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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바람 Mar 14. 2023

훈련병이 된 아들

입대 +1

  어제 아들이 논산 훈련소로 입영을 했다.

549일의 복무를 마치고  2024년 9월에 전역을 할 예정이다.

전날밤  아들은 늦게까지 OTT를 보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가는 3시간 내내 차에서 잠을 잤다.

한편으로는 아무 생각 안 하고 내려갈 수 있어서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난 주말 머리를 깎으러 아빠와 함께 나갔던 아들이 미용실에서 보내온 사진을 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이제 다섯 밤, 네 밤, 세 밤 하며 남은 날들을 세면서 조금씩 울컥해지는 것을 애써 눌러왔는데 짧은 머리의 아들사진을 보니 눌러왔던 것이 나도 모르게 터져버린 거였다.


코로나로 입영환경도 바뀌어 별다른 행사 없이  아들만 바리케이드 안쪽으로 들어가야 했다.

너무 표시 나게 울면 아들아이의 마음이 더 아플까 봐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했지만 당부하는 목소리도 떨리고 눈치를 못 챙긴 눈물까지...

아들도 벌게진 눈을 애써 돌리며 엄마 한번 안고  체험학습 쓰고 같이 간 고등학생동생과 어색한 포옹하고 손 흔들며 들어갔다.

아빠는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버라이어티 한 감정을 표출하고 집에 오니 아들의 몸이 빠져나간 침대이불, 한쪽이 뒤집어진 잠옷 바지, 평소 사용하다가 놓고 간 책상 위 지갑, 볼펜들이 또 내 눈물을 불러냈다.

다정한 표현은 서툴러도 엄마를 많이 도와주던 아들이다.

매주 월요일 재활용수거일이면

"내가 나가면서 버릴게"

"저녁에 내가 할 테니 그냥 둬"

이 말이 엄청 따뜻한 말이라는 걸 어제야 다시 제대로 깨달았다.


아들은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위로차 전화한 동료에게 어제일을 이야기하며 울먹이는 나를 보니 며칠은 감정컨트롤이 어려울 거 같다.

어쩌면 아들아이 인생에서 가장 긴장하고 있을 지금 이 시간...

엄마의 마음이 가족의 마음이 닿아서 아이를 보호하고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지면 얼마나 좋을까?


p.s  금방 눈물흘리던 부모님들이  입영마트(훈련소 PX)에 장사진을 이루고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저도 그 안에 있었으니 상황을 알겠죠?^^(무덤덤한 남편덕에 들어가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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