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론병과 살아가기 40
오지 않을 것 같던 그날이 이제 내일이다. 나도 수능 세대라 수능 시험 보던 전 날에 잠 못 들던 기억, 수능 시험장에 들어갈 때의 긴장감들이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민지는 의외로 지금은 덤덤하다. 가장 초조해하고 불안해하던 것은 여름방학 직후. 1학기 성적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게 나온 이후로 약간의 번 아웃이 온 듯했었다. 여름방학 때 워낙 덥기도 했었고 체력이 많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원래 계획하던 공부량을 채우지 못했다는 불안감에 여름방학 직후 개학 하고서 많이 힘들어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정심을 되찾고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수시 원서 접수도 마무리하고, 이제 수능시험과 면접을 앞두고 있다.
참 힘들었던 중학교 3학년, 힘든 몸을 이끌고 그래도 공부해 보겠다고 했던 고등학교 1학년, 레미케이드를 시작하면서 살도 찌고 변 상태도 많이 좋아지면서 체력이 좀 좋아졌던 고등학교 2학년 (하지만 공부 스트레스는 가장 심했던.) 절대 올 것 같지 않았고 오지 않았으면 했던 고등학교 3학년의 종착지가 이제 머지않았다. 민지는 중학교 때부터 한결같은 꿈을 가지고 있다. (꿈은 비공개^^) 쉽지 않은 꿈이라 중학교 때는 정말 할 수 있을까 하고 의문을 가지고 시작했고 중학교 졸업하면서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면서 본격적으로 꿈을 꾸기 시작했고, 고등학교 입학해서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실천했다. 그 과정을 다 옆에서 보았기에 이 종착점에서 엄마의 마음은 뭉클해진다.
수능시험 준비물도 어쩜 그리 꼼꼼하게 싸는지... 내 딸이지만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수능 도시락도 3-4차례 시뮬레이션 해 보면서 반찬에 밥양까지 꼼꼼하게 체크하며 준비했고 2주 전부터는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밥 먹는 연습도 했다. 수능 당일에 시험장까지는 아빠가 태워 주기로 했고 나는 집에서 잘 다녀와 인사하기로 했다. 편지 쓰기 금지 (수능생 엄마들 금기 사항), 아이 앞에서 감성적이 되지 않기 (사실 혼자 있을 때는 가끔 울컥울컥 눈물이 나기도 한다.) 수능 최저 등급을 맞춰야 하는 민지는 어느 과목을 너무 못 보면 어쩌지?라고 걱정 할 때 떨지 말고 평소에 모의고사 보듯이 하자라고 하며 마음을 안정시켜 주고 있다.
수능 전날인 오늘 어제 보다는 덜 떨린다며 잠들기 위해서는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고 스트레칭하는 아이. 일찍 잠들 때 다리 마사지 해 주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줘야겠다. 내일은 수능기도 다니는 절에서 수능 시간표 대로 기도를 할 예정이다. 엄마의 기도가 아이에게 마음의 편안함을 줄 수 있길 바라며. 잘해 왔으니 너는 꼭 잘 될 것이야!! 마지막까지 아프지 말고 하던 대로 파이팅 하자! 수고 많았고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