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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i Jul 18. 2019

어쩌면 우리는 운명

우리는 부부다 #2

어??? 크리스 같은데???

저 멀리서 나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남자, 그는 크리스 같았다. 아니 분명 크리스다!


코 끝이 살짝 시려오기 시작하는 늦가을의 어느 금요일 밤.

뒤늦은 퇴근을 한 후, 나와 해리는 우리만의 불금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야식을 간단하게 먹고 우리의 아지트인 커피빈에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잡지를 보며 2시간 남짓 수다를 떨다가 집에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아타러 가는 중이었다.


사람들이 넘쳐나고 와글와글 대는 길, 그 길목 끝에 삼삼오오 모여있는 남자 무리들 속에서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드는 한 남자가 내 눈에 보였다.

‘누구지?? 야 저 사람 누구야? 우리 아는 사람이야?’ 

‘나 모르는 사람인데?? 너한테 손 흔들고 있는 거 같은데?’ 시력이 좋은 해리는 자기가 아는 사람은 아니라고 했다. 반면에 시력이 그다지 좋지 않은 나는 쉽사리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영화를 보거나 운전을 할 때가 아닌 이상 안경도, 렌즈도 끼지 않고 다니기 때문이다.

좀 더 가까이 걸어가면서 그가 누군지 알아챌 수 있었다.

‘어?? 크리스 같은데???’ 

‘크리스? 너랑 같이 일했던 선생님? 그 교포?’ 

‘응 맞아! 크리스 맞아!’ 


1년 하고도 반년이 더 흐른 뒤..

우린 그렇게 길에서 우연히 다시 만났다.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라고 인사를 건네며 그가 나에게 악수를 청한다. 예의 바른 건 여전하군 - 혼자 속으로 생각하며 나도 인사를 건넸다.

‘아 진짜 오랜만이에요!! 나야 잘 지냈지! 크리스 쌤은?? 쌤 여전하네. 너무 반가워요’ 


우리는 어학원에서 같이 일했었다.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함께 일하면서 우리는 나름 친했었다. 연락도 자주 하고 가끔 같이 밥도 먹고 영화도 봤었으니까 -

하지만 내가 그만두고 난 후에는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함께 일할 때는 친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공통의 카테고리가 없으니 서로 연락을 하거나 만나거나.. 의 소통이 이어지지 못했던 거 같다. 아니면 안 했다 해야 하나?

그도 여자 친구가 있었고, 나도 결혼을 약속한 남자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연락을 끊어진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거였는지도 모른다.


'전화번호 아직도 그대로예요?'

그가 묻는다.

'응! 예전 번호 그대로 쓰고 있어요. 쌤은?'

'네 나도 번호 똑같아요. 연락할게요! 조심히 들어가요'

그는 본인의 친구들에도 나를 소개해주며 연락하겠노라고 말했다.

'나도 연락할게요 쌤! 너무 반가웠어'


집에 와서 씻고 난 후, 침대에 누워 문자를 보냈다.

'크리스! 나야 유니. 너무 오랜만이라서 반가웠어요. 얼굴 좋아 보이더라.'


'응 유니쌤 나도 진짜 너무 반가웠어요. 내가 유니쌤 멀리서부터 알아보았잖아 ㅎㅎ 근데 아직도 한국에 있는 줄 몰랐어요. 난 유니 쌤 진작에 미국 간지 알았었는데..'

그에게 칼같이 답장이 바로 왔다.


‘아, 나 헤어졌어요. 하하’ 

‘어???? 미안해요.. 난 몰랐었네.. ‘ 

‘아냐 뭐가 미안해. 나 괜찮아요.’


그날 밤, 우리는 문자로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돌아오는 주말에 혹시 시간 괜찮냐고 그가 물어봤고 우리는 그렇게 주말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근데 마음이 조금 이상했다. 가슴 한편에서 몽글몽글 거리는 이 느낌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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