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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gry Traveller Jul 27. 2017

3개국의 홍차 열전

인도의 짜이는 터키의 차이, 터키의 차이는 이집트의 샤이

3개국의 홍차 열전: 인도의 짜이는 터키의 차이, 터키의 차이는 이집트의 샤이


독일인이 맥주를 물처럼 마신다고 하고 중국인들은 재스민차 통을 시도 때도 없이 들고 다닌다고 한다면 내가 꼽은 이 3개국인 인도, 터키 그리고 이집트의 사람들은 홍차 없이는 못 살 사람들 같다. 이들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꼭 찾는 것이 있다면 바로 홍차. 이들에게 있어서 홍차 없이 시작하는 아침이란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 나라들에도 커피가 기세를 부리고 있기는 하지만 역시 서민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오직 홍차이다. 이들 덕택에 커피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나도 홍차를 마시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는데 홍차란 맛도 좋지만 왠지 모를 분위기가 서려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커피에 비하면 값도 싸고 언제 어디서든 마실 수 있게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도에서는 홍차를 ‘짜이’(힌디어)라고 하고 터키에서는 ‘차이’(터키어) 그리고 이집트에서는 ‘샤이’(아랍어)라고 불리고 있는데 이름이 비슷한 이 각 나라의 홍차들. 각기 다른 멋과 맛을 보여주기도 했다.



든든한 인도식 홍차인 ‘짜이’


맛있는 짜이 한 잔 하세요


이 3개 국가 중 유일하게 홍차에 우유를 섞어 마시는 나라가 바로 인도이다. 그래서 배가 고플 때에 인도의 짜이는 더욱 든든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유를 섞어서 그런지 홍차의 떫은 맛이 그리 강하지도 않고 부드럽고 감미로운 느낌을 주는 인도의 짜이. 


 인도의 흔한 짜이 집


가장 싼 값에 언제 어디서든 찾아 마실 수 있다는 것 또한 인도 홍차의 큰 장점이 되어준다. 인도에 오래 머물면서 인도인의 습관을 그대로 따라 하는 나는 길거리를 거닐다가 짜이 집이 없으면 너무 서운함을 느끼게 된다. 인도를 떠나 다른 나라를 가보면 길거리 짜이 집을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인도의 거리에는 짜이 집 찾는 건 정말 식은 죽 먹기다. 기차를 타도 아주 싼 값의 짜이가 늘 따라온다. 새벽 3 시건 4 시건 언제나 찾아 마실 수 있는 것이 바로 짜이이다.

“짜이! 짜이!” 그 반가운 소리. 장거리 기차를 타고 새벽에 일어나면 정신을 맑게 해주는 인도의 짜이. 

난 그런 짜이가 너무나 고맙기만 하다. 그래도 약간 서운한 것이 있다면 인도의 짜이 집은 그야말로 판자 집 같다. 

1루피 짜리 짜이. 짜이를 마시고 1회용 컵을 던져서 깨 버린다


아주 작은 건물에 자리 잡아 분위기라고는 전혀 없는 인도의 짜이 집들. 하지만 인도의 짜이 집이야 말로 현  지인들에게 아주 편안함을 주는 곳이 아닐까. 


잔이 더 맛있는 터키의 홍차 ‘차이’

터키에서 홍차를 싸게 마시려면 현지인들의 찻집을 찾아 헤매어만 한다. 여행객들을 상대하는 레스토랑에서 파는 ‘차이’의 값이란... 정말 말도 안 되는 값임이 분명하다. 현지인들의 찻값에 정확히 10배를 받아먹는 그 겉모양만 멋들어지게 꾸며놓은 레스토랑들. 길을 헤매다 보면 발견할 수 있는 서민들의 찻집. 인도에 비해서는 정말 분위기 있는 찻집들이었다.

인도인들이 눈 뜨자마자 짜이를 찾는다고 하지만, 사실 터키인들도 별반 다른 바가 없는 것 같다. 어디를 가나 그들은 늘 차이 잔을 손에 쥐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인도에서는 어느 길을 가거나 길거리 짜이 집이 존재하지만 터키에서는 의자 없이 파는 차이 집을 그리 쉽게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그 가격에도 큰 차이가 있다.

