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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gry Traveller Mar 16. 2021

한국에서 베트남 하노이까지 육로로 1

한국에서 중국(우한포함), 베트남까지 육로여행의 기록

북한에서 베트남 하노이까지 기차로 이동해서 화제가 된 김정은의 여행스토리(?)가 생각 나 쓰는 글. 비록 북한 출발은 아니어도 서울-중국(우한 통과)-베트남 하노이 1회 그리고 곧바로 베트남 하노이-중국-서울 1회 육로로 이동했던 경험이 있기에 여기에 그 기록을 남겨보기로 한다.


때는 2017년 8월1일. 나는 2017년 8월 10일에 있을 베트남 하노이 미팅을  위해 한국에서 중국을 거쳐 베트남으로 가는 육로를 선택했다. 사실 그때의 나는 반백수나 다름 없던 시절이라 남는 것이 시간. 게다가 비행기 타기를 무척이나 꺼려했었던 시기였기도 했다. 회사에서 제공한다는 왕복 비행기표도 마다하고 나는 그렇게 다시 육로를 선택했는데 예상보다 베트남 일정이 앞당겨지는 바람에 총 9일에 걸쳐 서울에서 하노이까지 육로여행을 끝내야만 해서 무척이나 급히 이동하였다. 대략적인 일정은 서울에서 인천 항까지 지하철과 시내버스 그리고 인천 항에서 중국 청도까지 국제여객선, 중국 청도에서 부터는 기차를 타고 타고 갈아타서 마지막 종착역인 하노이 도착, 이것이 대략적인 나의 여정이었다. 나는 이 일정을 희미하게 내 머리 속에 담아 그렇게,  무더운 여름이 시작할 때 즈음 서울을 떠나 중국 청도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인천 출발 중국 청도행 여객선

서울에서 인천 역까지는 인천행 특급지하철을 타고 다시 버스를 타서 인천 항에 도착했고 이어서 바로 청도행 여객선을 탔다. 다행히 중국 2회 복수 비자 중 1회가 남아있어 따로 비자는 받지 않아도 되었다. 그때는 8월 1일로 한국도 점점 더워지는 시기 였던 것 같다. 중국으로 가는 배는 여러번 타본 경험이 있어서 크게 신경이 쓰이진 않았으나 마침 청도 행 여객선이 40프로 할인을 하는 시기여서 디럭스 룸으로 티켓을 사버렸다. 이 디럭스 룸은 2인 이상 묵는 형식인데 사람이 많지 않아서 1인 비용으로 혼자 지낼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하셔서 운 좋게 혼자 하룻밤을 지낼 수 있었다.

여객선 디럭스룸

트윈침대와 욕실이 딸린 방이었는데 냉장고에는 생수가 있었고 호텔에서 신을 수 있는 1회용 슬리퍼에, 티비까지 있어서 호텔급은 아니라도 그럭저럭 편안하게 하룻밤을 지낼 수 있는 수준은 되었다. 출발하기 전 이마트에서 사온 컵라면, 과자 등을 먹고 티비를 보고 있으니 여객선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실 이 배를 여러번 타봤지만 이렇게 멀미로 고생했던 밤도 없었던 것 같다. 멀미약이라도 챙겨먹을걸. 그 날따라 배가 출렁거려서 안좋은 속을 달래며 고통스러워 하다가 어느순간 다행히 잠에 들었는지 눈을 뜨니 어느덧 날이 밝아 있었다. 파도가 쎄서 배가 속도를 내지 못했는지 예상보다 2시간 후에 하선을 하였고 급한 마음에 청도항에 도착하자 마자 시내버스를 타고 청도역으로 가서 다음 목적지인 제남행 기차표를 끊었다. 청도-제남은 기차로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로 구간이 짧아서 이 구간은 비지니스석을 타보기로 마음먹었고 다행히 그리 비싸지 않은 값에 기차표를 예매할 수 있었다. 청도의 날씨는 어찌나 덥던지, 배가 청도 항에 몇시에 도착할지 정확히 알 수가 없어서 한국에서 미리 기차표 예매를 하지 않고 갔는데 기차표 예매를 위해 기차역에서 30분 이상 줄을 서고 기다릴라치니 몸에서 어찌나 땀이 나던지 정말이지 곤욕이었다. 다행히 기차표를 비지니스석으로 끊고 스타벅스에서 1시간 정도 더위를 식힌 후 제남행 기차에 올랐다.

