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그 시작

- 시작은 언제나 미미하다

by 소심

지금은 지구가 종말 할 거라던 2000년보다 20년이나 시간이 흐른 2020년이다. 나는 지금으로부터 8년 전 2013년에 결혼을 했다. 대한민국에서 보수 중의 보수라는 대구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랑. 내가 말하는 보수는 꼭 정치색을 말하는 건 아니다. 물론 결혼 후 대구 경북이 얼마나 정치적으로도 보수인지 느끼고는 있다. 온통 빨간색인 각종 선거 결과가 여실히 보여주지 않던가, 또한 이 나라에선 그게 전혀 이상할 게 없고 오히려 당연시되고 있으니 뭐, 무튼 나는 결혼 전에는 이렇게까지 보수적인지 몰랐던 대구 남자와 결혼을 했고, 시댁은 이 남자보다 훨씬 보수적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지금 세대보다 앞선 세대는 지역을 불문하고 이례 더 옛날 사람이니까. 그리고 또 사람이란 나이를 먹을수록 더 자기만의 생각이 더 견고해지기 마련이니까. 이건 나의 친정도 마찬가지이므로 절대 시댁 폄하 의도는 결단코 절대 아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 견고한 생각에 내가 반기를 들 수 있냐 없냐 하는 정도겠다.

남편은 나와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며, 하는 일도 조금 다르긴 하지만 결국 같은 일이고 그래서 급여도 같다. 내가 입사가 빨랐지만 육아휴직을 했고 서로가 가정 경제사에 기여하는 정도는 같다. 이론적으로 보면 어쩜 우리는 집안에서도 동등하게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거기다 아이들을 시어머니가 봐주시고 계신지라 야근의 자유도 내겐 없다. 시어머니 아들인 남편은 언제나 편하게 약속을 잡을 수도, 야근을 할 수도 있다. 전혀 눈치 보지 않고. 내가 항상 마음이 상하는 부분은 이 부분이다. 자기 엄마니까 당연히 편할 것이다. 다만 왜 나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고 전혀 미안해하지 않고 저리도 당연하게 생각하느냐 하는 것이 내가 남편에게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다. 하루라도 야근을 할라치면 어머님 눈치에 남편의 스케줄까지 살펴야 하며 게다가 어쩌다 야근이 결정되고 늦게까지 일을 하다 보면 애들 자기 전엔 오라는 둥, 빨리 안 오고 뭐하냐, 무슨 일이 그렇게 많냐는 둥 오만 잔소리가 이어진다. 일은 자기만 하나? 다른 직종에 근무한다면 이해를 못해주는 것이 섭섭해도 내가 하는 일을 몰라서 그렇겠거니 할 수도 있겠지만, 하물며 같은 직장이다. 그리고 또 화가 나는 하나는 시댁 식구들 앞에서 내가 하는 일을 폄하하는 것이다. 그러니 평소 야근을 하는 게 달가울 리 없겠지. 같은 직장이라 더 이해받을 수 있을 거란 나의 기대는 이제 이해해달라는 간절한 바람이 되었다. 어머님도 처음엔 남편의 약속과 늦은 귀가를 탐탁지 않아했지만 언젠가 하셨던 말씀을 나는 잊을 수 없다. 남자가 일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그때 아차 했다. 남편의 술 약속을 무척 싫어하셨기에 남편이 잔소리를 좀 들으면 고소하기도 해서 어머님과 형님과 간간이 남편을 씹었는데 그 말씀을 들은 후론 그 재미조차 잃었다. 그렇다고 왜 저러실까 하는 생각은 안 든다. 내가 우리 집에선 귀한 딸이듯 남편 또한 귀한 아들이 아니던가. 내리 딸 둘 낳은 후 또 딸인 나를 낳고 울었다던 우리 엄마와는 달리 딸 둘이 낳은 귀한 막내아들.


나는 보수적인 대구의 귀한 막내아들과 8년 전 결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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