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어보았습니다.

책과 나 4- 그래.. 그랬지.

by 가을바람

아들아이가 사놓고 사투리 때문에 잘 읽히지 않는다며 두고 간 책이다. (아마도 사투리는 2차 문제였으리라는 게 읽고 난 후 아들을 잘 아는 엄마의 결론이다)

제목만 보고

'뭐야?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인기에 편승한 제목인가?'라는 섣부른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짜임이 좋아 잘 읽혔다.

작가가 궁금해 검색해 보니 이미 여러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빨치산의 딸)이라는 자전적 소설은 금서였다가 풀리기도 했으며 (아버지의 해방일지) 또한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었다. 그리고 이미 베스트셀러..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께서 연 평산책방(저자와의 대화)의 첫 번째 초대작가라니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고 개인적인 호감도도 상승했다.

소설은 빨치산이었고 지하조직 재건을 위해 위장자수한 과거를 지닌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장례를 치르는 동안 빨치산의 딸인 화자가 아버지를 조문하러 오는 다양한 인물과 자신의 추억을 통해 아버지의 삶을 되돌아보는 내용이다.

이야기 내내 아버지 주변의 다양한 인물을 통해 우리의 고되었던 현대사가 실타래 풀리듯 연결되고 딸이자 작가이자 화자는 슬픔에 몸부림치는 상주로서가 아니라 한 걸음 물러난 체 한 인간으로서의 아버지 삶을 객관화해 본다.

그리고 마지막에 아버지의 삶이 깃든 곳마다 유골을 뿌리며

아버지는 세상으로부터 해방되었다.


해방은 사전적 의미로는 구속이나 억압, 부담 따위에서 벗어남이라고 한다.

아버지는 20대 때 몇 년의 빨치산 생활로 사회의 주류에서 벗어났으며 어떤 혈육으로부터는 집안을 망하게 했다는 원망을 들으며 단절된 채로 고향 구례에서 평생을 보냈다.

딸은 빨치산의 딸이기에 사회주의자이며 전직 혁명가인 부모로부터만 받을 수 있는 경험과 스스로의 깨달음으로 시니컬한 인텔리가 되었다.

그런데 그 아버지의 장례식에는 좌파, 우파는 물론 아버지에게 도움을 받은 민중도 조문을 오니 죽어서야 알 수 있는 아버지의 삶은 생각보다 조화롭고 따뜻했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내 마음도 뭉클해지고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왜 (아버지의 해방일지) 일까?

아버지는 초고등교육을 받은 지식인이 문자로 배운 사회주의자가 아니라 사람의 삶을 나이지게 하려는 뜻을 지닌 순수한 사회주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남의 어려움에 앞장서고 이해하며

"오죽하면 그렀겠어"

이 한 마디로 자신의 중심을 지켜나갔다.

그러므로 아버지의 내면은 거리낄 거 없이 자유로웠다.

죽음에 이르러서야 해방된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부대끼며 살아온 삶자체가 '해방 일지'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버지라는 조사를 사용했으니 해방일지의 주체는 당연히 아버지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해방의 주체는 딸인 화자라고 생각된다.

'빨치산의 딸'

이라는 어깨의 짐이 장례식 내내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통해

아버지를 되돌아보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자신과 아버지를 연결시키며

'아버지의 딸'

로 비로소 해방되었기 때문이다.


이름 없는 혁명가로 살다 간 아버지를 통해 우리 사회의 지난 모습과 현재를 알고 아버지의 존재를 생각하게 하는 따뜻한 울림이 있는 소설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해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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