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을바람 Jan 18. 2023

소설보다 소설가에 감탄한 이야기

홈 파이어와  밤은 노래한다

http://m.yes24.com/Goods/Detail/84928561

http://m.yes24.com/Goods/Detail/25929313

2년 전에야  김연수 작가를 알게 된 뒤 그의 소설작품을 몇 권 읽었다.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경험 덕분인지  작가와 코드가 맞는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작가의 글을 읽을 때마다 인상 깊었고 꼭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있었다.

'어쩜 이런 상황을 어떻게 글로 이렇게 묘사하고 표현할까?'

'글이 투명한 얼음과 같구나'

가정용 냉장고에서 얼린 반투명의 얼음이 아니라  아이스아메리카노에 담긴 얼음처럼 투명하고 오래도록 녹지 않는 차원이 다른 얼음말이다.

글이 감정을 빼고 차가운 듯 하지만 인간의 심리를 정말 잘 드러내고 금방  녹지 않는 얼음처럼 쉽게 잊히지 않는 문장으로 독자를 사로잡는 작가의 필력이 그저 좋아서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갈 때마다 꼭 찾게 된다.


이번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김연수작가와 카밀라샴지작가가 쓴 두 권의 소설을 읽으며 나는 궁금한 부분과  내가 명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이 나올 때마다 검색을 해보며 읽었다.


홈파이어를 읽으면서는 알쏭달쏭 헷갈리는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를 다시 알아보고 탈레반과 IS를 검색해 보고 유럽사회에 뿌리 깊은 우월주의를 생각해 보고 그리스로마 신화의(안티고네) 신화를 알게 되었다.

 영국에서' 나는  이곳의 국민이다'라고 생각하지만  그 생각이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 스스로 주입시켜 온 움츠린 생각의 믿음 속에 살아가는 이민자의 자녀들이 있다. 특히 아버지가 자하디스트였다가 사망했고  그 사실을 감출 수밖에 없는 그들은 영국 여권이 있으나  그들의 외모와 히잡 때문에 공항에서 출국이 불허될까 봐 긴장할 수밖에 없는 슬픈 경계인이다.

한쪽은  겉모습은 같지만 현재자신이 입고 있는 복장과 정신을 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영국사회의 주류인이 된 가족이 있다.

종교와 사회 문제, 인종문제와 정치문제를 근본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고 그런 문제와 개인의 삶이 어떻게 연관되어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실제  파키스탄 출신 여성작가의 작품이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50이 넘을 때까지 (민생단 사건)을 알지 못했다.

현재 우리 사회의 밑바닥에는 아직도 일제강점기시대로 부터 전해져 남아있는 어두운 뿌리가 단단히 남아  여러 부분에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학교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를 가장 중요하게 가르치고 근현대사는 쥐 파먹은 듯 이것저것 혼란하게 가르친다고 생각해 왔었다.

독립운동을 하러 건너가거나 먹고 살길을 찾아 건너가서 척박한 땅을 일구었던 한 시대를 상징하는 장소인 만주땅, 그곳의 용정, 연길에서 1932~1933년에 발생한 비극적인 민족의 사건이 (민생단 사건)이라고 한다.

밤은 노래한다 는 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민족주의와 공산주의의 갈등, 그 안에서 또 다른 가지로 만들어진 국제주의가 있다.

이런 비극적 사건을 이제 알게 되어 부끄러움을 느꼈고  그 근본원인이 우리의 가장 아픈 역사인 일제의 식민지로부터 시작된 것이니  또 한 번 아프게 다가왔다.


소설 읽기가 독자에게 가장 만만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렇다면 소설 쓰기는?

1월에 두 권의 소설을 읽으며 문득 하게 된 생각은  

'아무나 쓰지 못한다'이다.

밤은 노래 한다를읽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나는 작가가 얼마나 많은 취재를 하고 연구를 하고 구상을 해야 작품을 쓸 수 있을까 하고 감탄을 했다.

내가 20대일 때 베스트셀러 작가로 불린 어느 소설가가 있다.

술술 읽히고 여성중심적인 내용에 나도 그녀의 작품을 꽤 사서 읽고 오랜 시간 책장에 꽂아두었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소설은 그녀의 연애고백자전소설에 불과하게 생각되어  작가에게는 미안하지만 내 책장에서  빼버리고 말았다.


문장이 유려하여 빼어나거나

작가의 깊은 생각이 담겨 있거나

읽는 이의  감성에 와닿아 정서에 도움을 주거나 중에

어떤 글이 더 좋다고 할 수 있을까?

그건 정답이 없지만

지금은 작가의 오랜 노고가 느껴지고  독자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에 박수를 치고 싶다.

문학이 사회적 역할을 하고 영향을 줄 수 있음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작가가 일관되게 이러한 작품만을 쓰지는 않기에

그래서

소설 그 자체보다 이런 소설도 쓸 수 있는 소설가에 감탄한 독서이야기이다.


작가의 이전글 좋은 글을 읽는건 기쁘지 아니한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