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쓰는 여행일기 (할슈타트와 뮌헨)
잘츠부르크 DAY 3 (할슈타트)
여행출발 전 국가와 도시 이동의 루트를 짜고 교통편을 예약하면서 두 가지를 예약하지 않은 채 출발했다.
하나는 할슈타트이고 다른 하나는 뮌헨에서 잘츠부르크로 돌마 오는 기차였다.
동유럽 여행안내서의 겉표지를 딱 차지하고 있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한 할슈타트이기에 꼭 가보고 싶은 데 가는 교통편이 기차 2번 환승에 호수를 건너는 배를 타야 하고 무엇보다 시간이 너무 걸렸다.
결국 합리적 선택(?)으로 돈을 쓰고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기로 하였다.
아침 8시 15분에 출발해서 5시간~6시간 정도 소요되는 왕복셔틀을 이용했다.
영국인 부부, 싱가포르 연인, 우리 가족 4명과 운전 겸 가이드인 맥스 할아버지(?)까지 9명이 일정을 같이했다.
전날밤 눈이 꽤 내려서 산길 운전이 걱정되었지만 맥스가이드는 능숙하게 운전하면서 가는 내내 주변에 대한 안내를 쉬지 않았다.
영어가이드였기에 들리는 것만 대충 알아들으며 호응하고 사진 찍는 척하거나 자는척했다.
모차르트 어머니의 고향이자 누나가 결혼생활을 했던 장크트길겐을 지나고 중간에 포토스폿에서 사진도 찍고 1시간여를 달려 할슈타트에 도착했다.
원래 2시간 반정도 자유시간이지만 그날 눈 때문에 스카이워크에 올라가는 일행이 없어 1시간 45분 정도 자유시간을 주었다.
마을로 내려가자마자 보이는 그림 같은 풍경과 투명하게 맑은 호수와 호수 건너 보이는 눈 뎦힌 산의 모습이 비현실적이었다.
잘츠+ 부르크가 독일어로 소금+마을 이고 할(겔트어)+슈타트도 소금+마을이라고 한다.
이름처럼 기원전부터 암염을 채굴해 왔고 소금광산이 유명한데 짧은 시간 들리는 여행자는 갈 수없었다.
자연에 숨은 보석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마을에서 눈과 마음을 정화하고 돌아오는 길에도 오스트리아의 알프스라고 불린다는 곳에서 잠깐 사진도 찍고 풍경을 감상하고 눈에 담고 마음으로 기억하며 자연 앞에 인간은 참 작은 존재임을 다시 느꼈다.
돌아가는 코스가 달랐는지 올 때는 보지 못했던 소규모 자연 스키장을 많이 보았다.
슬로프의 경사가 급하지 않아 주로 어린이들이 스키를 배우고 있는 곳이 진짜 많았다.
인공눈이 아니라 자연눈으로 배우는 스키라니.;;
크로스컨트리를 하는 어른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스키를 배우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고 배워놓고도 해마다 스키장을 가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그곳의 아이들은 마치 자전거를 배우는 느낌으로 스키를 배우겠구나 싶었다.
다시 잘츠부르크로 돌아와 아시아마트에서 라면을 사서 숙소로 돌아와 따뜻하고 매콤한 국물로 몸을 녹였다.
작은애는 다음 날 있는 바이에른 뮌헨과 셀틱의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알아보며 숙소에서 쉬고 나머지 세 사람은 바퀴가 빠져버린 여행캐리어를 살까 하고 잘츠부르크에서 가장 큰 쇼핑몰이라는 유로파크에 갔다. 내가 사려는 건 30인치 사이즈의 큰 가방인데 그만한 크기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여행길에 만난 사람들 중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큰 여행가방을 가지고 다니는 것 같다.(특히 여성)
아마도 여행지에서도 옷차림에 신경 쓰는 성향 탓이 아닐까?
간편하게 입고 여행에 집중하는 실용성보다는 사진 찍고 자기만족과 더불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성향...!
나도 이번 여행길에 최대한 옷을 줄여서 가져갔는데도 추운 날씨 탓에 입은 옷만 계속 입게 되어 입지 않은 옷은 결국 필요 없는 짐이 되었다.
버스로 30분이나 걸려서 갔지만 결국 마땅한 게 없어 허탕만 치고 돌아와 중앙역 근처의 일본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스시와 롤을 1인당 정해진 식사금액으로 무제한 먹는 곳인데 앉아서 태블릿으로 주문하면 테이블로 가져다준다.
쌀에 굶주린 우리가 마구 주문을 하자 옆테이블의 오스트리아 남녀가 계속 쳐다보았다. 너무 대놓고 보아서 왜 보냐고 묻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렇게 많이 먹는걸 처음 본 건가??
결과적으로 여행기간 내내 우리가 먹은 식사비중 최다지출이었다. 한국에서였다면 맛있다고 할 수 없는 맛이었지만 그곳에서는 맛집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비싸니까 본전은 먹어야지...
