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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윤 Aug 08. 2017

한 여름밤의 꿈

낮에는

태양이 뜨겁게 내렸다.


그것은 잔인하게

몇몇 살아있는 것들을 흔적도 없이

지워내고야 말았다.


밤에는

빗물이 조용히 내렸다.


후덥지근하고 무거운 밤의 열기로 끈적하게 뒤덮힌 도시를 빗물로 적셔지게 했다.


사람들은 그렇게 낮과 밤을

참아내고 있었고,


나는

한낮의 뜨거운 햇살을 반기며

열매를 내어다 말렸다.


열매 알알이 보송보송해지자

 다음에는

낮과 밤을 참아내야 했던 마음을

그리움으로 흠뻑 젖었던 마음을

탈탈 털어 뜨거운 햇살에 내어다 말렸다.


열매처럼 보송보송하게

다 말려지지는 않을 것을 알았다.


나는 한밤의 바람을 반가이 맞이해

미소를 바람에 머금고

적당히 말려진

열매와 그리움에 젖었던 마음을

함께 걷어 들였다.


열매와 그리움은

모두 좋은 냄새가 났다.


이토록 잔인하게 뜨거운 계절이

그리워질 즈음에는

단내를 한껏 풍기는

열매를 입안에 머금고

하얗게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했다.


또하나 더해진 한여름밤의 꿈 일런지도 모르겠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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