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계획을 짜 보자
곧 있을 퇴사를 기념해(?) 친구와 일본 여행을 가기로 했다. 패키지여행을 가본 적 없는 우리는 이번에도 자유여행을 선택했고 계획을 짜기로 했다. 제대로 된 여행 계획을 짜 본 적 없는 난 한 번쯤은 완벽한 계획을 짜 보자 싶어서 엑셀을 켰다.
사실 우린 계획형 인간이 아닌 즉흥적인 인간들이라 이전에 함께 여행했을 때도 계획 따윈 짜지 않았었다. 무계획 치고 알차게 다녀온 적도 있었지만 제대로 안 알아보고 가는 바람에 이상한 경험을 한적도 있었기에 이번엔 분단위까진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알아보고 가기로 합의하게 되었다. 만약 내가 살았던 도쿄로 갔다면 엑셀까지 키진 않았겠지만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도시로 가게 되어 나 또한 헛되이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비장하게 엑셀 창을 띄워놓고 가보고 싶은 장소, 음식점 등을 기록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한 번도 엑셀로 계획을 짜 본 적 없는 사람의 계획표는 계획표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명 혹은 가게명만 늘어놓은 목록표에 불과했다. 괜한 짓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깔끔한 계획을 세워 친구에게 당당하게 발표를 하는 상상을 하며 쓸데없는 오기가 생겨났다.
사실 지금 현재도 목록표 상태에서 머물러 있지만 아직 여행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천천히 다듬어보고자 한다. 이러다 또 그냥 갈지도... 오랜만의 여행이 헛되지 않게 안 하던 짓이지만 최대한 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