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는 정성이 필요하다.
"집, 사람, 나무 그림을 그려오세요. 심리검사 아닙니다."
2024년, 8월 말이었다. 숙제가 주어졌다.
크레이머 미술치료학교 미술반 1학기 첫 수업 시작 전에 주어진 숙제였다.
2025년 1월 25일. 크레이머 미술치료학교 미술반 1학기 수업이 끝났다.
선생님께서는 마지막 시간에 1학기 수업이 시작되기 전 과제로 제출하였던 그림을 꺼내 보여주셨다.
자신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라는 의미였다.
이 그림을 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나 참... 정성 들여 그렸었구나. 이 미술반 수업을 임하는 나의 마음이 이랬었구나.
한 학기 동안 나에게 참 정성을 들였었구나.
행복에는 정성이 필요하다.
자신이 바라는 대로 행복하고 충실한 삶을 꾸려나갈 때에는 두 가지 동기에 의해 자극을 받는다. 둘 중에 비교적 보편적인 동기는 부족한 면을 메우고자 하는 '미완' 또는 '미흡의 동기다. 반면 좀 더 바람직한 또 다른 동기는 발전을 향한 '성장'의 동기다.
나는 '성장'의 동기가 강한 사람이다.
교습소를 하고 계시는 형님에게
"형님, 저 아동미술교습소가 하고 싶어요."
"아니, 그런 꿈의 직업을 두고 무슨 소리야!~ 나는 우리 딸내미도 교사를 시키고 싶고만!"
교사라는 직업은 참 위험한 직업이다. 자칫 방심하다간 돌처럼 굳어져 버린다. 생명력을 잃고 나처럼 방황하게 된다. 맨날 똑같은 수업방식에 똑같은 내용을 6번씩, 10번씩, 몇 년씩 하다 보면 수업의 의미, 교사라는 직업의 의미와 가치까지 잃게 된다.
그러던 중에 만난 크레이머 미술치료 학교 미술반 수업은 나에게 '성장'의 동기로 다시 한번 힘을 내어 교사로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었다.
나에게 그렇게 정성을 들였었다.
학교 공사 때문에 여름방학이 길었던 터라, 얼마 전에 졸업식을 하였다.
졸업을 며칠 앞두고 편지를 써오는 아이도 있었고, 졸업식날에 편지를 써 온 아이도 있었다.
그 편지의 내용 속엔 나의 수업내용이, 내가 한 말이 구체적으로 쓰여 있었다.
'선생님, 그 말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그 수업이 참 좋았었어요.'
무뚝뚝한 남학생들도 거친 글씨체로
'미술시간에는 2시간이 금방 지나갔어요. 미술을 싫어했지만 그래도 하게 되었어요.'
교직 생활 8년 만에 미술 수업에 대한 내용이 들어간 편지는 처음 받아보았다.
크레이머 미술치료학교 미술반 선생님께서 해주신 수업, 해주신 말씀이 내 마음에 와닿았고.
그 수업, 그 말씀이 아이들의 마음에 가 닿았나 보다.
나에게 들인 정성이 그렇게 아이들에게도 흘러 들어갔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