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쓰는 여행일기(잘츠부르크에서 비엔나 1)
잘츠부르크를 떠나 비엔나로 가는 날이다.
새벽에야 뮌헨에서 돌아온지라 체크아웃시간을 12시로 늦추었다.
오후 2시 7분 기차라서 아쉬운 마음에 짐을 역에 보관하고 빠르게 근처라도 돌아볼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전날 뮌헨에서 돌아올 때부터 삐딱하던 큰아이의 기분이 풀리지 않아서 나도 슬쩍 짜증이 났다.
괜히 같이 있다가 서로 더 기분이 상할 거 같았다.
"너 가볼 데 보고 1시 반까지 역으로 와"
"어~. 근데 내 지갑이 어제 입은 옷에 있겠지?
짐에 넣었는지 없어"
"니 짐은 네가 정리했으니 모르지"
"있겠지 뭐"
이러고 휭 역광장을 지나가버렸다.
남은 시간도 애매해서 미라벨정원에 빠르게 다녀오려고 버스 티켓을 뽑고 보니 뭔가 싸했다.
여행기간 내내 방한템과 패션템을 겸한 애착 목도리가 없는 게 아닌가?
체크아웃시간을 늦추었지만 아침에 빨래도 한번 더 돌리고 가져오고 하느라 12시 1분 전에야 체크아웃을 하면서 좀 서두른탓에 두고 나온 것 같았다.
숙소에 전화연결이 안 되어 메시지를 보내려던 순간
숙소로부터 먼저 메시지가 왔다.
아들이 짐에 넣은 것 같다던 바로 그 지갑을 숙소에 두고 왔다는 것이었다.
참나..
이런 부실한 녀석 같으니라고..
다행히 역에서 숙소가 500미터 정도 거리라 빠르게 돌아가서 지갑을 받고 두고 온 거 같은 내 목도리도 이야기했더니 다시 룸체크를 해서 찾을 수 있었다.
혼자 삐딱해있는 큰 아이를 어떻게 혼내줄까에 세 명이 의기투합을 해서 그날 저녁 짐을 풀 때까지 지갑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
큰아들의 반응을 상상하고 놀래 줄 일에 모두 갑자기 즐거워졌다.
어딘가를 둘러보기에는 시간이 없어 역으로 갔더니 큰아이가 먼저 와 있었다.
지갑이 없어서 못 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먼저 가방을 열어서 확인해 본다는 게 아닌가?
"가방에 없으면 어쩔 건데?"
"숙소에 가봐야지. 아직 시간 있으니까"
이건 예상에 없던 전개였다.
결국 허무하게 지갑을 돌려주고 그 덕분에 큰아이도 멋쩍게 웃으며 삐딱함을 풀고 옆구리 찔러 사과를 받았다.
잘츠부르크에서 4박을 했지만 할슈타트와 뮌헨에 다녀오느라 제대로 즐기지 못한 거 같아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놓고 온 물건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과 친절한 숙소의 미카엘라 덕분에 잘츠부르크의 기억은 따뜻함으로 가득하다.
언젠가 다시 잘츠부르크를 가게 된다면 VILLA ELISA에 묵고 싶다.
세계 어느 곳에서 온 여행자가 어딘지 모를 곳으로 떠났는데 빠르고 친절하게 연락을 주고 나는 때마침 바로 메시지를 볼 수 있었으니 여행 중 최고의 행운이라 생각한다.
다시 기차를 타고 2시간 반을 달려 WIEN에 도착했다.
음악은 모르지만 비엔나가 음악의 도시라는 이유만으로도 기대되고 한때 유럽 최고의 강국이었던 오스트리아 헝가리제국과 합스부르크 왕가의 화려한 자취가 남아 있는 곳!
호텔로 가는 택시 안에서 바라본 비엔나의 첫인상은 깔끔하고 세련되었다는 느낌이었다.
프라하가 가라앉은 멋짐이라면 비엔나는 좀 더 가볍고 세련되어 보였다.
호텔 체크인을 하고 야경이 멋지다는 오페라극장 쪽으로 나가보았다.
오페라극장과 이어지는 중심거리인 카르트너 거리를 조금 배회하다가 다음날을 위해 숙소로 돌아왔다.
15박 17일의 일정 중에 3분의 2가 지나간다.
쫓기듯 여행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출발했지만 너무 느슨하면 또 가성비를 생각 안 할 수 없어서 돌아다니다 보니 뭉친 종아리가 좀처럼 풀리질 않는다.
이래서 여행은 체력이 있을 때 하라고 하는가 보다.
그러나 태어나 처음 와본 장소에서의 설렘은 피곤을 이기기에 또 내일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