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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바람 Apr 13. 2023

26층 살아요.

강제 집콕

아파트 26층에 삽니다

맨 꼭대기층이라서  거실 소파에 앉아  하늘의 구름도 보고  베란다 창으로 쟁반같이 둥근달도 볼 수 있습니다.

공기가 좋은 날 밤이면 도시의 반짝이는 조명 덕분에  내 집 베란다에서  루프탑 바의 흉내도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집 밖에 나갈 수가 없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사 오고 싶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김에 바깥공기를 쐬고 싶지만 문 밖을 나설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내일은 일을 하러 나가야 하는데 평소보다 일찍 나갈 생각입니다.

밖에 나가는 김에 볼 일을 한꺼번에 해치우려 합니다.

열흘 전부터 재난 대비 수준으로 생수며 아직은 여유 있는 세탁세제, 화장지등을 미리 택배주문해서 받아 놓았습니다.


21층에 사시는 아는 할머니가 걱정됩니다.

비 자발적 집콕 2 일차에  우울증이 올  거 같은데  할머니는 경로당도 못 가시고 긴 하루를 어찌 소일하시는지...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간 작은 아이의 귀가도 걱정입니다.

필요한 책만 가지고 다니고 가방무게를 줄이라고 했지만 시험공부하려면 책이 다 필요하다고 합니다.


작은아이를 아기띠로 안고 큰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데려와야 하는 어떤 아이 엄마는

 엘리베이터 17층을 눌렀던 거 같은데 얼마나 힘이 들지 안쓰럽습니다.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로 약 5주간 운행을 하지 않습니다.

강제 집콕은 사람을 우울하게 만듭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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