오렌지 맛 티 오랄렛


 터키의 차이는 조금 진하다고 할까? 원래 차에 설탕을 넣지 않는 습관이 있는 나도 터키에서는 꼭 설탕을 넣어야만 할 정도이다. 에스프레소가 적은 양에 아주 진하다면 터키의 차이도 꼭 그 모양이랄까? 위스키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아주 작은 잔에 진한 홍차가 들어 있는 것이다. 가난한 여행자의 자세로 2시간째 터벅터벅 걷고 있었던 그때. 앙카라는 터키의 수도인 지라 주위는 값비싼 상가들만 즐비하고 왠지 어디 하나 맘 놓고 들어가 앉아 있을 찻집 또한 보이지 않았다. 그때 눈에 보인, 마치 우리나라 청계천 다리 밑처럼 생긴 곳을 발견하고 얼마나 반가웠던지... 원래는 일단 값을 물어보고 무엇을 사 먹곤 했지만 나는 훈훈함이 가득한 그 다리 옆의 길거리 찻집에 앉아 버리고 말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차이를 한잔씩 하고 있었고 나는 어디를 앉아야 하나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때 찻집 주인아저씨의 외침!

터키의 기본 차이

“차이! 차이! 차이!” 제례시장에서 곧잘 들리는 그 반가운 소리에 나도 “차이!”라고 맞받아 소리를 쳤다. 주위를 둘러보니 약간은 나이가 드신 분들이 앉아 계셨고 역시 터키인답게 모두들 한 손에는 차이, 그리고 다른 손에는 담배가 한 개비 씩 들려 있는 것이었다.

 

터키의 차이! 어떤 모습일까?

터키의 차이는 늘 작은 유리잔에 담겨 나온다. 전통이 보이는 모양의 유리잔이 작은 쟁반 위에 놓이고 그 옆에는 각설탕 2조각이 얹어져 있다. 그 유리잔 속에는 불그스름한 차이가 담겨 있고 그 속에 작은 스푼을 띠우는 것이다. 그 모양이 얼마나 예쁜지...

터키의 차이가 약간은 독한 느낌이 없지도 않지만 그 예쁜 모양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추어지며 차이를 마시게 되는 것이다.

당이 땡기면 바로 이 오랄렛!

가격도 0.9리라. 우리나라 돈으로 800원도 채 하지 않는 데다, 오픈된 공간에 따뜻한 태양 빛이 내려 쬔다. 아직도 꽃샘추위가 남아 있는 앙카라의 거리 찻집에서 따뜻하게 햇볕을 쬐고 앉아 차이를 마시고 있었더니 갑자기 앞 테이블로 주홍색의 차가 배달되는 것이 아닌가? 급히 주인아저씨를 불러서 저것이 무엇인 물었더니 “오랄렛‘이라고 알려 주신다.

색이 너무 예쁘고 맛도 있어 보여서 한잔 더 시켜 봤더니 그것은 ‘오렌지 티’였다.

뜨겁게 달궈서 마시는 오렌지 주스 바로 그 맛이었다. 내 앞에 소리 없이 앉아서 담배를 피우시며 차이 잔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터키의 할아버지. 차이 잔을 든 주름이 가득한 그의 손을 보니 터키의 차이에는 서민의 한이 서려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삶에 지쳤을 때 이런 싸구려 거리의 찻집에서 햇볕을 쬐며 따뜻한 차이 한잔에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어 보기도 하고...

사실 우리나라에도 노천카페가 많이 생겨났지만 왠지 가격대가 높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싼 값에 차를 여러 잔 즐길 수도 있고,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가 보이지도 않는 이런 즐거운 서민들의 길거리 찻집이 우리나라의 거리에도 많이 생겨나면 좋겠다 하는 바람이 살짝 들었다. 거추장스럽게 꾸미지 않았으면 어떠랴. 그저 플라스틱 의자와 탁자에, 살포시 방석 하나 깔아주면 고마울 것만 같다. 맘을 편하게 해주면 좋은 찻집이 아닐까.




