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햅삐햅삐 뉴 이어!

by 윤이나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나에게는 항상 따뜻한 공간으로 기억되는 브런치에 오랜만에 들어왔다. 전에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니 읽는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긴다는 게 꼭 '한동안 안녕히...'라는 느낌 같네.


어느덧 강릉 살이도 2주 남았다. 그렇게 안 갈 것 같던 1년이 여름에 한번 더 이사하고 집에 쏙 적응하고 나서는 순삭이다. 9월 중간 검진에서 이슈가 있어 정신없이 치병에만 몰두했으니 하반기는 운동, 식단, 명상 등 몸을 아끼고 마음 공부했던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11월에는 이사 갈 집 구하러 장거리 여행을 다녀왔고, 2박 3일 일정으로 엄마가 내려와 근교 여행을 갔었다. 또 남편과 함께 강원청년센터에서 주관한 보리울림 명상 체험을 함께할 수 있었다. 상반기에 명상을 배우면서 든든한 인생의 동반자를 만난 느낌이었는데, 좋은 것을 남편과 함께하니 두 배 세 배로 행복했다. 오랜만에 보리선생님도 뵐 수 있어서 반가웠다.


그리고 12월 첫째 주 남편의 해외 출장 기간에 출판사에 투고할 원고를 최종 편집하고 출간기획서를 만들었다. 가독성 있게 ppt로 만들고 싶어 유료 프로그램도 구입했지만 며칠을 끙끙대도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 그냥 자신 있는 한글 파일로 완성했다. 한 달에 한 번 했던 건강 독서모임도 올해 마지막 모임을 가졌고, 병원 재검사를 위해 CT를 찍고 결과를 봤다. 전이도 아니고 물도 확연히 줄었는데, 교수님이 뭔가 찜찜하신지 계속

"언젠가는 항암을 해야 하는데, 언젠가는 항암을 해야 할 텐데..."

이러셔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왜냐고 물어보면 나름의 논리가 확실하신 분이라 상처받을까 봐 못 물어보고 있었는데, 남편이 어떻게 내 마음을 알고 대신 물어봐줬다.


교수님은 그냥 "암이어서 그렇다"고 지금까지 잘 관리했으니까 다시 항암을 할 시기를 최대한 노년으로, 나중으로 미루도록 하는 게 좋다고 이야기했다. 별로 동의할 수 없었지만 나는 따지고 드는 성정은 못돼서 그냥 속으로

'절대 안 해. 그런 일 절대 없을 거야. 내가 그렇게 안되도록 관리할 거야.'라고 계속 되뇌였다.


무엇보다 올해 가장 중요한 이벤트!!!

드디어 출판사에 투고를 했다. 12월 17일부터 20일 4일 동안 딱 서른 군데 출판사에 글을 보냈다. 브런치북 <윤이나는 삶>과 <삶이 나에게 두리안을 주었을 때> 그리고 <꺼내먹어요 1>의 글을 대중에 입장에서 읽기 좋게 편집했다. 사실 글은 두 달도 안 걸렸는데 투고하기로 마음을 먹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중고등학교 6년간 문예부를 하면서도 담당 선생님이 "니는 글은 잘 쓰는데, 제발 글을 좀 가져와라. 왜 글을 안 보여주노."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혼자만 내내 쓴 글을 누군가에게 보이고 평가받는다는 게 좀 어려웠다. 소설이나 시, 동화 뚝딱뚝딱 척척 써내는 만능 문학가라면 좋았겠지만, 고등학교 이후로는 줄곧 산문만 써온 터라 개인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를 들고 세상 밖으로 나가자니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었다.


나름 용기 있게 시작한 브런치에서 응원도 받고, '내 이야기를 담은 글도 공감을 받을 수 있구나.'를 느끼고 나서는 조금 더 자신이 생겼다. 왜 뮤지컬 마틸다에서 쬐끄만 어린이면 '쬐끄만 용기'를 내면 된다고 주인공이 말하지 않는가. 나도 쬐끄만 용기를 쌓아가고 있다.


나름대로 나의 글과 결이 맞다고 판단되는 출판사, 이곳에서 첫 책이 나와도 후회하지 않을 곳들을 엄격하게 선별했다. 내 서재에 꽂힌 책들 그리고 좋아하는 인생책들, 서점 에세이 코너에 놓여있는 책들도 꼼꼼히 살폈다. 그리고 다시 온라인 서점에서 그 출판사들에서 최근 5년 내 발표한 도서들을 분석했, 64개 정도의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서른 곳을 추려 투고를 했다.


오늘 기준으로 9곳에서 회신이 왔고, 5곳은 아직 수신이 확인 안 됐다고 표시되는데 출판사 전용 메일이라 수신확인 여부가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다. 다른 분들 투고 후기 보면 100군데, 200군데 메일 보내서 회신율이 20프로도 안되던데, 나는 그래도 (정중한 거절의) 답장은 착실하게 받고 있다.


