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를 주고 있던 집에 우리 가족이 10월에 이사를 가려고 한다. 9월 말이 계약만료인
임차인과는 몇 주 전 통화로 내용을 이야기하였다.
느긋하게 토요일오후를 보내고 있는데 임차인에게 전화가 왔다.
계약당사자는 부인인데 꼭 남편분이 전화를 하니 영 부담스럽다.
마음에 드는 집이 있어 계약을 하려 하는데 보증금의 10%를 미리 줄 수 있냐고 한다.
"네? 네...."
"다음 주 언제라도 주실 수 있다는 건가요?"
"가능하긴 한데 다음 주면 계약기간이 꽤 남은 상태고 하니
6월 말쯤 드리는 걸로..."
"그럼 저희는 가계약을 하는 걸로 하고 연락드리죠"
"네...."
어째 기분이 조금 찝찝해지며 내 좁은 속이
이건 쫌.... 아닌데? 한다.
'어라? 이건 의무사항은 아니고 통상 임차인의 편의를 위한 건데?'
아저씨의 당당한 요구에 살짝 쫄은 게 기분이 꿀꿀해진다.
세상 돌아가는 걸 모르는 나이와 경험도 아니기에 미리 10% 정도는 임차인의 새로운 계약금으로 돌려줘 왔고 당연한 일로 여겨왔는데 이건 좀 아니다 싶은 건
'말의 느낌' 느낌' 때문이다.
이럴 때 이런 사람도 있지.. 하며 넘어가면 나는 마음이 넓은 사람일터이지만 아직은 아니다.
몇 천만 원은 언제라도 출금할 수 있는 부자도 아니니 계산기까지 두드려본다.
계약을 하기 전에 미리 전화를 해야지 하며 전화를 걸었다.
따르릉....
"아까는 제가 미처 이런저런 계산을 맞춰보지 않고 말씀을 드렸는데 6월 말에 일부와 이사하시기 2개월 전에 나머지 입금해 드려야 할거 같네요"
" 미리 주셔야 저희도 맘에 드는 집을 계약하는데 그렇게 되면 저희는
계약을 못할 수도 있겠네요."
날카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니 내 마음도 뾰족해진다
"서로 편의를 위한 거라 보통은 2개월 전에 드리면 무리가 없으니 그렇게 해왔어요"
편의를 위해....
이런 경우는 내 편의가 아니니 은근히 갑질 마인드가 작용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말을 상냥하게 하지 못하는 사람이고 아주 가끔 오해도 받는다.
내가 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상냥함이 아니라 세상의 이치에 맞는 태도와 느낌이다.
무슨 고리타분한 꼰대마인드냐 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
유교 girl이었고 현재는 유교 아줌마니까.
첫 통화의 내용대로 끝나도 될 일을 내 잣대를 들이밀어
상대방에게도 좋은 기분을 주지 못했다.
그래서 또 어설픈 자기반성에 빠져본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있으니 그냥 넘어갔어야지...
꼭 그렇게 따져 보았어야 했던 거니?...
내가 맘그릇이 작은 사람이라는 걸 또 확인해서 내 기분도 날씨만큼 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