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통장
초등학교 때 저축운동(?) 같은 게 있어서 강제는 아니었지만 독려해서 저금을 하게 했다.
어느 지정한 날에 학교에 통장과 돈을 가져가면 일괄적으로 내 계좌에 넣어주는 것이었다.
나는 계좌 개념도 잘 없었고 통장을 펼쳐볼 생각도 안 했다.
그 돈이 내 이름의 계좌에 쌓인다는 생각도 안 해봤고.
매달 통장을 들고 학교에 간 적도 드물다.
왜냐하면 우리 집은 저축할 정도의 돈도 없이 빠듯해서.
그런데 통장에 돈을 넣은 만큼 적힌다는 걸 아는 애는 자기는 얼마 있다, 하면서 말했었다.
자랑하는 투는 아니었지만 돈에 대한 개념이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에 돈이 쌓이고,
이만큼이나 있다는 걸 자각하는 애였던 거지.
어렴풋이 내 기억에 자기는 십오만 원이 있다고 말하던걸, 주워들은 적이 있다.
나는 초기에 통장 개설할 때 말고는 돈을 넣은 적이 없는 듯했다. 아마도 오천 원 정도에서 끝났겠지.
천 원, 오천 원이 급했던 그 시절에 거의 반강제로 낼 수밖에 없었던 그 오천 원이 얼마나 씁쓸했을까.
그 이후에 더 저축하지 못하고 오천 원에서 그친 잔고가 얼마나 마음 아팠을까.
2003년에 보호자인 엄마 이름으로 개설된 나의 첫 번째 은행 계좌는, 2015년에 내 손으로 해지했다.
얼마 없는 거래내역을 보고 마음이 아프다.
쓸모도 없어진 이 통장을 그냥 버려버릴까 하다가 다시 서랍에 넣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