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다한 곳 유럽의 발코니
6- 네르하와 프리힐리아나
말라가를 떠나 그라나다로 가는 길에 네르하와 프리힐리아나 마을에 들러보기로 하였다.
블로그의 정보성글과 여행안내책의 도움을 받다 보니 그곳에서 소개한 곳은 빠트리면 안 될 거 같아 꾸역꾸역 코스에 넣었다. 더군다나 이름도 멋진' 유럽의 발코니' 라니!
그런데 여행에서 돌아와 흥분이 가라앉은 지금 생각해 보니
수많은 여행 블로그글들은 그들이 좋았던 곳과 좋은 포인트 위주로 쓰다 보니 온통 다 좋아 보일 수밖에 없고 여행 초보자는 그 정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여행이야기가 비슷비슷하게 돌고 돈다.
말라가에서 한 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곳...
날씨가 화창했다면 바다를 바라보는 느낌이 황홀 그 자체였을법한데 말라가에서부터 흐리던 날씨가 거센 바람으로 바뀌어 파도치는 거대한 바다를 마주하게 되었다.
유럽의 발코니라는 이름은 1884년 네르하일대에 발생한 큰 지진피해가 발생한 뒤 상황을 살피고자 방문한 당시국왕 알폰소 12세가 네르하 절벽의 아름다움에 감탄하여 '유럽의 발코니'라 부른 데서 비롯되었고 그 후 바다를 조망하기 좋도록
진짜 발코니와 같은 곳을 만들고 알폰소 국왕의 기념돔상도
세워놓았다.
거센 바닷바람을 맞으며 발도장을 꾹 찍고 카페조차 들르지 않았다.
나는 여행지에서 기념마그넷을 반드시 사곤 한다.
화장실이 급하다는 아들과 남편은 서둘러 차를 주차해 놓은 주차장으로 가고 혼자서 기념품가게에 들렀다가 잠깐 길을 잃고 말았다.
분명 이 길이다라는 확신으로 걸은 길에는 낯선 골목이 나오고 그때 내 휴대전화의 배터리가 없어 전화까지 꺼져버려 당황한 체로 왔다 갔다 하면서 의도치 않게 네르하의 골목길을 구경했더랬다.
그 와중에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방법을 떠올리며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는 K-아줌마.... 는 잠시 후 주차장을 스스로 찾게 되었다.
다시 차를 달려 스페인의 산토리니라고 불린다는 프리힐리아나로 갔다.
꼬불꼬불 도착한 하얀색의 마을은 생각보다 소박했고 그 수많은 블로그에서 보았던 멋진 골목을 나는 찾지(?) 못했다.
내가 보고 싶었던 건 하얀 집과 파란 문 그리고 집 앞과 계단에 정렬하듯 내놓은 꽃화분들이었는데.... 없었다.
마치 서울의 북촌 한옥마을이 관광객들의 소음과 사적공간침범이 거주민들에겐 골칫거리이듯이 이 마을 사람들도 관광객들에 지쳐서 일부러 썰렁하게 만들었나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해보았다.
마을의 카페나 기념품가게도 썰렁하고 관광객이 타는 깡통열차도 간간이 보이는 관광객들의 관심 밖이었다.
그리고 나도 약간은 텐션이 떨어진 상태가 내가 생각한 스폿을 찾으려는 의지를 상실한 상태였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마을에 있는 운동장이었다.
축구하기에 좋은 잔디운동장에서 우리로 말하면 유소년 클럽의 아이들이 레슨을 하고 있었다.
유치원에서 잘해봐야 초등 1~2학년정도의 아이들이 즐겁게 훈련을 하고 경기장 스탠드에서는 아이의 부모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코치는 끊임없이 아이들을 칭찬하는 듯했고 그 모든 모습이 행복하고 예뻐서 우리도 한참을 구경했다.
크지 않은 마을에서도 그런 좋은 환경의 축구클럽이 운영되고 있으니 스페인 축구리그인 라리가가 세계 최고 수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그곳의 꼬마 중 한 명이 훗날 훌륭한 축구 선수가 될 수도...^^
조금 빗방울이 떨어지고 오후가 저물어 식당에 들어갔다.
스페인에서 만난 폴란드 식당.
낯선 음식들이었지만 생각보다 맛있게 먹었고 양도 많았다.
날씨가 화창했으면 더 아름다웠을 네르하
그러나 이름만으로도 설렜던 유럽의 발코니에서 지중해를 바라본다는 것 자체가 좋았고
블로그 따라 찾아간 프리힐리아나에서는 기대했던 풍경은
아니었지만 축구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목소리가 기억에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