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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시대에서, 내가 선택할 삶의 가치들

by 유니유니

민주주의가 인간의 본성 앞에서 제도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정상적으로 작동하느냐는 의심스러울 수 있고, 세상의 많은 일들이 개인의 의지나 선한 노력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운, 구조적 불평등, 예상치 못한 변동에 의해 결정되곤 한다. 이런 복잡한 현실 속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관은 단순히 “나쁜 점을 이용해 먹을 것인가, 아니면 세상을 바꾸기 위해 애쓸 것인가”라는 양자택일로 축소되기보다 좀 더 복합적이고 유연한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1. 실용적 이상주의


완벽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순수한 이상주의는 현실 앞에서 좌절하기 쉽다. 동시에 모든 것이 부패했고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다는 냉소는 삶을 회의와 허무감으로 몰고 간다. 실용적 이상주의란 현실을 냉정히 바라보면서도, 그 현실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는 작은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말한다. 즉, 전체 구조를 단숨에 바꾸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삶의 범위 안에서 정의롭고 윤리적인 선택을 지속함으로써 개인적·지역적 차원에서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2. 상호 의존성에 대한 인식과 연대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으며, 인간의 본성 또한 순수한 이기심만이 아니라 협동과 공감, 연대를 바탕으로 진화하고 발전해왔다. 민주주의 역시 시민들이 서로 감시하고 견제하며 동시에 공공선을 향해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성숙한다. 세상이 불완전하고 많은 것이 운에 의해 좌우되더라도, 서로를 돕고 지지하는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은 무력감 대신 연대감을 키우는 실천적 가치이다. 이럴 때 “좋게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단지 거창한 정치 개혁이나 거대한 사회운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과의 신뢰관계, 대화, 이해의 확대를 통해 사적 이익만이 아니라 공동체적 이익을 조금이라도 살피는 생활 태도를 갖추는 것이다.


3. 윤리적 판단력과 자기 성찰


나쁜 점을 활용하여 단기적인 이익을 얻는 것은 당장은 유리해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삶의 질, 정신적 안정,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자기 존중감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인간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살 것인가?”를 통해 스스로를 규정하고 발전시키는 존재이다.

윤리적 판단: 어떤 행동이 단기적으로 이익이 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타인에게 가해지는 고통, 공동체 신뢰의 약화를 고려한다면 적어도 무조건적 이기주의를 합리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기 성찰: 자신의 가치관이 단지 이상적 구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삶, 소비행태, 인간관계, 업무 방식 등의 구체적 선택에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4. 겸손한 운명론과 능동적 태도


세상에 많은 부분이 운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겸손히 인정하면서도, 운명에 단순히 휩쓸리는 수동적 존재로 머물 필요는 없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고,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주어진 자원을 최선으로 활용하며, 개선의 여지와 기회를 포착하려 노력하는 능동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단지 물질적 성공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성장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5. 긴 안목과 지속성


민주주의의 개선, 사회의 성숙, 제도의 진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수많은 세대에 걸쳐 형성되고 변동되는 것이다. 이 속에서 개인은 순간적 패배나 실망에 매몰되기보다 긴 안목을 갖고 자신이 의미 있게 여기는 가치에 꾸준히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런 장기적 시각은 어쩌면 즉각적 보상이나 단기적 만족 대신, 미래 세대와 장기적인 사회적 선을 염두에 두는 삶을 가능하게 한다.


종합하자면, 세상의 불완전성, 인간 본성의 한계, 제도적 결함, 운의 작용 속에서도 삶을 영위하는 한 개인으로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가치관을 갖출 수 있다.

단순한 냉소나 순진한 이상주의를 넘어선 실용적 이상주의를 추구하기

연대와 상호 의존성을 인식하고, 작은 범위라도 긍정적인 변화를 모색하기

윤리적 판단력을 바탕으로 자기 존중과 사회적 책임감을 동시에 추구하기

운명적 요소를 겸허히 인정하되, 가능한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유지하기

짧은 순간에 집착하기보다 긴 안목으로 지속적인 노력과 성장, 진보를 도모하기


이러한 가치관은 불안정한 세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고, 민주주의든 다른 제도든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현실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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