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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gry Traveller Aug 13. 2017

베트남의 귀요미 “아기 복권”

Feat 곰돌이 푸와 친구들


곰돌이 푸와 친구들이 그려있는 베트남의 앙증맞은 “아기 복권”

통역관 수언과 타오와 함께 점심을 먹을 때였다. 우리는 방금 전에 방문한 꽝나이 성 노동사회청에서 50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의 노점에 자리를 잡고 베트남 쌀국수 퍼를 한 그릇씩을 시켰다. 덤으로 옆 노점상에서 파는 사탕수수 주스도 시켜서 함께 마셨다. 가격은 미안하게도 퍼 3그릇에 32,000동(1,600원), 그리고 사탕수수 3컵에 15,000동(750원). 먹으면서도 왠지 미안해지는 너무나 저렴한 가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베트남 중부의 소도시. 말이 도시지 알고 보면 그냥 시골 같은 시골 마을에 불과했다. 그나저나 퍼가 조금 매워서 갑자기 콧물이 찔끔 났다. 가방을 뒤져보니 오늘따라 휴지가 없다. 베트남의 저렴한 식당이나 노점들은 휴지 대신 자른 종이를 휴지처럼 내놓는다. 입가를 닦는 데에는 문제없지만 콧물을 닦으려면 조금은 무리가 없지 않아 있는.

베트남 식당의 휴지와 양념세트

- 어? 저 복권 파는 아주머니 휴지도 파네? 휴지 얼마래?

= 그거 휴지 아니에요. 복권이에요.

- 복권? 뭐? 이게? 하하 아기 복권이야?

=아기 복권이라고 부르고 싶으면 아기 복권이라고 할게요. 2000동 (100원) 밖에 안 해요. 한 번 해 보세요~

아기복권

아기 복권이라니 생각나는 썰이 하나 있다.

아기폰의 루머(검색어 1위에 아이폰보다 저렴하고 작은 사이즈의 소유했다는, 즉 아이폰의 아기라고 했던 핸드폰. 결론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는 들어봤어도 아기 복권 얘기는 처음이다.


갑자기 호기심이 꿈틀꿈틀.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겉포장이 너무너무 귀엽다.

2. 게다가 즉석복권처럼 바로 당첨 여부 확인도 가능하다.

3. 당첨 여부는 우리나라 문방구의 전통놀이 “뽑기”와도 비슷하다. 만약 우리가 아는 즉석복권처럼 동전으로 긁어 확인하는 것이었다면 나는 아마 이 아기 복권을 사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기 복권의 당첨여부 확인 종이

방법이 무척이나 클래식했다. 한국에서 돼지꿈을 꿔도 로또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싶지 않아 로또 구입을 하지 않았던 나지만 이 아기 복권에 대한 기대감은 차마 저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 하나 사 자. 하나 사! 아기 복권을 사는 김에 ‘어른 복권’ 도 하나? 어른 복권은 10000동으로 한국 돈으로 따지면 500원가량이다. 결국 나는 아기 복권 한 장과 어른 복권 한 장 구입했다. 그리고 드디어......


아기 복권 겉포장을 뜯었다.

이 포장을 뜯으면 달콤한 레몬향이 나는 물티슈가 나올 것 같아.

고이고이 접혀 있는 아기 복권.

정말 앙증맞은 복권이다. 귀여워.


최고 당첨금은 천만 동, 즉 우리 돈으로 50만 원가량이다. 초등생을 위한 뽑기 정도로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당첨금이 세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아기복권에 적힌 숫자들을 당첨번호가 적힌 종이 위의 숫자와 하나하나 맞춰 보았다. 어... 한 번만 더 맞춰볼까?



땡~~~


난 뽑기에서도 큰 거를 뽑아본 역사가 없다. 그래도 뽑기에서는 땡이 나오면 콩알 박힌 사탕이라도 주지, 아기 복권은 냉정하게도 그냥 땡~일 뿐이다.

그래. 어른답게 어른 복권으로 승부를 보리라.

흔한 복권, 일명 어른 복권

베트남의 복권은 매일 오후 5시에 추첨을 한다고 하여 일단 5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최고 당첨액은 어른 복권인 만큼 750 만원 가량 되었다. 그래. 무슨 50만원 짜리 복권에 떨고 그랬어.


역시나

결과는 땡!

그런데 전혀 아쉽지 않다.

다행이다!

아니 조금은......

곰돌이 푸와 친구들 아기 복권

그래도 아기 복권이 있다는 이 귀여운 사실을 발견한 것으로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물론 아기 복권 주세요! 하면 뭐? 무슨 복권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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