가지였다. 5성급의 넓고 쾌적한 호텔도 기분을 한층 돋웠다. 여행의 필수 요소와도 같은 공항과 호텔을 거쳐 들어가는 축제라니, ‘사운드플래닛’이라는 페스티벌 콘셉트가 충실히 구현된 행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체력을 고려해 오후 느지막이 도착한 우리는 송소희의 무대부터 감상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듣는 ‘Not a dream’은 아름답고 벅찼다. 단단한 에너지가 느껴지면서도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자연을 닮아 있었다. 너그러운 늦여름의 날씨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무대였다.
햇빛을 피해 들어간 실내 무대에서는 밴드 트랜스픽션이 공연하고 있었다. 빅뱅, 김연아와 함께 부른 곡이라는 소개로 시작된 노래는, 한국 사람이라면 절대 모를 수 없는 곡이었다. 전주가 흐를 때까지는 가볍게 리듬을 타다가, 익숙한 멜로디와 함께 “오 대한민국 승리의 함성”이라는 가사가 나오자 곧장 뛰어오를 수밖에 없었다. 어두운 실내와 화려한 조명 속에서 월드컵 응원가를 라이브로 들으니 흥이 잔뜩 올랐다. 여러 스테이지가 나뉘어 있던 덕분에 야외에서는 산들바람 같은 무대를, 실내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콘서트 같은 무대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었다.
크림새우와 소떡소떡으로 배를 채운 뒤 넬의 무대를 감상했다. 사실 이 페스티벌을 보러 온 가장 큰 이유도 넬이었다. 넬을 좋아하는 친구를 꼬드겨 함께 페스티벌을 즐길 생각이었다. 예전에도 이 친구와 함께 넬의 공연을 몇 번 관람했었는데, 이번 페스티벌에서 특히 넬의 매력을 알게 된 느낌이었다. 서울보다 훨씬 웅장한 사운드 덕분에 곡이 지닌 매력이 더 생생하게 다가왔기 때문일까.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진동이 곧장 몸을 타고 가슴을 세차게 울렸던 것이 기억난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놀이공원이 아니라 서울 밖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 데려오면 되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한 시간 동안 이어진 넬의 공연에서 매력적인 곡을 여러 개 발견했는데, 그중 ‘Wanderer’ 라는 곡이 특히 귀를 사로잡았다. 덕분에 일주일동안 내 음악 플레이리스트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
해가 지고 난 후에는 WOODZ의 무대가 시작됐다. 우즈는 그야말로 축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아티스트였다. 이전에 알고 있던 곡이라고는 ‘Drowning’과 환승연애 OST 뿐이었는데, 그가 무대에서 선보인 모든 곡을 신나게 즐길 정도였으니 말이다. ‘Hijack’과 ‘방아쇠’처럼 록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들은 단숨에 몸을 들썩이게 만들었고, ‘Multiply’나 ‘와이키키’와 같이 부드러운 곡들은 시원한 바람과 공연장 옆을 날아가는 비행기의 풍경과 어우러져 감미로운 기분을 선사했다. 마지막으로 ‘Drowning’까지,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특유의 톡 쏘는 목소리로 선보인 보컬과 랩, 능숙하게 호응을 이끌어내는 무대 매너가 합쳐진 완벽한 공연이었다. 이번 페스티벌의 가장 큰 수확을 꼽으라면, 우즈의 진가를 제대로 알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노래방에 가면 꼭 부르는 체리필터의 ‘오리 날다’와 ‘낭만고양이’까지 라이브로 들으며 페스티벌 관람을 마쳤다.
이번 2025 사운드플래닛 페스티벌은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행사였다. 화려한 라인업의 아티스트들이 선보인 무대는 물론, 관람객을 세심하게 배려한 서비스까지 더해져 페스티벌의 재미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모든 페스티벌이 이렇게만 진행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치 여행을 끝내고 돌아갈 때처럼 즐거움과 아쉬움이 섞인 여운이 길게 남았다. 올해를 시작으로 사운드플래닛 페스티벌이 지속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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