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의미를 묻는 당신에게

WE NEVER LEARN

by YUNIKE

| � 이 글은 Harry Styles의 'Sign of the Times'라는 곡과 함께 읽으시기를 권장드립니다.


우연히 들은 노래 한 곡


퇴근 길에 우연히 지코의 필청 리스트를 틀었다. 흘러 나오는 곡들을 들으며 휴대폰으로 할 일들을 하다가, 순간 내 귀에 한 곡이 꽂혔다. 제목은 '사람'. 내가 어떤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했는지는 썩 중요한 정보가 아니라 인지하지 못했던 터라, 실력 좋은 인디 밴드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웬 걸, '지코'였다.


가사를 직접 다 썼다는 점에 한 번 더 놀랐다. '태어날 때나 늙어갈 때 움츠린 채 사는 우리'라는 가사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서글픔이 느껴지는 가사였다. 그러게∙∙∙ 우리는 왜 처음과 시작이 가장 여리고 약할까.


그러다 문득 Harry Styles의 'Sign of the Times'라는 곡이 듣고 싶어서 찾아 들었다. 'The bullets'라는 가사를 부르는 구간이 참 구슬프고도 아름다운 곡이다. 오늘은 신기하게 다른 가사가 눈에 들어왔다.


We never learn


처음에는 그냥 무의식중에 'We never learned'처럼 해석했는데, 제대로 보니 '우린 결코 배우지 않는다.(알지 못한다)'라는 뜻이었다.



우리는 과연 더 나아질까?


크게 보면 아닐 것이다. 단정 짓고 싶지는 않았지만 슬프게도 그게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조금씩은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실제로 그렇게 느끼거나 그렇게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우리 인생은 크게 보면 시작과 끝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슬프고도 어쩌면 약간은 무서운 이야기이다. 성장을 위해 노력해도 나아지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은 성장을 가로막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우리는 더 주의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역성장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얼마 전 일론 머스크의 쇼츠를 우연히 보게 됐다. 인터뷰어가 그에게 "왜 당신은 영상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가지지 않나요?"라고 물었는데, 그는 곰곰히 생각하다 이렇게 답을 내놓았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더 긴 수명이 더 다른 세상을 만들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와 같은 답변이었다.


그렇다. 인생은 결국 길든지 짧든지 '인간'으로서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다 갈 것이다. 그 한 명의 인생 역시 처음과 끝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사람들 사이에 생각하는 최정점의 상태(그것이 무엇이라 여기든)를 경험한 사람일지라도 결국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사실상 우리는 '무한정 오래' 살 이유를 찾기 어렵다.

무한한 삶을 꿈 꾼다는 것은 그저 죽음 자체에 대한 '지연'만이 목적이지 않을까.

실제로 내 주변 지인은 그렇게 답했다.


돌이켜 보면 어린 시절과 생각이 달라진, 그리고 어쩌면 유일하게 달라진 지점이 있다면 바로 이 지점인 거 같다. 인생은 '유'한한 것이 순리에 맞다는 생각.



반복되는 실수


반복되는 실수와 어리석음이 인간의 안타까운 오점이 아닐까. 하지만 이 역시 인간의 부족함 때문이라 쉽게 고칠 수는 없다. 우리는 결코 제대로 변하지는 못할 것이다. 회사라는 틀 안에서 다른 이들에게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채 말에서 실수를 하고, 상대방은 그런 경험들을 계기로 그 상대방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되고,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반복이 일어나곤 한다.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기도 하고, 자신의 결핍을 감추기 위해 타인을 공격하기도 하는 등 인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미성숙함을 드러낸다.


그래, 어쩌면 인생은 미성숙함의 향연이겠다. 모두가 저마다의 미성숙함을 가졌기에 서로의 모습을 보며 짠한 마음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런 애틋함을 가지기 전에 만들어내는 상대방의 불협화음이 이해를 방해하고는 한다. 결국 인간사의 모든 갈등은 다 지나고 나면 짠함만이 남는다. 갈등 이후의 그 묘한 씁쓸함의 이유는 결국 모자란 인간들끼리 아껴주지 못하고 다퉈서 일궈낸 '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옛 어른들 말씀에 '이기고 지는 게 없다'는 말씀이 이해되는 것도 같다.



의미는 없기에


인생에 의미라는 것은 없다. 말 그대로이다. 그저 '사는' 것이다. 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방향성이기도 한데, 인생에 대해 생각과 질문이 많을 때 내게 나름대로 생각의 매듭을 짓게 해준 이야기였다. 어찌 보면 우리는 '인간'이라는 이유로 너무 많은 것에 의미를 부여하려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자연 발생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하고, 놀라고, 슬퍼하고, 기뻐한다.

그게 또 인간이기도 하니 어찌할 도리는 없으나, 이로 인해 힘들어 하지는 말자는 말을 하고 싶다.


이왕이면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고, 의미가 없는 것 자체를 가볍게 즐기고, 그렇게 사는 것이다.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면 자신만의 방식으로 의미를 부여해도 좋다. 하지만 별다른 게 떠오르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점만 인지해도 충분하다.




매거진의 이전글그가 누구인지 알기 전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