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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바람 May 09. 2023

이병 아들 엄마傳

입대 58일 차

아들이 입대한 지 오늘로 58일 차이다.

이병이 되어 후반기교육 수료 후 5월 4일에 배치받은 부대가 있는 울산으로 갔다.

지난 3일간의 휴일에 그동안 가장하고 싶은 일이었을 스마트폰을 마음껏 사용하며 수시로 카톡으로 상황을 이야기하고 목소리도 하루 한 번씩 들려주었다.

실질적으로는 오늘이 부대 첫날일 테니 하루 종일 잔뜩 긴장했을 아들의 하루가 궁금하다.

부대에서 집까지 최대 3시간 거리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보았지만 아마도 대기하고 환승하는 시간을 더하면 한참 더 걸릴 거리이다.


여자친구가 없는 아들이 가장 많이 연락하는 사람은 엄마인 나' 일 것이다.

군대 가기 전에도 사소한 거 하나하나 일러주고 챙겨주는 엄마인 나와 귀찮아하면서도 또 챙김을 받는 게 자연스러웠던 아들이다 보니

 "px에서 뭐 샀니?"

"저녁에 먹을 간식이랑 치약"


" 택배로 뭐 보내줄까?"

"영양제는 아직 있고 화장품은 여기로 직접 배송가능"


  " 무슨 반찬 나왔니?"

"그저 그래~ 뭐뭐뭐"


"선임이 누워있어도 괜찮다고 했니?"

"상병님이 부르더니 너무 누워 있지 말래" 등등


모든 것이 궁금하고 걱정되는 엄마에게 아들은 답해주고 어떤 거는 물어보며 카톡대화를 나누었다.



문득 이런 엄마의 질문들이 아들에겐 반갑고 생활에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어쨌든  적응하기는 아들의 몫이기에  모든 게 궁금하며 과도하게 염려증이 있는 엄마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는 하루를 보냈다.

군대라는 조직의 특성을 엄마인 내가 경험할 수 없기에 아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세세한 상황을 알기도 부대와 집의 물리적 거리만큼 멀 것이다.

아들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은 항상 같이 있음을 느끼도록 해주고 싶은 엄마의 안타까운 마음이 아들이 심리적으로 단단해지는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되지만 그럼에도 엄마의 짝사랑은 영원히 멈출 수 없는 것...

50대의 엄마를 사춘기 소녀처럼 시도 때도 없이 눈물 나게 만드는 이 시간에  아들과 나의 정서적 탯줄은 더욱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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