청도-제남 기차

제남까지는 2시간도 걸리지 않기에 들고간 책을 10페이지 정도 읽으니 제남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비가 내리는 축축한 길을 걸어 미리 예약해 둔 호스텔로 걸어가니 날은 벌써 어둑어둑 해 지고.  제남은 이번이 3번째 방문이었는데 지금까지 제남에서는 늘 5만원짜리 아파트 호텔에 묵곤 했었다. 주로 상하이-제남-청도 이렇게 육로로 이동할때 제남을 들르곤 했는데 청도 배를 타기 전 마지막 력서리함을 맛보고 싶었기도 했고 또 아파트 호텔 주변이 번화기였기에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쇼핑을 하기도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돈도 절약하고 잠만 잠깐 자고 나갈 생각에 귀여운 호스텔을 예약했다. 가격도 18000원 가량으로 저렴했다.

제남 기차역과 호스텔

원래는 배낭을 들고올 생각이었으나 예상보다 일정이 훨씬 길어질 것을 대비해 캐리어를 끌고 왔다. 육로에 캐리어는 사실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이번에는 배낭에의 욕심을 살짝 버릴 수 밖에 없었다. 귀여운 이불들과 소박한 방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컵라면을 먹고 다음날은 우한행 기차를 타기 전 제남 시내를 구경했다.

제남에서 우한가는 기차

우한행 기차는 숙박비도 아낄겸 오래된 야간 침대기차를 타기로 했다. 이때부터는 기차표를 인터넷으로 예매했던 것 같다. 수수료는 붙었지만 좌석확보가 미리 가능하고 힘들게 줄을 서서 기차표를 구하지 않아도 되고 게다가 땅덩어리가 큰 중국은 중국내 전구간 기차표 예매도 불가능했다. 거리가 먼 지역의 기차표 예매를 기차역에서는 불가능한 경우가 있기도 해서 인터넷 예매를 주로 했다. 시간 보내기에 좋은 카라멜맛 해바라기씨와 저녁으로 먹늘 중국 컵라면, 아이스티까지 구입해서 기차에 올랐다. 원래는 가장 비싼 칸인 맨 아랫칸 침대를 쓰고 싶었으나 자리가 없어서 중간 침대를 예약했었다. 잠을 자기 전에 앉아 있을 생각으로 창가 의자에 먼저 앉아 자리를 맡고 짐만 침대 위로 올려 놓았다. 중간 침대이기 때문에 한 번 올라가면 내려오는 것도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침대에서 내려오려면 신발을 찾아 미리 바닥에 던져 두고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야 했다. 그래서 가능하면 자기 전까지 창가의자에서 버티다가 졸리다 싶을때 화장실에 갔다가 올라가서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잠을 깨지 않는게 최선이었다.

