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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Pig's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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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gry Traveller Aug 05. 2018

캔 뚜껑 손잡이 달린 베트남의 코코넛

간편하게 마시는 베트남의 코코넛 주스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시아에 가게 되면 꼭 빼놓지 않고 마시는 코코넛 주스. 큰 슈퍼마켓에 가면 코코넛을 통째로 팔기도 하지만 스스로 코코넛 뚜껑을 따야 한다는 부담감에 감히 코코넛을 살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간혹 카페나 가야지 속에 고인 물을 마시고 속 안을 파 먹을 수 있었던 코코넛. 호텔 방에 갖고 가서 먹고 싶었지만 꿈에도 꿈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게다가 간혹 카페에서 코코넛을 시킨다고 해도 속 안을 파먹을 수 있도록 숟가락을 갖다 주지 않는 카페도 많고 숟가락을 시킨다 해도 플라스틱 숟가락을 주거나 혹은 숟가락 끝이 날카롭지 못해서 속 안을 파먹을 수 없을 때도 많았다. 아님 너무 오래된 코코넛을 줘서 속 안이 이미 딱딱하게 굳어 버린 코코넛을 주거나 그러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캔뚜껑 손잡이 달린 베트남 코코넛

편의점 계산대 근처에 아이스박스 안에 살포시 놓여 있던 코코넛. 특이하게도 참치캔 뚜껑 손잡이 같은 게 달려 있었다. 제일 작은 크기의 코코넛은 1000원이 조금 넘은 가격이었는데 캔 뚜껑 손잡이가 달려 있지 않아 포기했고 중간 크기 정도의 코코넛은 캔 뚜껑 손잡이가 달려있는 대신 가격은 2000원이 넘었다. 사실 이 가격이면 천 원 정도 더 주고 카페에서 시켜 먹을 수 있는 가격이긴 한데 나는 코코넛을 꼭 침대에 누워서 편한 자세로 먹어보고 싶었었다. 그래서 실험 삼아 그냥 하나 사보기로 했다. 과연 이 뚜껑이 손쉽게 열릴 것인가.

뒷모습도 앙증앙증 귀엽다

처음에 샀을 때는 사실 속 안을 파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은 이미 버린 후였다. 설마 속 안까지 파먹을 수 있는 코코넛을 주겠어하고 바로 체념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은 속 안까지 파먹을 수 있는 코코넛을 만나기가 그리 쉽지도 않을뿐더러 간혹 카페가 아닌 밥을 파는 식당에서 코코넛을 시키고서 속 안을 파먹고 싶다고 하면 마시던 코코넛을 들고 가서 아주 큰 칼로 반을 갈라서 주곤 하는데 그 모습이 그리 위생적으로 보이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코코넛 전문점을 찾지 않고서야 코코넛 속 안을 파 먹는 것을 그냥 포기하곤 했다.

똑 하고 손쉽게 열린다

일단 캔 뚜껑 손잡이를 참치 캔 따듯 잡아당겨 보았다. 꼭지는 정말이지 아주 손쉽게 열렸다. 똑하고. 그런데 아차 싶었다. 빨대... 빨대를 하나 사 오는 것을 잊고 말았던 것이다. 어떨 수 없었다. 원시의 시대로 돌아가는 수밖에.

빨대는 필수

베트남 식 젓가락으로 찔러보았더니 다행히 마실 수 있는 공간은 만들어 주었다. 원시의 시대로 돌아가서 그냥 빨대 없이 마셔버렸다. 그 맛은... 아주 신선했다. 카페에서 시켜 먹는 맛보다 훨씬 신선하고 맛있었다. 주스를 다 마시고 이제 뚜껑을 완전히 따 볼 차례. 그냥 손으로 뚜껑을 뜯어보려고 했는데 꿈쩍도 안 해서 과감하게 칼로 몇 번 힘을 주어 그어 버렸더니 다행히 뚜껑을 열 수 있었다. 짜잔~

속살은 생각보다 튼실했고 제법 먹을 것이 많았다. 내가 갖고 있던 숟가락이 날카롭지도 않았는데 잘 긁어져서 맛있게 냠냠.

한국에서도 저렴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가끔 동남아의 향기가 그리울 때 마시면 좋을 것 같은 코코넛 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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