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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gry Traveller Jul 28. 2017


10살 꼬맹이의 헤나노트 이야기

인도에서 해 본 특별한 헤나

정말로 무더운 날씨였다.

기차표를 예매하러 뉴델리역에 다녀온 후 근처인 여행자 거리 파하르간지에 와서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던 때. 오토바이 사고로 눈 주위가 퍼렇게 멍이 든 단골 찻집 주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랜만에 찾아온 찻집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때 새로 보이는 꼬맹이 책상과 의자.

그 책상 위에는 무언가가 쌓여 있고. 뭐지? 하고 자세히 보니 그것은 헤나였다. 

인도 꼬마의 헤나 가게



작은 헤나 가게 

왜 이렇게 책상과 의자가 작을까? 

찻집 주인에게 물어보니 그냥 헤나를 해보라고 자꾸 권한다.

그러더니 밖으로 나가서 헤나를 그리는 사람을 불러오겠다고 했다. 

그때 짠 하고 나타난 꼬맹이

그 꼬맹이를 보고 이런 작은 아이가 과연 헤나를 그릴 수 있을까 왠지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열심히 연습해왔다며 해보라고 자꾸 졸라대는 아이.

망설이는 나에게 찻집 주인은 2주 정도 후에는 저절로 없어지는 것이니 그냥 해보라고 했다. 

먼저 문양이나 골라볼까 해서 꼬맹이한테 헤나교본을 달라고 했을 때 

꼬맹이가 내민 헤나 교본. 



이건 그냥 공책 아니니?


꼬맹이가 말없이 그 공책을 펼쳤고

그때 내가 본 것은 꼬맹이가 직접 손으로 그린 정말 아름다운 헤나 문양들이었다. 

꼬맹이의 헤나 문양 연습

꼬맹이의 헤나노트가 너무 귀엽고 예뻐서 꼬맹이를 다시 쳐다보았다.

그리고 바로 문양을 골랐다. 

내가 고른 문양은 2가지

하나는 인도의 옴자 그리고 이것

꼬맹이의 헤나노트에서

옴자는 팔뚝에 그리고 다른 문양은 검지 손가락으로 문양이 오게 따로 주문을 했다.



꼬맹이가 내 팔에 먼저 오일을 바른다.

헤나가 피부에 잘 붙고 잘 굳게 하기 위함인 듯했다.

생각보다 손놀림이 능숙하구나, 너.

심심해서 난 이런저런 이야기를 물어보았다

너 몇 살이니?

꼬맹이는 13살이라고 했다.

하지만 10살밖에는 보이지 않는 걸.

인도의 일하는 어린이들은 곧잘 나이를 속이니

나는 그냥 내 맘대로 꼬맹이를 10살로 규정했다

꼬맹이가 조심스럽게 오일을 발랐다

옴자를 그려 넣는 모양

헤나콘의 끝을 이빨로 살짝 물어 뜯어내고 헤나콘 끝을 손으로 만져 준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

꼬맹이가 작품에 몰두한다.

한 줄 한 줄 약간은 떨리는 손으로

문양을 그려 넣고

꼬맹이가 드디어 완성을 했다.

역시 꼬맹이 같은 문양.

 하지만 열심히 그려주는 꼬맹이가

 너무 이뻐서 다음 문양도 하기로

 이미 마음을 먹었다.
옴자의 완성 모습-꼬맹이다운 작품

두 번째 문양은 꼬맹이에게는 약간은 어려웠던 모양.

먼저 한 손을 내 팔 위에 조심스레 올려놓고 헤나콘을 든 손을 그위에 살며시 올려놔 자세를

잡은 후에 조금스레 다시 작품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너무도 진지해서 귀여웠다.

꼬맹이는 학교도 다닌다고 했다.

눈빛을 보니 다른 일하는 아이와는 다르다. 왠지 공부도 잘할 것 같다.

방과 후에 이 찻집으로 와서 헤나가게를 본다고 했다.

아.. 그럼 이 작은 가게는 꼬맹이의 것은 아닌가 보구나 했다.

대답을 해주고는 오르 까는 다시 헤나 문양을 그리기 시작했다


꼬맹이의 진지한 헤나 문양 넣기 

꼬맹이의 이름은 오르까.

이 작은 아이는 헤나 일을 시작한 지 2달 정도 되었다고 했다.

어떻게 이 작은 아이가 헤나일을 배웠을까.

주인아저씨의 말로는 오르까가 혼자 집에서 열심히 연습을 해왔다고 했다.

왜 오르까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는 묻지 않았다. 

오르까는 집에서 헤나 문양을 직접 스케치북에 그리는 연습부터 시작하였다고 했다.

정말 예쁜 문양으로 잘 그린다 


거의 완성단계. 

오르까의 손은 온통 헤나 얼룩 투성이다.

오늘은 아마 손님이 많았던 모양이다.

주인한테 이 가게가 오르까의 것이냐고 물었더니 주인은 자기가 데리고 일하는 동네 아이고

한 달에 7-10만 원 정도를 월급으로 준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믿지 못했다. 인도에서의 어린아이의 임금은 뻔하기 때문에.

이 찻집의 단골인 나에게도 주인은 바가지를 씌우는데.

다른 헤나 가게의 2배를 부르는 데다. 평소 같았으면 제값으로 깎아달러고 말했겠지만

차마 오르까 앞에서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오르까의 노력을 깎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내가 지불한 돈이 그대로 주인 주머니로 들어가는 모습이 정말  안타까웠다. 



오르까는 헤나가 묻은 손을 씻으러 앞에 있는 간이 세탁소로  갔다.

페트병에 든 수돗물로 손을 닦는 모습이다.

그리고는 역시 어린 꼬맹이인지라 동네 단짝 친구로 보이는 아이와 멀리 뛰어 나간다.

나 때문에 중단한 크리켓 경기를 하러 가는 모양이다.

오르까는 다시 10살 꼬맹이가 되어 골목길을 달려 나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오토릭샤 안에서 오르까가 그려준 헤나가 번지지 않게

조심스레 팔을 올려놓았다. 

일하는 아이들이 많은 인도에서 오르까는 정말 좋은 일을 택했다.

오토릭샤 안에서도 일하는 거리의 아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신호등에 멈춰진 차로 몰려들며 공짜 신문을 파는 아이들, 꽃을 파는 아이들,

그냥 구걸을 하는 아이들 속에 오르까는 열심히 노력하며 일하는 아이다. 

자꾸 오르까의 헤나 노트가 떠오른다

오르까의 헤나 연습 노트중에서


 헤나는 2주 정도 후에 지워진다고 하니 2주 후에 다시 오르까한테 헤나를 해달라고 해야겠다 

꼬맹이 오르까

10살 꼬맹이 오르까 

어서 오르까가 자신의 이름을 건 헤나가게를 만들기를 소망해 본다. 

오르까가 그려준 헤나 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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