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게 이기적으로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사람이 모두 같을 순 없다. 아마도 내가 이야기할 일련의 사건들을 어떤 얄밉고 미운 사람들이 기술한다면 전혀 다를 이야기가 될 것이고 그 속에선 분명 내가 생색내는 사람이거나 이기적인 사람으로 그려질 수도 있다. 내 주변인들은 내편이다. 나와 끼리끼리 모였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니까. 그래서 난 내가 정상이라고만, 내가 옳다고만 생각했지만 요즘은 헷갈린다. 자기가 너무 힘들어서 어쩔 수 없다고 너무 미안하다고 하는 두 사람 때문에, 내가 힘들다. 그들은 도망쳐서 편해지면 남은 나는?? 나의 힘듦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나도 그들과 똑같이 남이야 어떻게 되든 안면 몰수하고 도망이라도 쳐야 하는 건지, 너무, 정말 10년 차 직장생활 중 최고로, 수면장애가 올 정도로 나는 너무 힘들다.
오늘 회사에서 한 직원이 휴직을 한다고 했다. 정기적으로 1년에 2번 있는 인사철에는 미리 신청을 빋아두었던 휴직자가에 대해 휴직처리를 하고 그 빈자리는 다른 사람으로 채워준다. 하지만 중간에 갑작스러운 휴직자의 자리는 공석이 되고 한 팀에서 업무를 쪼개서 정기 인사 때까지 처리를 해야 한다. 팀 내에서 분장이 잘 되어 업무를 잘 나누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보통 한두 명이 덤터기를 쓰게 된다. 어쩔 수 없다. 잘게 나눌 수 없는 업무들이 많이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를 굳이 대자면 팀 내 뺀질이들은 절대 희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참으로 얄밉고 싫다.
오늘 휴직을 한다고 한 직원 전임자도 고작 일주일 일하고 휴직을 했다. 그리고 그 전임자의 전임자는 정기인사를 대략 한 달 앞두고 출산을 준비하기 위해 휴직을 했다. 그리고 나는 그 전임자의 전임자의 전임자였다. 고로 나는 그 덤터기를 쓰게 되는 한두 명도 아닌 단 한 명이 될 예정이다.
휴직 예정자의 전 전임자가 자리를 비운 한 달은 나의 본연의 업무도 많이 바쁘지 않았고 딱히 할 사람도 없다 생각하여 내가 그대로 업무를 모두, 빈자리와 나의 본연의 업무 모두, 한다고 했다. 한 달이 채 지나기 전에 후임이 올 거였으니까 좋은 맘으로 한다고 했었다. 그리고 다들 나에게 고맙다고 했다. 어쩌면 나는 내가 착해 보이는 그 이미지가 좋았던가보다. 그런데 당연히 채워졌던 후임자가 일주일 만에 휴직을 하겠다며 아예 출근을 하지 않았다. 정기인사를 한지 일주일 만에 자리를 채워줄 사람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이었고, 보통 팀 내에서 막내가 하는 일을 나는 당시 그 업무의 전 전임자였다는 이유로 또 도맡았다. 이건 타의 반 타의 반이었지. 휴직자의 타의 그리고 나를 제외한 모든 팀원의 타의. 제길. 그러던 중 불행 중 다행으로 한 사람이 채워진다는 소식이 들렸고 나는 팀 내 막내도 아니었기에 당연히 나는 내 본연의 업무만 하게 되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또 팀원들은 나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며 계속 빈자리였던 업무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나의 의견을 들어주지도 않을 거면서 배려하는 듯, 자기들 편하고자 또 나에게 해달라고 하는 그 뻔뻔함이 너무 싫어 더이상 희생이 하기 싫어졌고 그들에겐 더 이상 좋은 이미지로 보이고 싶은 욕심 따위 사라져 버렸기에 난 당당히 싫다고 했다. 정말 살면서 No를 말하지 못하던 나였기에 지금 생각해도 그 순간의 No는 참 잘한 일이었다. 난 지금도 분명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오늘 휴직을 하겠다고 선언한 사람이 바로 내가 하지 않겠다고 했던, 보통 팀 내 막내가 한다던 일을 하던, 현재 팀 내 막내다. 글을 쓰는 이 순간도 나는 답답하다. 물론 이 사람이 휴직해도 나는 막내가 아니다. 다만, 분위기상 그 사람에게 시키지 않을 것이다. 곧 막내가 될 그는 남자다.
나는 이미 업무 인수만 세 사람에게 했고, 최근 3달을 대행과 인수에 시달렸다. 나도 참으로 얄밉고 싫은 그들처럼 희생 따위는 개나 주고 나몰라라 했어야 한다. 게다가 두 달 전부터는 나의 본연의 업무도 제일 바쁜 시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업무가 손에 익었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면서 나에게 해달라고 할 것이다. 난 어떻게 해야 할까.
평온하게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어쩔 수 없다면 받아들이고자 하고, 또 뭐가 있을까, 뭐 무튼 난 좋은 사람이고 싶고, 그랬는데 망가지고 있다. 어쩌면 도망치는 저들과 남은 이기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처럼 변할 수도 있다. 변하기 싫고 변할 수도 있다는 게 너무 두렵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당하고만 살고 싶지는 않다.
모두가 자기 아빠 회사 다니거나, 그 사주의 딸 옆에 딱 붙어 피 빨아먹으며 회사 다니는 거 같은 팀 내에서 빽 없는 무수리가 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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