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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gry Traveller Jul 28. 2017

나를(& 내가)사랑한 베트남 댕댕이들

고마운 베트남 강아지들

<베트남> 나를 (& 내가) 사랑한 댕댕이들


장소: 호이안


여행의 묘미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새로운 사람들과 더불어 새로운 동물들 또한 만날 수 있는게 또 다른 여행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특별히 그런 색다름을 체험하게 해주었던 베트남의 댕댕이들.

 그 나라의 동물도 그 나라의 국민들을 똑 닮는다는 말이 있다.

내 기준으로 태국 사람들보다 고운 심성을 갖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커가는 베트남의 개들은 태국의 다혈질 적인 개들보다 훨씬 착하고 순종적이다. 그래서 별로 무섭지 않다. 다행히 몸집도 작아서 길가에서 모르는 개를 만나도 조용히 지나치면 물거나 짖거나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베트남의 개들은 순하다



1. 내가 가장 사랑한 강아지 쿤어이 Cún ơi~


Cún ơi~" 즉 그냥 강쥐야~

베트남어로 Cún이라는 뜻은 강아지라는 말이다. ơi말은 누군가를 부를 때 쓰는 말로 예를 들어 영희 ơi(어이~) 라고 하면 영희야 하고 영희를 부르는 말. 저 강아지 이름이 뭐냐고 주인한테 물으니 주인 하는 말 "Cún ơi~" 즉 그냥 강쥐야~" 하고 부른다고 했다. 정확한 발음은 아니지만 나의 한국식 발음을 용케도 알아듣고 내가 부르면 늘 두발로 힘차게 달려오던 강아지 쿤어이. 쿤어이는 부정교합이다. 그래서 첫만남에 더 특이한 인상을 주었던 것도 같다. 부정교합이 개들의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부정교합의 개들은 그들만의 귀여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장소: 꽝나이, Com nieu hoa sua, 쿤어이의 집

내가 처음 쿤어이를 만난 날은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동네 길가 였을까 아니면 쿤어이의 집인 돌솥밥 집이었을까.  그때만 해도 쿤어이는 정말 작은 애기 같은 강아지였다. 사람을 잘 따르지 않는 한 마디로 사람 차별대우 하던 강아지였다. 한 번만이라도 쓰다듬고 싶었지만 절대 나에게 곁눈질도 주지 않던 강아지. 그런데 이 강아지가 내가 앞 집 개 바보를 위해 비벼준 김치밥과 바가지에 떠 준 물을 뺏어 먹더니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그 다음부터 나에게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영특하게도

쿤어이를 동네에서 만나지 못하면 쿤어이의 집인 돌솥밥 집에 가 본다. 그러면 쿤어이는 이렇게 바닥에 널브러져 잠을 자고 있곤 했다. 나는 쿤어이를 깨워 머리를 한 참 쓰다듬어 준 후, 쿤어이에게 산책을 제안하고 그러면 쿤어이는 꼬랑지를 흔들며 나를 졸레졸레 따라왔다. 쿤어이를 데리고 카페에 들러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떠는 30분 가량, 쿤어이는 내 발 밑에 누워서 씹을 수 있는 나뭇가지 같은 것을 주서 와 함참을 씹으며 지루한 시간을 기다려 줬다.


이제 집에 갈 시간이다라고 말하고 일어서면 쿤어이도 나를 따라 일어선다. 우리는 함께 집근처로 걷고 나는 끝으로 쿤어이를 돌솥밥 집 안까지 바래다 주고 안녕을 고하곤 했다. 그러면 식당의 일꾼들은 같이 나가서 놀고서는 쿤어이를 집까지 데려다 줬다면서 신기하다고 무척 웃어댔었다.


사실 내가 봐도 무척 신기하기만 했던 우리의 우정!

사실 쿤어이와의 산책은 우연하게 시작되었다. 내가 친구네 집을 마실 가던 어느 날, 쿤어이는 나의 허락도 구하지 않고 나를 따라 강가를 걷기 시작했다.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라 나는 쿤어이가 혹여나 집을 잃어 버리지 않을까 무척 걱정이 되었다. 그리 깨끗하지 못했던 쿤어이를 데리고 친구네 집으로 들어가기도 망설여 졌는데, 다행히 쿤어이는 길가의 어느 강아지에 한눈을 팔았고 나는 그 틈을 타서 혼자 몰래 친구네 집으로 달려 갔었다.


