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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윤 Mar 31. 2019

봄꽃


검은 밤 아래 핀 허연 꽃이

눈부시게 허옇게 빛나서

그 허연 빛 아래에서

사람의 언어로 쓰인

사람의 마음을 읽었다.


그 끝이 충돌과 파국일지라도,

존재는 끌어당긴다고 했다.


검은 밤이 삼킬 줄 알면서도

끝내 허연 꽃을 피우고 마는 것처럼

삼켜져도 좋으니 부서져도 좋으니

그날처럼 내게로 와주어라.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비가 올 거라고 했다.

그 바람에 그 비에

허연 여린 꽃잎들은

제 몸을 검은 밤에게 아낌없이

다 내어주고 말 것이다.


그렇게 검은 밤을 견뎌내고

그 바람에 그 비에

나무에서 떨어져 나동그라져도

원망하는 법이 없다.

:

[그날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서

어쩌면 가난한 사랑에

생을 걸고 목숨을 걸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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