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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과 임영웅
그녀들의 팬심&
by
가을바람
Apr 10. 2023
그녀 B를
내가 알게 되었을 때 이미 그녀는 조용필의 팬이었다.
대학 1년 후배인 그녀를 알게 된 지도 37년째이니 아마 그녀의 팬심은 더 오래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학생이었을 때 노래방은 물론 없었고 기타를 칠 줄 아는 남학생에게 호감도상승 점수가 주어질 때이니 MT나 술자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하나의 유흥이었었다.
그녀 B는 내성적인 성격이었는데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는지 노래를 부르는걸 마다하지 않았고 항상 조용필의 노래를 불렀다.
그 후로도 그녀는 현재까지 조용필의 골수팬으로 팬클럽 활동을 꾸준히 하며 모르긴 몰라도 그녀 생활에 많은 지분을 차지하였을 것이다.
조용필의 노래 '친구'의 가사처럼 슬픔도 기쁨도 함께 하면서 말이다.
그녀 C는 나의 엄마이다.
엄마는 임영웅의 팬이다.
임영웅은 2020년 미스터 트롯 1에서 우승한 뒤로 많은 시간을 엄마가 즐겁게 시간을 보내도록 해준 고마운 사람이다.
물론 그전에 어르신들이 즐겨보는 아침마당의 한 코너에서 5주 우승을 달성할 때부터 엄마는 팬이었다고 한다.
미스터 트롯 결승전 생방 때는 엄마께서 직접 나에게 문자투표를 독려하셔서 나도
임영웅의
번호를 눌렀었다.
더군다나 임영웅이 결선곡으로 선택한 노래가 아빠의 애창곡이셨던 '배신자' 여서 우리 엄마는 더욱 임영웅을 좋아하게 되었고
나도 임영웅이 부른 '배신자'를 찾아들으며 눈물로 아빠를 추억했었다.
그 뒤로 엄마의 YouTube 시청시간은 임영웅의 노래를 찾아 듣느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핸드폰요금제를 바꿔드려야만 했었다.
나는 조용필의 공연을 두 번 본 적이 있다.
물론 그녀 B의 권유를 받아서였지만 팬이 아니어도 우리 세대에게 조용필의 노래는 오래 사귄 친구와 같다.
나이가 들수록 가사의 깊이와 의미가 와닿아 공감하지 않을 수 없고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음색은 인생의 쓴맛을 경험해 본 중년이 되니 더 마음에 여운을 남긴다.
아마도 공연을 본 게 10년은 넘었지 싶다.
한 번은 잠실 주 경기장에서 보았고 한 번은 엄마를 모시고 의정부 종합운동장에서 보았다.
열성적인 팬들의 함성과 떼창에 둘러싸여 나 만의 방식으로 공연을 즐겼지만 그 감동과 여운은 오래갔었다.
이미자와 나훈아에 익숙했던 엄마도 그날 공연에서 들은 조용필의 노랫소리가 오랫동안 귀에 맴돌았다고 하셨다.
학창 시절 이문세의 노래를 좋아했던 나는 '조용필 오빠'를 좋아하는 게 왠지 촌스럽게 생각되기도 했었는데 그 '오빠'는 10년 전 60살이 넘은 나이에도 '바운스'와 같은 세련된 음악을 불렀다.
그리고 그 노래는 ' 조용필 오빠'가 왜
가왕이라
불려야 하는지를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오는 5월 서울올림픽 주 경기장에서 조용필 데뷔 55주년 기념공연이 열린다는 소식에 어쩌면 나에게는 그의 공연을 볼 수 있는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오빠 부대의 일원이 아니니 공연을 보러 다른 도시까지 달려가지는 않을 것이며 이왕이면 스타디움 공연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어김없이 그녀 B에게서 공연안내 카톡이 왔다.
74세의
솔로가수가 수만 명(좌석수는 유동적)의 팬덤과
더불어 내 나이와 비슷한 세월 동안 불러온 노래들을 부르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전율이
느껴진다
.
그녀 B처럼 10대의 여학생이 50대가 되어서도 변치 않는 팬심을 가질 수 있는 가수.
나처럼 팬은 아니어도 누구와도 비교불가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가수.
조용필의 공연에 조용히 다녀와야겠다.
지난주 토요일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경기에서 임영웅이 시축을 한다는 소식에 무려 4만 5천 명의 관중이 모였다 한다.
코로나 이후 스포츠관중 최대와 더불어 2018년 시작된 K리그 관중집계 후 최대라는 기사를 보았다.
그 관중의 반 이상이 임영웅을 보기 위해 모인 팬이라고 한다.
쿠팡플레이에서 보여준 하프타임공연은 마치 임영웅의 콘서트를 방불케 했다.
태어나서 처음 축구장에 온 중장년의 여성팬들이 열광하는 모습에 어리둥절한 젊은 축구팬의 모습이 상대적이어서 재미있었다.
임영웅은 겸손하고 반듯한 이미지가 호감을 불러온다.
물론 노래실력까지 나무랄 데 없으니 더할 나위 없다.
중년부터 나의 엄마처럼 노년의 여성들에게는 잘나고 곰살 맞은 아들과 같은 이미지 또는 젊은 시절의 이상형에 가까운 이미지에 가까워 인기가 있다고 생각된다.
밝은 대낮의 운동장에서 팬심을 마음껏 표출하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았다. 축구화를 신고 공연하고 그곳이 경기장이기에 임영웅이 주인공이 되지 않도록 주의한 팬클럽의 센스도 임영웅이 가진 이미지와 어긋남이 없었다.
조용필의 팬들은
그
와항께 나이 들어 10대에서 50대, 60대가 되었기에 그는 과거완료형이자 현재진행형이며 미래진행형일 것이다.
임영웅의 팬들은 아마도
현재진행형이
아닐까 싶다.
그도 미래형이 가능하길 바란다.
나에게 조용필의 노래는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가 아니라
삶을 이야기하는 다이제스트북이다.
조용필의 스타디움 공연은 해가 진 뒤 무대의 화려한 조명과 더불어 관중석은 살짝 어둡기에 음주는 가능하나 가무에 불능한 나도 팬들과
섞여
노래 부를 5월의 한밤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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