다음날 당일치기 뮌헨여행이 있기에 피곤하지만 기대를 안고 또 하루를 정리했다.
DAY 4 (독일 뮌헨)
프라하에서 독일 드레스덴을 갈 것인지 잘츠부르크에서 뮌헨을 다녀올 것인지를 두고 고심하다가 선택한 여행지이다.
뮌헨을 다녀오기로 일정을 짠 후에 챔피언스리그 일정이 나왔는데 우리가 가는 날에 뮌헨에서 경기가 있으니 이건 지나칠 수가 없었다.
해외 축구에 진심인 둘째는 혼자서 오롯이 즐기기를 원해서 결국 좌석은 1대 3으로 나누어 예약했다.(티켓값은 누가 내는데..... 별나다)
8시 기차를 타고 9시 40분에 뮌헨 중앙역에 내렸다.
오전에는 시내투어를 하고 오후는 각자 알아서 하고 저녁 9시 경기이기에 7시쯤 이동하기로 했다.
뮌헨에서 2시간 반 투어를 예약했다.
모든 것이 아는 만큼 보인다고 가이드의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이 많이 도움이 되었지만 돌아와서 생각하니 뮌헨에서의 동선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스스로 찾아가서 보는 여행과의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뮌헨의 역사와 BMW의 블루와 흰색으로 이루어진 무늬가 바이에른 왕국의 비텔스바흐 가문의 문양에서 따온 거라든가 히틀러와 관련한 이야기 등 많이 배웠다.
외곽의 님펜부르크궁전을 가지 않는다면 시내는 도보로 둘러보기에 충분했다.
뉘른베르크에서 먹었던 학센에 약간의 실망을 했었는데 가이드가 추천해 준 식당에서는 맛있게 먹었다.
세계 최대의 맥주축제가 열리는 곳!
자동차의 도시!
그리고 은근한 예술의 도시 뮌헨투어는 짧게 마치고 알 테 피나코텍으로 향했다.
알테피나코텍은 르네상스 시대위주의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이라고 한다. 근대 작품을 전시하는 노이에피나코텍이 리모델링 중이라 그곳의 작품들이 다수 알테피나코텍에서 전시 중이라니 놓칠 수 없었다.
특히 고흐의 해바라기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삐끗이 올 때가 되었다.
피나코텍이라 쓰여있기에 무조건 티켓을 샀는데 이건 르네상스와 고흐작품이 있을 분위기가 아니다.
앤디워홀의 작품과 뭔가 모던한 작품이 많다 했더니 그곳은 모던 피나코텍이었다.
졸지에 세기를 아우르는 미술 애호가가 되어 황급히 길 건너 알테피나코텍으로 향했다.
이미 그곳에서 질린 큰 아이는 다시 시내로 가고 작은애와 열심히 작품을 감상했다.
축구에 진심인 둘째는 마음이 급해 혼자서 먼저 축구장으로 가고 남은 세 사람은 한 시간 후쯤 출발했다.
뮌헨의 바람이 너무 차가워서 허허벌판에 있다는 알리안츠 아레나와 저녁 9 시 경기라는 게 두렵게 느껴졌다.
경기장으로 가는 지하철에서부터 맥주를 마시고 노래를 부르는 팬들을 보며 기대반 걱정반인 마음으로 경기장에 도착했다.
빨간 경기장의 조명에 마음을 빼앗긴 것도 잠시 차가운 칼바람에 몸이 움츠러들어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경기가 빨리 끝나기만을 바랬다.ㅠ
나름 축구를 즐겨보는 데다 경기장의 열기에 엔도르핀이 돌만도 한데 추위가 모든 걸 이겨버렸다. 야무지게 껴입고 양말도 두 켤레나 신었지만 소용없고 뼛속까지 춥다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실감했다.
그러나 리그경기도 아닌 챔스경기인지라 팬들의 응원과 스코틀랜드 셀틱을 응원하는 팬들의 노래와 함성은 열정적이다 못해 영혼까지 바친다는 느낌이었다.
경기가 연장으로 갈뻔한 위기를 가까스로 뮌헨의 득점으로 마무리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너무 추워서 빨리 가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경기가 끝난 뒤 그 많은 사람이 지하철역으로 몰려가고 추운 날씨에도 맥주를 계속 마신 사람들을 위해 길가에는 맥주통만 한 오줌통들이 군데군데 놓여있는 게 재미있었다.
지하철역 안에서도 셀틱팬들은 응원가를 부르며 발을 구르고 뮌헨의 팬들은 승자의 미소를 띠며 점잖은 독일인으로 돌아온 모습들이었다.
현지 응원문화를 즐기는 둘째와 추위와 인파가 주는 스트레스로 기분이 다운된 첫째의 감정이 상반된 채 뮌헨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음날 새벽 1시 반 기차를 뮌헨 OST역에서 타고 새벽 3시가 넘어 잘츠부르크로 다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