어떤 곳들은 '채택된 원고에 한해서만 연락드립니다.'라는 문구를 명시하고 있어서 그래도 답을 주는 출판사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날마다 건강해져서 꾸준히 쓰고 있을 테니, 언젠가 더 좋은 인연으로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

크리스마스에는 <명경지수>라는 북카페에 가서 조용히 나를 채우는 시간을 가졌다. 원고 편집하랴, 투고할 출판사 리스트 업하랴, 생애 첫 출간기획서 만들고 수정하랴... 한 달 동안 즐거운 스트레스에 비명을 질렀는데. 모든 것을 쏟아내고 나니 허탈함이 밀려왔다. 수능 끝났을 때의 느낌이랄까. (수능 안 본 1인)

내 글 말고 읽고 싶었던 책들을 읽으며 신선한 자극도 받고, 다이어리를 쓰며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 계획도 짜보고 싶었다. 그래도 삶이 많이 안정돼서 계획도 세우고 전에 비하면 정말 감사한 일이다.


2주 만에 나간 성당 미사가 '성가정 축일'이어서 남편과 함께 은혜로웠고, 2025년을 정리하는 의미로 머리도 다듬었다.


대망의 1월 1일! 바다가 집 앞 3분 컷이라 7시 20분에 일어나 일출 보러 나갔다. 항상 기도할 때 자기 기도보다 나를 더 생각해 주는 남편 덕분에 항상 감동받는다. 남편의 기도는 온통 내 얘기밖에 없다. 오죽하면 내가

"여보. 여보 얘기도 좀 해." 하고 성화다.

무무가 착한 건 알았지만 부부가 되어 같이 살고 보니 이렇게까지 이타적인 사람인지는 몰랐는데. 진짜 결혼 잘한 것 같다. 항상 나도 더 잘해줘야지. 마음 먹지만 무무가 나에게 마음 써주고 배려하는 것에 비해서는 한참 모자란 느낌이다.


새해 첫날 아침에는 들깨미역국에 현미 떡을 넣고 떡국을 끓여 먹었다. 너무 맛있어서 떡국 안 먹는 나도 코 박고 국물까지 다 긁어먹었다. 인생 최고의 떡국이었다.


그리고 1월 1일 대축일 미사를 보러 성당에 다녀왔다. 항상 내 인생 중요한 순간에만 나오는 성체성가 '166번'이 나와서 영성체 하고 기도해야 하는데 펑펑 울어버렸다. 올해 남편도 나도 대운이 변하는데 뭔가 잘 될 것 같은 느낌 백배다. 하느님께는 송구스럽지만 그래도 그동안 고생하고, 잘 버텨온 거 다 아실 테니 대운에 희망을 거는 인간의 믿음도 기꺼이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신부님께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대신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라는 말로 인사 나누자고 해서 주변 분들과 웃으며 덕담을 주고받았다. 새해 복도 많이 받고, 복도 많이 짓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아무렴.




이제 슬슬 이사 준비를 하고, 다음 주에는 강릉에 있을 때 만날 사람들을 보기로 했다. 글을 쓰다가 고개만 들면 눈앞에 대관령 산자락이 펼쳐졌었는데. 이제 다시 아파트 숲으로 돌아간다. 거기도 그곳 나름의 장점이 있으니 강릉의 바다, 공기, 산, 호수, 새들과 즐거워하는 관광객들 모습... 다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조금만 그리워해야겠다.


'0'로 만들지 말자! 가 올해 목표 중에 하나라 영하의 날씨였지만 사천천을 따라 햇빛을 받으며 운동하고 왔다. 반신욕도, 아침저녁 책 읽기도, 경제 신문 정독이랑 재테크 공부도 매일 열심히 하고 있다. 요즘 듣는 강의에서 계속 '선택과 집중'이 나와서 나도 내 인생에서 꼭 가져가야 할 선택과 집중을 적어보았는데


1. 건강

2. 무무 + 가족들

3. 글쓰기 & 책 읽기

4.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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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순위가 이렇다. 강연자는 이 중에 하나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평생 건강에만 챙기며 사는 것도 정신건강에는 안 좋을 것 같아서. 건강을 기본으로 하되 가장 최우선순위로 삼고, 내 사람들과 잘 지내며 글 쓰고 책 읽는 일에 전심을 다하고 싶다. 그럼 언젠가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겠지. 그런 의미로 <강릉일기>로 발행될 오늘 이 글도 부지런히 써보았다.


강릉에서의 1년은 확실히 나의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돌아보니 올해가 암 판정을 받고 회사를 그만둔 지 딱 10년 되는 해여서 용기 있게 세상 밖으로 나가보고 싶었다. 이곳에서 남은 시간들 의미 있게 마무리하고 새로운 곳에서 새 출발 하고 싶다.


그리고 내년 1년간의 외국 생활!

유럽 가서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원 없이 글 쓸 수 있길. 으라차차!!!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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