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하는 미련 때문에, 더 아픈 마음 있다면.
누나, 그 사람은
누나한테 마음이 없어.
휴가 나온 동생에게 어렵게 내 마음을 털어놓았다.
왜 소개를 받지 않냐며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길래 소개팅을 거절했냐며
어떻게든 진실을 알고야 말겠다는 기세로
영화를 보러 가기 전부터 시시때때로 나만 보면
능글맞은 표정을 하고 달려드는 동생에게
더 이상 난 숨길 수가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도 있었다.
조금이라도. 내 마음에 동의해 주었으면.
아니면,
누가 봐도 아닌 이 상황을
동생아 너만은 제발 긍정적으로 보아 주길.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누나, 그 사람은 누나한테 마음이 없어.
내 이야기를 다 들은 동생은
표정 없이 침착하게 나에게 말했다.
지금 누나가 더 다가가거나 매달리면
누나만 더 구차해질 뿐이야.
일단은 잊어.
뭐 그게 마음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지금은 누나가 덜 마음 쓰려 노력해야되.
그간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았는데. 이상하게 이 말을 듣는데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나는 아마도 그런 대답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니야" 라는 말.
이렇게 오랜 시간 마음 졸이며 그 사람 만을 바라봤는데. 제대로 표현도 못하고 기회가 왔을 땐 놓쳐 버리고. 그렇게 그 사람 보낸 뒤. 미련 아닌 미련과 후회 때문에 그 사람 떠나보내지도 못하고 맘 속에 꼭꼭 간직해 살아왔는데
이렇게까지 그 사람과 내가 이어지지 않는 거라면 차라리. 우린 인연이 아닌 거라고. 아니면 처음부터 내 착각이라 그 사람은 나에게 마음이 없었던 거라고. 그 말을 난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 차라리 덜 마음 아팠을 테니.
그 사람이 나에게 오려 한 것이 아니라
오롯이 나의 오해였으므로 나는
그 사람에게 가지 못한 것을 후회 할 필요도
또 혹시나 했을 그 사람의 마음에 미안할 필요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내가 마음이 아플 때
다이어리에 꾹꾹 적어놓던 말이다.
누군가를 좋아하지만
맘처럼 그는 나에게 다가오지 않을 때.
서로 관심 있다 생각했던 관계가 너무 오랜 시간
아무런 진전도 없이 제자리만 맴돈다 생각될 때.
또는 나처럼 혹여나의 희망을 품고 누군가를 오래.
짝사랑 하다 어느새 지칠 때.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리도 냉정하고 예리한지
놀랍도록 차가운 이 말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나는 아마 꽤 오랜 시간
이 말을 맘 속에
꼭꼭.
되새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