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by YUNSTUDIO
의자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그냥 막연하게 의자는 낮고, 책상은 높게 맞춰서 사용했다. 책상이 낮으면 필기할 때나 이래저래 허리가 불편했고, 책상이 높으면 무엇보다 엎드리기에 수월해서 좋았다. 대학 시절에는 책상과 의자가 붙어있는 최악의 책걸상을 경험했다. 그 책걸상을 개발한 사람을 욕하는 것도 여럿 봤다.


몇 년 전에 개봉한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 주인공 우진의 직업은 가구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우진은 이수와 어쩔 수 없는 이별을 하고, 이별 후에 이수의 집으로 선물을 보낸다. 바로 의자였다. 택배를 풀고 멍 때리는 이수 대신 의자에 앉아보던 이수 언니는 나는 이 의자가 영 불편하다고 이리저리 몸을 틀어보더니 울먹이는 이수를 보며 그게 바로 동생에게만 딱 맞는 의자였음을 알고 위로한다. 꽤나 슬픈 장면인데, 나는 이 감정선보다는 '이수에게만 맞는 의자'라는 것이 이제 와서 인상 깊은 장면으로 떠오른다.




나이가 들며(?) 생각하게 되는 것이고, 또 카페를 좋아하다 보니 많은 의자에 앉아보면서 생각하게 되었는데, 의자라는 게 참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신체구조와 체형 등이 다르기 때문에 편하다고 느끼는 부분도 천차만별이다. 그렇기에 나에게 맞는 의자 찾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의 의자들은 엉덩이를 의자 안쪽에 딱 맞게 해서 앉으면 발뒤꿈치가 땅에서 떨어진다. 그리고 무릎 아래 다리와 발의 무게 때문에 다리가 축 처지게 되고, 그것 때문에 허벅지가 눌려서 오랜 시간이 지나면 허벅지가 저리기까지 한다. 그래서 항상 허벅지와 무릎이 의자에 눌리지 않게끔 의자 다리나 책상에 발을 올려놓을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 발을 올려놓을 수 없다면 낮은 의자나, 테이블과 비율이 잘 맞는 게 좋다.


그리고 나는 소파보단 의자를 좋아하는 편이다. 누울 거면 아예 드러눕는 게 좋지 침대도 아닌데 반쯤 눕는 자세를 취하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 내 허벅지 길이에 비해 앉는 부분이 길면 등받이에 딱 맞게 기댈 수 없게 된다. 그런 점이 불편하다. 나에게 있어 의자는 쉼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작업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음식을 먹는 등의 '행동'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수업들을 때 선생님들이 잔소리처럼 하셨던, "엉덩이는 의자 제일 안쪽에, 허리는 펴고" 자세를 할 수 있는 의자가 좋다.


아직 나의 '인생 의자'를 찾지 못했다. 오랜 시간 앉아있는 직업을 갖고 있고, 오랜 시간 앉아있는 걸 좋아하는데도 인생 최고 의자에 앉아보지 못했다. 나의 소박한 꿈 하나가 추가되었다. 내 인생 의자 찾기. 그 의자에서 많은 일들을 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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