양 많은 이집트의 홍차 ‘샤이’

이집트의 현지인 찻집에 들어가 홍차를 시켜보고 놀란 것이 있다면 바로 그 양에 있다. 커다란 물 잔에 담겨 나온 이집트의 ‘샤이’는 맛보다는 그 양이 맘에 들었다. 이집트인들은 홍차에 거의 설탕을 섞어서 마신다고 한다. 그리고 이집트에서 홍차를 시키면 이미 설탕이 섞여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설탕의 양이란... 내가 목격한 결과 홍차 한잔에 그들은 밥숟가락으로 3 숟가락의 설탕을 부어 넣는다. 설탕을 어찌나 부어 넣었는지 설탕은 다 녹지도 못한 채 바닥에 가라앉아 있다. 그래서 홍차를 끝까지 다 마셔대면 마지막에는 내가 홍차를 마신 거야 시럽을 마신 거야 하는 의문도 살짝 든다. 

이집트의 샤이는 물담배와 함께죠!

이집트인들은 홍차를 채에 걸러서 마시지 않는다. 그냥 홍차 가루를 뜨거운 물과 함께 컵에 부어 저어 주는 것이다. 그래도 홍차 가루가 물 위로 떠오르지 않는 것을 보니 이집트의 홍차 가루는 무척 미세한 모양이다. 양이 많아 좋은 점이 있다면 홍차를 천천히 그리고 오랫동안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터키의 홍차를 단 숨에 마시면 이제 찻집에서 나가야 하나 하는 갈등에 빠지기도 하지만 이집트에서는 양 많은 홍차 한 잔이면 물담배와 함께 1시간은 족히 버틸 수 있는 것이다.

 



누가 누가 더 맛있나

글쎄... 이건 정말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감히 나에게 얘기를 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 인도의 짜이를 일 순위로 꼽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인도의 짜이에는 우유가 섞여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유와 함께 넣은 생강은 홍차의 맛을 정말 다르게 만들어 준다. 가끔은 게피의 맛이 나기도 하고. 터키와 이집트의 홍차는 그냥 홍차의 맛만 내주지만 인도의 짜이는 독특함이 섞여 있다. 그래도 터키의 홍차는 뭐랄까... 멋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홍차를 담아주는 그 아름다운 터키의 잔이 너무 작아서랄까. 한 잔을 마시면 정말 아쉬움을 남긴다. 그에 반해서 이집트의 큰 잔에 주는 홍차는 너무 양이 많아서 그 아쉬움이 덜 한 것 같다. 게다가 이집트 사람들은 홍차에 설탕을 부어대며 마신다. 그래서 내가 한 번은 이런 농담까지 한 적이 있다.

“차라리 설탕을 마셔요.” 그랬더니

“이게 이집트인들이 홍차를 마시는 습관이지.”란 답변이 바로 날아왔다. 하지만 홍차에 설탕을 부어대던 그 이집트 청년도 웃음을 감추지는 못했다. 만약 단 맛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단연 이집트의 홍차가 최고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터키의 홍차는 조금 진하다. 사실 차에 설탕을 섞어서 마시지 않는 나도 터키의 홍차에는 설탕을 섞어 마실 수밖에 없었다. 안 그러면 위장이 바로 쓰리기 때문이다. 터키의 홍차 잔도 사실 위스키 잔을 닮아서 그런지 홍차도 위스키처럼 쓴 맛을 남기는 것 같다. 하긴... 저렇게 작은 한 잔의 홍차가 써야 맛이 나지 않겠나.

그렇다면 누가 누가 더 맛있나? 아... 이건 정말 모르겠다. 너무 어려운 질문이 되어 버렸다. 처음에는 인도의 짜이가 좋았다가 다시 생각해 보니 터키 홍차의 멋진 유리잔이 떠오르고 이집트의 양 많은 홍차도 떠오르니... 이 3가지 홍차를 결합시켜 버리고만 싶다. 이집트의 커다란 유리잔 크기의 터키 홍차 잔을 만들어서 인도식 홍차를 부어 마실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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