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人生

급한 물에 떠내려가다 닿은 곳에 싹 틔우는 땅버들 씨앗처럼

by 민하

결국 이사를 했다.

발령 난 이곳에 최소 2~3년을 있어야 하는데, 시어머니가 우리 집에 계시면서 2~3년 동안 아이들을 봐주실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이들을 7시 20분에 어린이집에 맡기면서 1시간씩 출퇴근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안 하던 운전을 매일 왕복 2시간씩 하려니 몸도 축났다. 남편의 출퇴근시간이 20분가량 길어지지만 그래도 괜찮으니 발령 난 학교 근처로 이사를 하자고 하였다. 아이들에게 엄마 학교 근처로 이사를 가면 어떻겠냐고 물어보았다. 엄마 학교 근처로 어린이집도 옮겨야 한다고 하니 큰 아이는 이사 가는 건 좋지만 어린이집 옮기는 건 싫다고 하였다. 그래도 엄마 학교 바로 옆 어린이집이고 아침에 엄마랑 같이 나가면 된다고 하니 큰 아이는 "그럼 내가 성현이 데리고 엄마 학교 끝날 때까지 엄마 학교 앞에서 기다리면 되겠네!" 하며 이사를 받아들였다.

그래서 결국 이사를 했다.

나로선 최선의 선택이었다.

이젠 나이가 들어서 인지, 타 지역으로의 발령이어서 인지, 적응하기가 참 힘들었다.

이사를 하고 나서 왕복 2시간씩 다니던 출퇴근 길이 10분, 15분으로 단축이 되니 몸도 적응이 되는 듯했다. 나도 3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생활이 좀 안정이 되어간다.

문제는 아이들이었다.

어린이집을 옮긴 후, 둘째 아이의 담임은 매일 전화를 주시며 아이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다. 잘 적응하고 있는 듯했다. 그런데 예민한 기질로 어렸을 적부터 신경이 많이 쓰였던 큰 아이의 담임은 전화가 없었다.

'잘 지내고 있겠지?... 7살이라 전화가 없나?... 내가 먼저 해볼까?... 유별난 엄마로 보이려나?...'

꾹 참고 일주일 정도를 기다려보다 결국 내가 먼저 전화를 해보았다. 특별한 얘기는 없었다. 선생님한테서 무덤덤한 느낌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큰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나 어린이집 가기 싫어. 예전 어린이집 가고 싶어... 거기로 다시 이사 가고 싶어..."

"왜 그래? 좋아하는 친구가 없어?"

아이는 아무 말이 없었다.

어르고 달래서 어린이집에 태워다 주는데 어린이집에 거의 다 와서

"선생님은 칭찬을 안 해주셔.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다 칭찬을 안 해주셔. 장미반 선생님은 칭찬 많이 해주셨었는데, 모든 아이들 다."

'그렇구나... 아이가 인정받고 싶은데, 인정을 못 받고 있구나... 그래서 속상하고 어린이집을 가기 싫어했구나... 선생님은 너무 무덤덤한 성격인 것 같은데...'

'어떻게 하지?'

그동안 선생님한테 마음이 걸렸던 일들이 하나둘 계속 끄집어 나왔다.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학교에 오자마자 다른 어린이집을 알아보았다. 남편한테도 이야기해보고 다른 선생님들께도 상의를 해보았다. 형님에게 전화해서 상의해 보고 언니에게도 물어보았다.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어떻게 하면...

나 때문에 이사 와서 아이가 적응을 힘들어하고 또 열이나 먹지도 못하고 일주일을 앓아 누었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이 담임선생님이 문제일까?...

담임 선생님을 바꿔야 할까? 어린이집을 바꿔야 할까?...

남편은 우리가 환경을 바꿔줘야 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적응해야 하는 문제라고 딱 잘라 말했다.


"나 때문에 이사를 왔는데, 애가 힘들어하는데! 저렇게 아파 누워있는데!!! 어떻게 아이더러 적응하라고 해! 어떻게!!!"


속이 문드러졌다.


왜 책에서 답을 구해보지 않고 이리저리 들쑤셔 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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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물에 떠내려가다 닿은 곳에 싹 틔우는 땅버들 씨앗, 그렇게 시작해 보거라'라는 고은 시인의 시처럼 살아야 합니다. 땅버들 씨앗도 자기가 닿으면 좋을 장소가 있었을 겁니다. 양지바르고, 촉촉한 땅 위에 닿고 싶었겠죠. 하지만 바람에 흔들리고 물살에 떠밀려 미처 다 가지 못하고 나뭇가지가 마구 엉켜 있는 바위틈에 툭 하고 닿아버린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땅버들 씨앗이 원하던 곳으로 다시 갈 수 있습니까? 아니지요. 땅버들 씨앗은 묵묵히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릴 겁니다.
우리도 그렇게 시작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주일 동안 앓던 아이가 이제 어린이집에 갈 수 있겠다고 한다. 아이가 아픈 모습을 보면서 아이가 적응해야 한다고 했던 남편도 어린이집을 바꿔보라고 권한다.

"우리 어린이집 바꿔볼까? 엄마가 알아보니까 전에 다니던 곳 같은 숲 유치원이 있는데."

"아니 괜찮아 여기 계속 다닐래."

아이의 이 말 한마디에 안달복달하던 내 마음이 그제야 진정이 됐다.

어미가 이렇게 안달복달하고 있는 와중에도 아이는 그렇게도 묵묵히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다 큰 나도 적응하는데 3개월이나 걸렸는데도 아이는 왜 기다려주질 못하고 그렇게 안달복달했었을까?...

어미로서는 갈길이 아직도 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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