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과 지우개

by YUNSTUDIO
연필을 깎는 것, 지우개질을 하는 것


나는 가끔 연필이나 색연필을 칼로 직접 깎을 때,

깔끔하게 지우개질을 할 때,

머리가 비워지고 멍을 때리게 된다.

그러다가 나의 초등학교 시절, 그때의 엄마가 생각난다.


아홉 살, 열 살 까지는 심이 얇은 샤프를 쓰기엔 어려서 항상 연필을 몇 자루씩 가지고 다녔다.

심이 닳아지면 항상 엄마가 깎아줬다.

엄마는 연필을 참 잘 깎았다.

심이 부러지지 않고 적당한 길이에 깔끔한 모양을 했다.

너무 뾰족하지도 않고 두껍지도 않은 심의 모양.

나도 엄마처럼 연필을 예쁘고 깔끔하게 깎고 싶었다.


수학 문제 푸는 숙제가 있을 때 엄마가 옆에서 봐준 적이 있다.

계산이나 답이 틀릴 때는 지우개로 지웠다가 다시 계산을 했는데,

엄마가 한 손은 노트를 잡고 한 손으론 틀린 수식을 꼼꼼하게 지워줬다.

연필이 눌린 자국은 남았지만 까만 흔적은 깔끔하게 지워졌다.

그때 당시에도 엄마의 지우개질을 보며

어떻게 저렇게 깔끔하게 지울 수 있지,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이제 나도 칼로 연필을 가지런히 만족스럽게 깎을 수 있다.

지저분하지 않게 깔끔한 지우개질을 할 수 있다.

그래도 연필을 깎다 보면, 지우개질을 하다 보면 어린 시절 엄마가 깎은 연필과 지우개질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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