친구네 집에서 저녁을 먹고 2-3시간 후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혹시 쿤어이가 길을 잃었으면 어쩌지 하며 강가를 서성댔다. 쿤어이를 찾아서 이리저리 둘러보며 동네로 오니 쿤어이는 다행히 돌솥밥 근처에서 신나게 뛰어 놀고 있었다. 길을 잃었을까 걱정했던 것이 사실 바보같은 일이라는 걸 깨달았는데, 쿤어이는 사람 보다도 똑똑해 보이는 강아지였던 것이다. 늘 여기저기 돌아댕기기를 즐기며 길가에서 덩치가 큰 개를 만나서 싸움이 나도 힘차게 달려 도망치며 큰 개를 놀려대는 아주 대범한 강아지였던 것이다. 가끔은 혹시 얘는 사람이 아닐까, 사람의 영혼이지만 강아지의 몸에 갇히게 된 것이 아닐까 의심해 보곤 했을 정도로 똘똘한 강아지였다

쿤어이~쿤어이 하면 무조건 달려와 주는 쿤어이. 이제 집으로 돌아올 때 누군가 반겨주는 이가 있으니 뭔가 보람된 하루인 것 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똑똑하고 용감무쌍한 우리 쿤어이도 가끔 시련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열대기후의 푹풍우. 비가 오나 벼락이 치나 자유인 쿤어니는빨빨거리고 돌아다니기를 좋아했다. 사실 쿤어이에게는 럭키라는 다른 개 가족이 있었는데 이 럭키는 쿤어이와는 정반대로 완전 겁쟁이에 식당 밖으로는 잘 나서지도 않는 무뚝뚝하고 바보 같은 개였다. 이렇게나 성향이 다른 이 둘이 함께 울부짖을 때가 있었으니 그때는 바로 폭풍우가 치던 어느 저녁. 오랜만에 돌솥밥을 먹으로 간 식당에서는 두마리의 늑대가 울부짖는 소리로 요란했다. 밥을 먹다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보니 주방 한 켠에 묶여서 울부짖고 있던 두마리의 강쥐. 이들의 주인인 요리사 아저씨의 말로는 비에 젖어 방금 목욕을 시켰는데 또 나라려고 난리를 쳐서 묶어 놓았단다. 덩달아 묶여버린 얌전한 럭키. 물에 폭삭 젖어버린 쿤이이의 모습이 무척이나 낯설었다. 얘가 쿤어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푹 꺼저버린 털들 ㅋ. 나는 괜히 웃음이 터져 나왔으나 웃음을 감추며 쿤어이와 럭키를 쓰다듬으며 위로해 주었다. 그런데 너 정말 쿤어이가 맞는거니?


쿤어이는 요로코롬 장난스런 얼굴이었는데?


요렇게 깜찍한 아이인데? 넌 도대체 누구니?

이렇게 사이가 좋던 나와 쿤어이 사이에도 연적이 있었으니 그 연적은 바로 이 동네 꼬마 여자애. 장난이 심했던 이 여자애는 쿤어이와 달리기를 하길 좋아했다. 둘이 막 달리기를 할 때면 질투가 난 내가 쿤어이를 불러대도 쿤어이는 나에게 올까 아니면 좋아하는 달리기를 할까 무척이나 고심했다. 나에게 달려오자니 함께 저 꼬마애와 신나게 달리는 순간을 버려야 하고 나를 버리자니 나에게 미안하고. 그럴 때 나는 질투심을 꾹 누르고 쿤어이에 손을 흔들며 뒤돌아섰다


이제 쿤어이가 없는 우리 동네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가끔 우리 집에 놀러오기도 했던 쿤어이. 아주 기분이 좋을 때는 집 안으로 들어오게도 해주었고 쿤어이를 위해 늘 집 앞에 물이 든 바가지를 준비해 두곤 했었다. 그럼 그 물 바가지는 이 동네를 지나는 모든 개와 고양이들의 휴식처가 되어 주곤 했었다


쿤어이의 뒷모습

그렇게 행복한 나날이 지나고 어느 날, 쿤어이는 사라졌다. 쿤어이의 주인인 요리사 아저씨는 쿤어이를 찾아 온 동네를 헤매이고 다녔으나 쿤어이를 찾지 못했다. 요리가 아저씨는 울먹이며 쿤어이를 찾고 싶다고 했다. 아마 누군가 귀여운 쿤어이를 들고 도망친 것 같다며... 나도 쿤어이를 찾아 동네를 헤매였지만 쿤어이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프로젝트가 끝나 그 지역을 떠나 다시 7개월만에 그 동네를 찾아 쿤어이네 부터 들렀었는데 쿤어이는 여전히 행방불명이었다...

