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후기_베를린
[Andy Warhol: Velvet Rage and Beauty 2024.06.09 - 10.06 @ Neue Nationalgalerie]
지금 베를린은 앤디 워홀에 관한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내가 알기로는 그에 관한 전시가 이번 해에만 두 군데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하나는 Neue Nationalgalerie이고 또 다른 하나는 Fotografiska Berlin이다.
그중에서 Neue Nationalgalerie을 얼마 전에 방문하였다.
이번 전시와도 관련해 전시장 앞에서 개최한 강연도 듣고 싶었기에 보통이라면 미술관에 방문하기에는 느지막한 시간에 찾아갔다. 이 날은 마침 무료관람일이라 사람들로 북적일 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여유롭게 작품감상하고 이 후의 강연도 들으면서 앤디워홀의 작품에 관해 여러 가지로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번 앤디 워홀전시가 특별한 이유는 여태까지 앤디 워홀의 작품성 중에 '퀴어'라는 테마에 처음으로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항상 이 부분은 별책부록처럼 다뤄져 왔는데 이렇게 중심이 된 전시는 세계 처음이라고 한다.
흔히 앤디 워홀의 작품 하면 떠오르는 마돈나나 캠밸의 수프캔 등 상업적인 이미지를 활용한 실크스크린일 텐데 이를 통해 개체의 획일화를 초래한 대량생산, 매스미디어, 소비 위주가 된 시장을 비판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테마가 테마인 만큼 앤디 워홀의 개인적인 고민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고 조금이라도 작품과 그 시대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을 한다면 흔히 알려진 작품에 대한 관점이 좀 더 깊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이번 전시에서 보여준 '게이미술'과 그 시도들은 처음에는 선과 여백을 통해 자기 자신과 타인 (특히 남성과 게이) 사이에 거리를 두면서 관찰하는 듯하였다. 그러다가 골드 북(a Gold Book)을 시작으로 토르소와 같은 시리즈처럼 적나란 사진이 점점 전시장 벽면을 도배하기 시작했고 사진과 실크스크린의 결합과 강렬한 색면을 통해 과격하게 표현함으로써 사회에 '왜, 안돼?'라는 질문을 던졌다.
전시장 안에 있는 수많은 인물 사진들은 항상 아름다운 것과 밝은 면만 보여주는 획일화된 매스컴의 이미지와는 달리 사회 곳곳에는 다양한 정체성이 모여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아마도 앤디 워홀의 작업실인 팩토리(Factory)에서 찍은 것이겠지? 앤디 워홀은 이곳에서 작품을 대량생산하듯 찍어내었지만 여러 아티스트가 모여 서로의 '다름'을 교류하는 장소로 그의 작업실을 활용하였고 앤디 워홀한테는 퀴어성에 대해 관찰하고 고찰할 수 있는 시간이었을 것 같다. 이러한 순간순간을 전시장에서 많은 수의 사진과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감상을 덧붙이자면 각자의 '다름'과 정체성이 사라져 가는 안타까움에서 탄생하게 된 앤디 워홀의 작품들은 사실 인간에 대한 고찰에서 비롯된 것 같다. 이번 전시에서 서브컬처에 대한 그의 관심과 '퀴어성'과 함께 이 부분을 전달하고 싶지 않았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