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돌아가신 아버지는 종종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강한 사람들은 원하는 것은 거의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아무리 강한 사람일지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는 없다고]
나는 그렇게 강하지는 않다.
그렇게 강하지 않은 나는
그 말들을 다 이해하기도 전에
너무 일찍 나의 두 번째 세상이었던
아버지를 잃었다.
그래서
그렇게 강하지 않은 나는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없었다.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는 없었어도
무엇이든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내가
아무것도 해놓은 것이 없다고 푸념처럼
말했을 때 그렇지 않다고
너는 완벽하다고 해주었던 너의 그 말은
내 삶에 대한 위로의 대가처럼 느껴져
순간 가슴이 가벼워졌었다.
그런 네가 나를 바라봐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날들이 내게도 있었는데
지금
나는
나의 세 번째 세상이었던 너를 잃어버렸다.
아버지도 너도 내 곁에 없는 걸 보니
나는 그렇게 강하지는 않은 사람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