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나다의 플라멩코와 알함브라 1

7- 플라멩고

by 가을바람

# 스페인 여행에서 돌아온 지 3개월이 더 지나서 쓰는 여행기입니다. 막 여행을 마친뒤의 넘치는 감동과 더불어 여행의 기억도 사그라들고 있어 부랴부랴 적어봅니다.


해가 진 뒤 도착해서인지 렌터카 반납장소가 시내가 아니어서 인지 그라나다의 첫인상은 예상외로 썰렁하게 느껴졌다.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택시 기사님이 숙소의 반대편 골목에 내려주는 바람에 골목을 거슬러 호텔로 가는데 수십 미터 정도 되는 골목이 타파스 골목어어서 저녁을 즐기는 현지인과 외국인들의 왁자한 소리에 비로소 스페인 여행의 성지에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그라나다 특유의 아라베스크 한 조명가게들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지긍까지의 스페인과는 다른 신비한 느낌을 주었다.

세비야에서 시간이 맞지 않아 보지 못한 플라멩고 공연을 보기로 하고 숙소 체크인만 하고 나가보았다.

우리가 온 반대편으로 나가보니 바로 구시가지 중심이고 누에바 광장을 지나 가까운 동굴식 공연장에 가보니 다행히 예약 없이 입장이 가능하다 하였다.

다음 공연을 위해 잠시 정비하는 시간에 플라멩고 무용수인듯한 여성이 나와 담배를 피우며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세비야광장에서 본 무용수나 내가 생각하는 무용수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르게 흐트러진 머리모양의 무용수는 피곤해 보였다.


예전에 TV에서 꽃할아버지들이 갔던 극장식의 공연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작은 공연장은 4명으로 이루어진 가수와 무용수들로 무대가 조금 좁게 느껴졌지만 그들의 작은 숨소리까지 느낄 정도이고 타블라오에 부딪히는 발소리의 리듬과 손가락을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날것의 느낌으로 마음에 울림을 주었다.

미루어 짐작한 것처럼 담배를 피우던 피곤한 무용수는 공연의 메인 댄서였고 피곤함을 이긴 직업의식(?)으로 능숙하게 공연을 펼쳤다.

여성무용수와 남성무용수 개인 공연과 듀엣무대, 나이가 지긋한 남성가수의 노래, 연주자로 구성된 플라멩고 공연은 열정과 집시특유의 恨을 표출해 내며 간단한 음료로 제공받은 샹그리아와 더불어 나를 취하게 만들었다.



남편은 세비야광장에서 본 플라멩코 공연의 남성 가수의 목소리가 더 가슴을 울린다 했지만 나는 여느 여성 무용수처럼 정갈하게 빗질하지 않고 약간은 흐트러진 머리로 몸짓과 더불어 절대 감정을 담은 표정, 자신의 무대가 아닐 때조차 OLE 하는 추임새에도 恨의 목소리를 내던 여성 무용수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얼마 전 (텐트 밖은 유럽) 스페인 편에서 플라멩고 공연을 보던 배우가 눈물을 흘리는 걸 보았다.

어떤 포인트에서 그의 눈물샘을 자극했는지 모르지만 넓고 화려한 공연장에서 펼치는 틀에 맞춰진 공연예술과는 다르게 화려한 조명이나 무대장치 없이 오로지 원초적인 몸짓과 恨의 목소리만으로 이루어진 날 것의 공연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을 거슬러 수백 년 전 집시들의 몸짓과 목소리를 빌려와 우리 가슴속의 이름 모를 슬픔이 살아오기 때문이 아닐까?

나도 여행의 설렘과 자유로움의 밑바닥에 깔린 알수없는 슬픔을 느끼는 시간을 뒤로하고 밤의 그라나다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