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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 충돌 속에서 피어나는 리더십

by 유니유니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정치권의 대의제 민주주의가 주는 원리적·제도적 견제와는 또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회사 생활이나 조직 내 대인관계에서는 권력분립, 언론 감시, 제도적 투명성과 같은 장치가 거의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해관계 충돌이 더욱 직접적이고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러한 상황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서로 다른 이익을 좇는 사람들을 하나의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에서도 가능하고 의미 있는 리더십 모델이 존재하며,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접근들을 고려할 수 있다.


1. 공유 가치의 재발견과 설득의 아젠다


이기적으로 보이는 행동 이면에도 구성원들은 어떤 식으로든 공통된 이해나 가치를 공유하고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직이 장기적으로 성장해야 개인의 이익도 극대화될 수 있다는 점, 신뢰 기반의 협업 문화가 결국 개인의 업무 스트레스를 줄이고 성과에도 유리하다는 점 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다.

리더는 단순히 “우리 모두 협력하자”는 모호한 구호 대신, 구체적인 목표(예: 시장 점유율 확대, 혁신 프로젝트 성공, 내외부 신뢰 형성)와 그 목표를 달성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개인별 이익을 명확히 제시하는 ‘아젠다 세팅’을 통해 각자의 이익 추구와 공동체적 가치 실현을 연결 지을 수 있다.


2. 관계적 리더십과 신뢰 형성


사람들은 자기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상황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상대에게는 협력하는 경향이 있다. 즉, 리더는 개인 간 신뢰를 구축하는 “관계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지시하거나 명령하는 태도가 아니라, 상대방의 관점과 필요를 적극적으로 듣고 존중하는 커뮤니케이션, 작은 약속을 지키는 실천, 타인의 성과나 노력을 공정하게 인정하는 보상 시스템 등을 통해 형성된다.

신뢰는 단번에 형성되지 않지만, 일정 기간 동안 리더가 일관되게 정직하고 공정하며, 상대방의 자율성과 성장 기회를 보장해주는 태도를 보인다면, 이해관계 충돌이 심한 환경에서도 협력적 분위기를 어느 정도 이끌어낼 수 있다.


3. 협상의 기술과 윈-윈 전략


일상생활이나 회사생활에서도 일종의 ‘정치’가 존재한다. 이익이 다른 개인들을 한데 모으는 데는 협상 능력이 필수적이다. 협상은 단순히 주고받기가 아니라, 상대방의 깊은 이해관계와 욕구를 파악하고,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해법을 함께 모색하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리더는 상대방의 근본적 필요(예: 안정적 커리어 발전, 인정 욕구, 업무환경 개선)를 파악하고, 동시에 조직 목표와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함으로써 “개인의 이익 추구”와 “공동체적 목표 달성” 사이에 접점을 마련할 수 있다.


4. 명확한 규칙과 공정한 구조의 설계


제도적 장치가 민주주의처럼 견제 기능을 하지 못하더라도, 팀 단위나 회사 내 규칙, 평가 기준, 보상 제도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하면 개인들의 이기적 행동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 공정한 규칙을 바탕으로 한 성과 평가, 명확한 의사소통 구조, 갈등 발생 시 처리 절차의 공개성 확보 등을 통해 이해 관계자들은 “불공정한 상황에 내몰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이는 각자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최소한의 협력 방식을 유지하게 하는 구조적 바탕을 제공한다.


5. 장기적 관점의 제시


사람들은 단기 이익에 집착하기 쉽지만, 리더는 장기적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지금 당장의 작은 이익보다 장기적으로 커질 파이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 당장 경쟁자에게 한 발 양보하면, 나중에 더 큰 프로젝트를 함께 딸 수 있다”는 식의 장기 플랜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면, 구성원들이 단기적 손해처럼 보이는 행동도 수용할 여지가 커진다. 리더의 역할은 이처럼 미래지향적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그 안에 개인의 성장과 조직의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담아내는 것이다.


6. 개인의 성장 동기 부여


이익 추구가 곧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커리어 발전, 전문성 확대, 자기효능감 증진에도 관심이 있다. 리더는 각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돕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 심리적·경력적 만족감을 얻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개인은 이기적 욕구를 충족하면서도, 조직의 방향성에도 자연스럽게 기여하게 된다.


종합하자면, 이기적 이익 추구가 팽배한 환경에서도 리더십은 “공유 가치 창출, 신뢰 형성, 협상 기술 활용, 제도적 공정성 확보, 장기적 비전 제시, 개인 성장 동기 부여”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 완벽한 조화는 어렵겠지만, 이러한 리더십 전략을 통해 서로 다른 이익을 좇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 한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살아가고 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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