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밤 아래 핀 허연 꽃이
눈부시게 허옇게 빛나서
그 허연 빛 아래에서
사람의 언어로 쓰인
사람의 마음을 읽었다.
그 끝이 충돌과 파국일지라도,
존재는 끌어당긴다고 했다.
검은 밤이 삼킬 줄 알면서도
끝내 허연 꽃을 피우고 마는 것처럼
삼켜져도 좋으니 부서져도 좋으니
그날처럼 내게로 와주어라.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비가 올 거라고 했다.
그 바람에 그 비에
허연 여린 꽃잎들은
제 몸을 검은 밤에게 아낌없이
다 내어주고 말 것이다.
그렇게 검은 밤을 견뎌내고
그 바람에 그 비에
나무에서 떨어져 나동그라져도
원망하는 법이 없다.
:
[그날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서
어쩌면 가난한 사랑에
생을 걸고 목숨을 걸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