우한행 기차에서 시간 떼우기

이번 기차에서 뜨악했던 점은 바로 금연! 전칸이 그리고 칸칸사이에도 이제 모두 금연이 된것이었다. 따라서 흡연자들은 기차가 중간중간 설때 기차역에서 재빠르게 흡연을 시도했다. 큰 도시에서나 몇분이상을 쉬어가지 작은 도시는 1분 정도 쉬었다가 출발하기에 흡연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던 것이다. 저녁이 되자 나도 컵라면을 먹고 조금 큰 도시에 정차하길 기다렸다가 다른 중국 흡연자들을 따라 황급히 내려서...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아이패드로 책도 읽다가 어느 순간 다행히 잠에 들었고 아침에 눈을 뜨자 기차는 우한에 거의 도착하려고 하고 있었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하여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을 우한이었지만 2017년에만 해도 나에게 우한은 무척이나 생소했다. 우한을 꼭 가보고 싶었다기 보다는 중국을 가로질러 가는 중간에 쉬어갈 만한 위치에 있어서 우한을 선택했고 처음으로 가는 거라 여러모로 귀찮다는 생각을 더 갖게 했던 곳. 우한의 첫 느낌은 뭐랄까. 물론 거의 모든 중국 도시들이 갖고 있는 특성 처럼, 신문물과 구문물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의 도시였다. 우한에 도착하자 마자 해야할 일은 숙소를 구하는 일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최소 전날에 숙소를 예약했을터였는데 한국을 출발하여 중국항 배에서부터 우한까지 쉴틈없이 이동하는 바람에 숙소를 구하는 것을 계속 미뤘어서 황급히 주변에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을 살폈다. 그러나 너무 이른 아침이라 주변 카페는 아직 문을 열지 않은 듯 했고 다행히 기차역과 멀지 않은 곳에서 PC방을 발견했다. 인터넷을 사용하고 싶다니 중국말로 답변을 해주는데 멤버쉽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 같았다. 나는 멤버가 아니라고 하니까 다행히 그냥 자리를 하나 내어주고 인터넷을 쓸 수 있게 해주었다. 돈은 안받겠다며 자기 자리라며 내어 주어서 미안한 마음에 나는 억지로 밀크티를 하나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호텔사이트를 열어 기차역 근처의 호텔을 하나 예약하는데 성공. 몸도 피곤하고 씻고 싶은 마음에 계산을 하려고 얼마냐 했더니 인터넷 사용과 밀크티까지 모두 무료로 주겠다며 여행을 온 거냐고 물었다. 좋은 여행 하라는 말까지 해주고. 중국에서 이렇게 친절한 사람을 만나다니 그것도 아침 7시경에 처음 가본 우한이라는 도시에서. 그때는 너무 감동을 받은 것도 같다. 지금까지 중국 도시를 여러 곳 다녀봤지만 우한 만큼 친철한 사람들을 못본 것 같다. 돈을 받지 않을 건데 태연하게 밀크티까지 주문하는 나의 요청을 그대로 들어주었다는 것이 너무도 신기했다. 고마움에 밀크티를 마시며 거리로 나와 조금 느긋하게 호텔 위치를 찾기 시작했다.

공짜로 얻은 밀크티와 힘들게 찾은 호텔방

이때까지는 몰랐다. 중국에서는 구글맵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중국에서는 구글이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하여 호텔을 찾는데 너무 힘이 들었다. 같은 지역을 몇바퀴 돌도 돈 후에 겨우 찾은 호텔. 다행히 early check in을 하게 해주어서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잠을 조금 청할 수 있었다. 사실은 삼국지의 역사도 봐야겠지 하면서 우한을 찾았으나 내일 저녁에 다시 기차를 타고 계림으로 떠나야 했기에 피곤한 마음에 시내만 둘러보기로 마음을 바꿨다. 날씨는 어찌나 습하고 더운지. 지하철 표를 끊는 법이 어려워 고생하고 중국 사람들에게 지하철 타는 곳을 물어 보느라 손바닥을 펴서 내가 산 표를 보여주는데 손바닥이 땀으로 흔건하게 젖어 있어 놀라고 창피할 정도로. 손바닥에도 땀이 나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그런데 그 더위에도 우한 사람들은 나에게 침착하게 길을 알려주고 웃으며 즐거운 여행을 하라고 말해 주었다. 우한은 정말 친절한 도시라고 여겨졌었는데 2021년인 지금의 우한은...... 그리고 앞으로 이렇게 우왕좌왕 다시 여행할 수 있는 날은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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