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회사 생활일지 #2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른다. 이제 막 3주가 지났을 뿐인데, 어느새 한 달이 코앞이다.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는 과정은 언제나 그렇듯,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무게감 있는 선택을 반복하는 일이다. 이직이란 결국 짧은 면접을 거쳐 채용이 결정되고, 서로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다. 이 신뢰를 형성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조심스럽고, 가장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특히 조직이 클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만큼 신뢰를 쌓는 데 시간이 걸린다. 모든 관계는 결국 시간이 쌓아 올리는 벽돌 같은 것이지만, 그 안에서도 반드시 먼저 갖추어야 할 것이 있다. 업무적 역량이 기본일 것이고, 이후 인성을 비롯한 다양한 요소들이 검증된다. 그렇게 여러 단계에 걸쳐 서로를 알아가고, 결국 조직 안에서 하나의 톱니바퀴로 맞물려 돌아가게 된다.
지난 3주는 그 준비의 시간이었다. 조직을 익히고, 사람들을 익히고, 내가 다루게 될 솔루션을 익히는 시간. 그리고 이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를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분명했다. 조심스럽게 하나하나를 익히고, 세심한 태도로 관찰하고, 신중하게 질문을 던지며 내 자리를 찾아가는 것.
하지만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지금까지의 태도로 계속해서 배울 것은 배우되, 그저 익숙해지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하나의 조직원으로서 나를 인정받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그다음에는 더 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곳에서 내가 가진 경험은 어떤 가치를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조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
신뢰는 시간과 행동으로 쌓인다. 그리고 조직에서의 진정한 자리는, 단순히 그 틀에 맞추어 녹아드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무언가를 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제는 천천히 그 방향을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