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나면 보이고, 달라지는 것들
종종 찾는 카페가 있다.
오늘도 오랜만에 퇴근 후 이 카페를 찾았다.
마감 시간이 당겨진 것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남은 시간을 잘 보내기로 했다.
오자마자 음료를 시키고 화장실에 갔다.
칸에 앉아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불이 꺼졌다.
최근에도 한 번 이런 일이 있어서 황당했던 기억이 있었다.
다행히 두 번 모두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었기에, 잘 대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같은 일이 두 번 반복되니, 누가 있는지 확인도 안 한 채 불을 끄는 경비원분께 '야속'한 마음이 들면서 조금 짜증이 났다.
나뿐만 아니라 누군가가 겪을 고충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얼른 손을 씻고 경비실에 똑똑 노크한 후 문을 밀어 보았다. 밀었더니 예상과 달리(?) 바로 열렸고, 1평도 안 되는 정말 작은 방에 계신 경비원분을 뵐 수 있었다.
그 곳에는 눈이 거의 감긴 채 은은한 미소를 띤 너무나 인상 좋은 할아버지가 계셨다. 정확히는 노화로 인해 눈이 잘 안 떠지시는 상태이신 것 같았다. 순간 귀는 잘 들리실까 걱정도 되면서 내 마음이 정말 순식간에 녹아 있었다.
정말 놀랍게도 그리고 다행히도 나는 노크하는 순간과는 전혀 다른 마음과 어조로 할아버지께 말씀을 드렸다.
"아유 불을 그냥 꺼버리시면 어떻게 해요오~~ 다음엔 확인 한 번 해주세요오~^^"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가장 애교(?) 있는 톤이었다. 할아버지가 잘 보실 수 있게 웃음도 최대한 지어 보이면서 말다. 정말 본능적으로 그렇게 된 게 너무 스스로도 신기했다.
저 말씀을 드리면서 뒤의 배경이 눈에 조금씩 들어왔는데, 조그마한 밥솥을 열어 식사를 하시려던 참이셨던 것 같다. 내가 급하고 조금 짜증이 났던 마음에 나의 평소 노트보다 크게 하고, 문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열었던 것에 대해 너무나 죄송해졌다.
그저 계신 것이었다면 몰라도 식사하려고 하셨던 중인 것 같아서 나의 '민원 아닌 민원'으로 혹여 기분이 속상하시진 않았을까 마음이 조금 아프기까지 했다.
나는 정직하게 하루 하루를 성실하고, 묵묵하게 살아가는 분들, 나이가 지긋한 연세에도 그 하루를 정직하게 보내서 넘기는 분들께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긴 세월을 묵묵히 걸어오신 분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숭고함'이 느껴진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다시금 '신중함'을 배운다.
감정적으로 무언가를 행동하지 말자.
참 어려운 일이다.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할 때조차도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감정을 읽거나 표현하지 못하는 것과는 다르다. 감성적인 것과도 다르다.
'부정적인 감정'에 한하여 말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이 들었을 때, 아무리 내가 100% 맞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도, 그 상황에서조차 '내가 모르는 변수'는 있을 수 있다. '상대방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늘 있을 수 있다.
'겸손'하게 그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해보려는 마음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