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요리 - 먹는 게 전부다

잘 먹고 잘 살기의 근본

by 윤이나
나를 위한 밥상 차리기.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기.


우리는 살기 위해서 먹는다. 물론 가끔은 먹기 위해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다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일이지'라는 말은 모든 상황을 종결시키는 강력한 힘이 있고, 외국인들의 'How are you?'라는 인사처럼 '식사하셨어요?'가 이상하지 않은 게 우리나라다.


일전에 나는 브런치북 <꺼내먹어요 2>의 'To do list를 지우면 생기는 일'에서 삶을 단순화하기 위한 세 가지로 '요리, '운동', '글쓰기'를 꼽았다. 넘치는 의욕만큼 체력이 받쳐주지 않을 때는 꼭 필요한 일에만 에너지를 쓰는 게 최선이었다.


시집오기 전, 라면 물 맞추는 것도 어려웠던 나는 점심 저녁 모두 집에 와서 밥을 먹는 신랑 덕분에 요리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가면 다 하게 돼있어~"라는 엄마의 말은 틀린 게 아니었다. 발등에 불 떨어지니 어떻게든 밥상을 차려내야만 했다.


처음에는 유튜브와 요리 책의 도움으로 무아지경의 집밥 세계로 빠져들었다. 압력 밥솥 사용법, 주물 냄비에 솥밥 하는 법, 각종 재료 소분하는 법, 국간장, 진간장, 양조간장의 차이, 전복 손질하는 법, 조개 해감하는 법, 생굴 씻는 법, 다진 마늘 갈 때 지나치게 곱게 갈지 말 것 등등 배울 것들이 천지였다. 요리를 시작하며 매일 새로운 지식이 쏙쏙 적립되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의 살림 솜씨를 어깨너머로 배운 것이 빛을 발해 열심히 차려낸 음식들은 제법 맛도 있었다. 남편이 쌍따봉을 날리며 밥이며 국, 반찬 전부 남김없이 그릇을 비울 때면 그까짓 거 한 시간쯤 서 있는 건 대수롭지 않았다.


요리 초보시절에는 동영상 보면서 하나씩 따라 하느라 꽤 오랜 시간이 걸렸었는데, 결혼 삼 년 차에 접어든 지금은 화구 세 개를 동시에 조리하는 척척박사 되었다. 이쯤 되니 슬슬 욕심이 생겼다. 매일 똑같은 음식으로 돌아가는 패턴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메뉴도 개발해 보고, 외식하며 맛있었던 것들은 비슷하게 만들어 보았지만 무언가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그래서 봄학기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마크로비오틱(Macrobiotics)’ 요리 교실에 등록했다. 마크로비오틱이란 자연 그대로의 통곡물, 채소 중심의 식단을 기본으로 음양의 균형과 제철 식재료를 중시하는 식생활이다. 흔히 채식과 유사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완전 채식을 지향하지는 않으며 단순한 식단이라기보다 자연과 생명을 바라보는 관점을 포함한다.

쉽게 제철 작물을 뿌리부터 잎까지, 속살부터 껍질까지 남김없이 섭취하는 식사법을 지향하며 인간과 식물은 태어난 환경의 일부이기 때문에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먹거리를 최대한 활용한 요리를 만드는 것이다.


오늘은 그 첫 시간으로 '봄꽃 미나리 솥밥'과 '부추 소스를 올린 두부스테이크'를 만들어 보았다. 처음 만난 클래스메이트들과 함께 테이블에 하나에 옹기종기 모여 요리를 시작했다.

처음 보는 식용 꽃들이 단박에 시선을 끌었고, 봄에 먹으면 더 향기롭다는 부추, 봄나물의 대표주자로 달래와 미나리가 상에 올랐다. 강사님께 마크로비오틱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듣고, 오늘의 요리에 대한 소개와 조리법에 대해 배웠다.


드디어 실습 시간. 나란히 선 옆에 분과 짝꿍이 되어 사이좋게 쌀을 씻고 콩나물을 깔고 밥을 안쳤다. 감칠맛 담당 다시마도 한 장 슬며시 올려주고 그 사이 각종 나물들을 손질하고, 솥밥 안에 들어갈 붉고 깜찍한 래디시를 썰었다. 프라이팬 위에서는 네모 반듯하게 잘 생긴 두부가 익어가고 밥은 구수한 향기를 풍기며 수증기를 뿜어댔다.


선생님께서 직접 담근 집 간장을 공수해 주셔서 각종 채소들과 함께 양념장을 만들었다. 자고로 솥밥의 생명은 양념장, 스테이크에서 고기의 질만큼이나 중요한 것도 소스 아니겠는가? 공들여 만든 요리에 마지막 방점을 찍는 양념장을 맛보고 다들 "우와~" 탄성을 터트렸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솥밥에 양념장 슥슥 비벼 두부스테이크와 함께 밥 한 그릇을 뚝딱했다. 다들 벌써부터 다음 주가 기다려진다며 부푼 기대 속에 첫 수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굴솥밥, 차돌솥밥, 바지락솥밥... 솥밥을 해 먹긴 했지만 콩나물과 미나리, 래디시 그리고 식용 꽃으로 장식한 솥밥은 처음이었다. 두부의 경우 주로 데쳐서 두부 김치로 만들어 먹었는데, 소스를 따로 올린 두부 스테이크도 근사한 맛이 났다.




그런 의미에서 <오 마이 갓생 30일 프로젝트> 요리편의 도전 과제는 '새로운 요리 배우기'와 '나를 위한 밥상 차리기'로 정했다. 혼자 먹을 때는 아무래도 가볍게 때우는 느낌이라 나만을 위해서도 정갈한 한 상을 차려보고 싶다.


건강을 신경 써야 하는 나를 위해서도, 위가 약한 남편을 위해서라도 음식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먹는 걸로 못 고치는 병은 없다'는 말도 있고, 다이어트할 때 역시 운동보다 식단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하지 않는가. 꼭 유기농 재료가 아니더라도 좋다. '제철'과 '산지'는 진리요 정답이다. 축복처럼 쏟아져 내리는 봄나물들의 향연과 제철 맞은 바지락과 주꾸미도 놓치지 말아야겠다.


인생 별 거 없다. 잘 먹고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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