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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iz Roque: Estufa 2024. 07. 06 - 10. 24_@KW Berlin, Berlin]
처음 전시장에 들어가면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아날로그 TV에 재생되는 비디오 작품이다. 이 굉장히 에로틱하고 페티시적인 영상 분위기가 이번 전시의 전체 느낌을 이끈다.
전시 안을 거닐고 작품을 감상할 때마다 금기시된 것을 엿보는 느낌이 들어 소름이 끼치기 하면서 동시에 관객의 몸까지 달아오르게 한다. 그리고 이것이 허용되는 공공의 장소라고 생각하니 짜릿하기도 하다.
보통 KW Berlin은 분기별 전시당 3명의 아티스트의 전시를 전시를 한다. 이번 7월-10월의 전시 중에서 Luiz Roque라는 브라질 아티스트를 이곳에 소개하려고 한다. Roque는 주로 영상과 설치 작품을 만들고 있으며 이 둘을 오가면서 사회 문제에 대한 대담을 형성해 나가는 작품을 제작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영상의 테크닉과 구성, 영상과 조각의 관계와 같은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 제작 여정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전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마주하게 되는 거대한 3개의 스크린 작품이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다. 모양과 크기가 다른 각각의 스크린에 비치는 영상들은 시리즈처럼 차례대로 상영이 되는데 서로가 어떻게 관련이 되어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시간이 되면 좀 더 작품에 대해 알아보고 이야기해 보겠다.) 왼쪽의 둥근 스크린에서는 드랙퀸의 인터뷰영상, 가운데 사각형의 스크린에서는 지하철 안에서 격렬하지만 유연한 춤을 추는 댄서들의 모습 그리고 오른쪽 스크린에서는 꿈속(?)의 관능적인 외계인 노인과 청년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리고 영상이 끝나면 각각의 특별한 심볼들이 화면 속에 나타나며 다음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이러한 특별한 심볼의 영상은 스크린을 하나의 설치작품으로 변환시키는 듯하다. 스크린은 영상을 상영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심볼을 통해 원래의 역할에서 벗어난다. 화면 속 공간 뿐만이 아니라 스크린이 놓여있는 현실 공간 자체를 지배하기 시작한다.
영상과 속 세계와 현실를 잇는 차원의 문과 같은 3개의 스크린 작품은 개인적으로 백남준의 티비를 이용한 설치작품을 연상시킨다. 위성을 이용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려 했던 백남준의 시도는 티비를 단순히 영상을 재생시키는 장치가 아닌 시공간을 뛰어넘어 소통할 수 있는 미디어로서 진정한 역할을 모색했었다. 백남준의 티비작품들과 조금 뉘앙스는 다르지만 Roque의 시도는 스크린이라는 장치의 개념을 확장시키기 위한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영상과 조각이 직접적으로도 간접적으로도 연결되어 있는 작품도 꽤나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기회가 된다면 이 작가와 작품에 대해 따로 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