아직도 나의 카톡 프사로 저장되어 있는 쿤어이.

쿤어이 언젠가 어디선가 꼭 한 번 만나고 싶어. 꼭 다시 만나자



2. 내가 좋아했던 최초의 베트남 강아지 바보


쿤어이와 바보

바보는 원래 쿤어이의 친구였다. 쿤어이가 나를 쌩까던 시절부터 이 둘은 친구사이였다.

바보는 우리집의 앞 집 강아지였는데 그야말로 바보 같아서 바보라고 부를 수 밖에 없었다. 낯선 사람이 다가가면 무조건 도망가고 주인이 잡아줘서 쓰다듬어 보면 그제서야 쓰다듬을 받을 줄, 아니 받아본 적이 없는 강쥐인양 행동했다. 여름휴가를 다녀와 보니 2배로 커진 바보. 이번 달 부터 이 바보 강쥐를 꼬셔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빵으로 유혹했다. 근처에 오지도 않아서 나로부터 1미터 멀리 빵을 던졌더니 슬슬 다가와서 빵만 물어 갔다. 그 다음에는 치토스로, 그 담날은 다시 빵으로, 그리고 하루에 1-2번씩 물로 유혹했다. 그리고 바보가 나한테 다가와서 먹을 것을 받아 먹기 시작했고 쓰다듬도 허락해 주었다.


바보야

이제는 출근 길에 바보 집 앞에 가서 바보를 부른다. 바보가 살살 꼬리를 흔들며 다가온다. 바보의 뽀뽀를 받고 출근하고 퇴근해서 바보를 찾아보면 어느 순간 옆에 와 있다. 자랑스럽다 그야말로. 왜냐면 바보는 우리 동네에서 가족 제외하고 나한테만 다가와 주기 때문이다. 가끔 무시당할 때도 있지만......오늘은 새우깡을 장난스레 주니 잘도 받아 먹는다;;; 강쥐도 새우깡을 먹나;; 두부는 별로 입맛에 안맞는것 같았다. 바보가 있어서 즐겁다. 이제 이름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생각했다


이제 우리 집 마당까지 침범해 준 앞집 강아지 바보. 자랑스럽다 네가
집에서 꿈쩍도 안하던 애가 이제 자기 집 앞마당과 우리 집 앞마당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된 바보

그런데 이 바보도 어느 순간 보이질 않았다. 어제 내가 준 소고기 한 덩이가 목에 걸려 잘못된 건 아닐까 하며 다음 날에도 다음 날에도 건너 편 집 마당을 쳐다봤다. 드디어 그 집에 불이 켜지고, 바보의 행방을 물었더니 아는 친척 집에 갖다 주었단다. 키우기가 힘들어서. 만약 내가 원한다면 나에게 바보를 주겠다고까지 했지만... 나는 역시나 떠날 운명이라 이 바보를 책임질 수는 없었고... 그렇게 나는 베트남에서의 첫번째 이별을 겪었다. 그 이후가 쿤어이와의 이별. 강아지와의 이별도 정말 힘들다. 왜 강아지들은 내일 나 떠나 이말을 전해주지 않는 걸까. 때로는 그들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이 놈은 밤의 여우. 우리 동네의 길거리 개

눈길 한 번 안주던 검은 입의 개의 여우를 닮아서 여우로 이름 짓던 이름모를 강쥐



3. 카페 집 강아지 쑤~

카페 필름은 후에 의대 후문의 카페로 현지인들의 카페였다. 왜 이름이 필름인지는 모를 일이고 아무튼 주로 현지 남자사람들이 카드게임을 해대던 약간은 허름한 카페였다. 내가 일하던 후에 의과 대학교 주변에다 학교 관계자들은 전혀 오지 않는 곳이어서 혼자 쉬고 싶을때 가끔씩 가서 음료를 시켜고 앉아서 핸드폰질을 했던 카페였다. 별다른 에피소드도 없는 그저 그런 카페였던 그 곳에

어느 날 이놈이 나타났다. 매마른 땅의 단비 같았다고나 할까


쑤~쑤~

처음에는 늘 이런 뒷모습만 보여줬다. 한 눈에 봐도 뭔가 띨띨해 보이는 개였다. 그리고 겁도 많아 보였다.

