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방학

by 민하

방학을 했다.

방학을 하고 긴긴 설 연휴를 보내고 건강검진을 하고 가끔 학교에 나가 처리되지 않은 업무를 보고 하니 벌써 방학이 3주나 지났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지질 않는다.

5시에 일어난다. 그래도 나를 재촉하지 않고 마음이 여유롭다. 아이들이 느닷없이 일찍 일어나지 않는 한, 7시까지는 책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을 재촉하느라 소리를 지르지도 않는다.

방학 동안 읽으려고 벽돌책을 두권이나 구비해 놓았는데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한없이 늘어진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늘어지고 싶은가 보다. 책이 읽히질 않는다.

명상을 시작했다.

이 여유로움과 풍요로움에 감사하다.

아침 5시 반에 출근하는 남편은 방학이 있는 내가 마냥 부러운가 보다.


새로운 학교로 발령이 났다. 시내 8년 만기를 다 채워 시골로 나가야 했다. 집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학교다.

당장 우리 애들 등원이 문제다. 어린이집은 7시 반에 문을 여는데 7시 반에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발해도 지각을 할 것 같다. 큰애는 일어나는 시간이 들쑥날쑥해 챙겨서 아침 일찍 나설 자신이 없다. 방법은 3가지이다.

등원도우미를 쓸지, 어떻게든 애들을 7시 반 이전에 어린이집에 맡길 것인지, 시어머니께 부탁드릴 것인지...

시어머니께 부탁을 드리는 건 마지막 대안이다. 다른 지역에 살고 계셔서 어머니, 아버님이 우리 집에 오셔서 같이 살아야 한다.

먼저 등원도우미를 알아보았다. 그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 될 것 같은데 모르는 사람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한 달에 나갈 돈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불편해 잠도 오질 않았다.

아이들이랑 매일 아침 실랑이 하며 지각할 걱정을 하며 눈도 뜨지 않은 애들을 어린이집에 7시 20분에 맡길려니 그것 또한 맘이 불편하다.

이젠 대안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남편의 허락을 구해 시어머니께 부탁을 드렸다.

"당연히 내가 봐줘야지!" 예상했었지만 이제야 맘이 편하다.

다른 사람과 상의를 해보지도 않았다. 누구는 시어머니는 절대 안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남편도 이런 저런 걱정에 계속 한숨만 쉰다. 그러나 내 맘이 편한대로 따르고자 한다.

우선 3월 한 달만 부탁을 드려본다. 그 뒤엔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겠다.

이번 해는 부지런히 명상, 정신수양, 마음수련을 해야 할 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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