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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바람 Feb 01. 2023

태릉 산책

  2월의 첫날

시원하고 상쾌한 겨울공기를 만끽하며 태릉을 산책했다.

아들아이가  삼육대 시험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시간여유도 있겠다 큰 선심을 쓰며 운전해서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들러보았다.

오전시간인 데다  겨울이라 그런지  산책하는 동안  아무도 마주치지 않고 그 넓은 자연을 오롯이  혼자 느끼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수령을 가늠할 수 없는 소나무들.

떨어진 솔잎을  쓸어 모은 빗자루질 흔적.

아무도 보러 온 이 없는 위풍당당하나 쓸쓸하게 보이는 문정왕후능(태릉).

오랜만에  쨍하니 빛나는 겨울햇살을 받으며 산책하는 소소한 기쁨이 어울려 마음이 일렁거렸다.


재작년엔가

혼자서   가볼 수 있는 조선왕릉을 답사하겠다고 마음먹은 적이 있었는데  흐지부지 되고 말았었다.

생각 없이 광릉 수목원 하던 그 광릉이  세조와 왕비의 능이라는 것도 그때서야 알았었는데....

조카를 죽이고서 왕위에 오른 죄책감으로 자신의 능을 치장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했던가...


태릉은 중종의 계비인 문정왕후의 능으로 어느 왕의 능보다도 규모가 크다고 한다.

어린 아들을 대신해 수렴청정을 했던 여장부이기도 하지만 조선왕비중 가장 나쁜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인기 드라마였던 (여인 천하)에서 누가 그 역할을 했었는지 가물가물하다.


수백 년 전의 사람들을 생각했다가

다시 현실 자각이다.

수백 년 전의 사람은 조용히  묻혀있는 이곳에

산책을 하든

봄이 되면  체험학습 온 아이들로 조금은 북적이든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공간이라는 특별함이 있어 좋다.


나는

산책을 하며

유치원생이던 아이와 함께 왔던 지난 시간을 떠올리고

그 아이가

약 한 달 뒤면 입대를 하고 아르바이트도 할 만큼 성장해 버린

현재를

잠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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