그래 차차 접근하면 친구가 될 수 있겠지. 소세지라도 싸와서 유혹해 볼까 했는데 매번 까먹고 소세지를 사올 수 없었다. 처음에는 나만 보면 으르렁 짖어댔었다. 나름 단골이었고 네 놈보다 먼저 이 카페에 발길을 대던 나였는데 말이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을까 어느 순간 이 놈이 내가 카페에 들어서기도 전에 내 발자국 소리를 알아보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자랑스러웠다 ^^. 낯가림이 심한 녀석이라 웬만한 단골이 아니면 눈길도 주지 않던 녀석. 아니 그런데 저 녀석의 목에 걸린건 무엇인가 주인에게 물었더니 혹시 길을 잃을까 카페 필름의 브로치를 매달아 주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도 질 수 없지


나도 하나 달라고 해서 손가방에 매달고 다녔다. 뭔가 쑤와 친구가 된 기분이라 좋았다


쑤. 이 놈. 어느 순간 우리의 커플 브로치를 잃어 버린 녀석. 혹시나 길을 잃을까 내가 가방에 달고 다닌 브로치를 매달아 주려 했는데 갑자기 무언가를 보고 멀리 뛰어간 녀석


쑤와 절친이 되면서 나는 이 카페를 더욱 자주 들락거렸다. 어쩔 땐 하루에 3번이나. 쑤도 보고 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일석이조

그런 이 녀석도 하루 아침에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 말았으니...혹시 브로치가 없어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난 걱정했는데 주인 왈, 근처 식당으로 보내버렸다는 이야기... 왜 베트남에서는 강쥐와 오래도록 우정을 나눌 수 없는 것일까. 저주에라도 빠져버린 느낌이었다. 언제 또 어디서 강쥐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거니




4. 그 외 잠시 스친 댕댕이들


하장 주말 시장에서 만났던 댕댕이. 애교 많은 이 녀석은 시장에 팔려고 나온 녀석이었는데 지금은 좋은 주인을 만났을까


하노이 주말 차 없는 거리에서 만난 녀석. 주변인들의 눈길을 받는 인기가 많은 녀석이었다

배고파 죽겠다구


베트남 식당에 가면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배고픈 척 연기하는 강아지


자주 가던 강가 옆 게 다리 집 주변을 서성대는 녀석이었다



얘는 후에 주변 온천지역에서 본 강아지 동상. 무엇이 그리 좋아서 웃고 있을까


얘는 누구니. 어디선가 길가에서 만났겠지


또 식당 근처에서 불쌍한 척 하는 강아지를 만났다


결국 너는 오늘도 나의 일용할 양식을 빼앗아 먹는 걸 성공했구나


베트남의 북쪽 산골 산파에서 만난 식당 개. 추운 지방 개 답게 털이 보송보송했다


베트남 중부 꽝나이 성의 선미 박물관. 개들도 베트남 전쟁으로 수난을 당했나 싶었다


마지막으로 베트남의 유명 허니문 플레이스인 달랏에서 만난 칼라플한 강아지

특이하다... 아트카페라는 유명한 스파게티 피자 집 근처에서 만났는데 정말 아트 아트했다~

베트남의 강아지들을 사랑했지만 그 사랑은 끝끝내 배신으로 돌아왔으니... 1년의 임기를 마치고 드디어 귀국해야 할 날 아침. 1년간 불어난 짐을 배낭에 겨우 구겨 싸고 집을 나설려는 차에 행방불명된 나의 신발 한 짝. 하노이에 놀러가서 큰 맘 먹고 150만동이나 주고 산 real 컨버스 가죽 운동화의 한 짝 만이 덩그러니 남아있던 마당... 황당하게 서 있던 나에게 베트남 친구가 건넨 말은

"동네 개가 한 짝 물어 갔나 보다" 였다. 그렇게 배신감을 안고 쪼리를 질질 끌며 나는 그렇게 베트남을 떠났다...


언제 또 어디선가 베트남 강아지들과의 새로운 인연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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