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독서 - 가장 확실한 인풋

책 속에 길이 있다

by 윤이나
하루 15분 책 읽기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항상 서점으로 달려가는 습성이 있다. 대학생 때는 종로의 대형 서점이, 직장인이 된 후에는 화문 교보문고가 나의 피난처였다. 눈에 보이는 아무 책이나 펼쳐 읽으면 신기하게도 그곳에는 내가 찾는 문제의 정답이 숨어 있었다. 한바탕 서점에 앉아 이 책, 저 책 읽고 나면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었다.


새 보금자리로 이사한 후 꾸준히 글을 썼다. 정기검진이나 여행 등 집을 비웠을 때를 제외하고는 열심히 창작열을 불태웠다. 좋아하는 일을 더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계속 쓸수록 어딘가 고갈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새로운 자극, 신선한 지적 충족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강릉 문화원 강의에서 만난 황동규 시인은 '사람'에게서 영감을 얻는다는데, 나는 자연 속에 있을 때 그리고 책을 볼 때 말간 심상들이 샘솟았다.



그래서 정한 갓생살이 프로젝트 네 번째는 '독서'다. 하루에 최소 15분 책과 함께하는 시간이 마음의 정화나 글을 쓰는 일에 선순환이 된다면 좋겠다. 소장하고 있던 책 한 권과 도서관에서 빌려온 네 권을 더해 다섯 권을 읽어보기로 했다.


박완서 작가의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는 전에 사두고 아직 읽지 못했던 책이다. 박완서 작가의 글은 기품이 있고 탄탄하다.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히지만 탁 하고 책을 덮는 순간 마음에 훈훈한 온기를 불어넣어 준다. 내가 사는 지금 이 세상과 선생님이 겪은 시대상에는 분명 다르지만 그런 경험들을 넘어서 그녀가 쓴 글처럼 따뜻하고 사람 냄새나는 글, 오래가는 글을 쓰고 것이 나의 꿈이다. 다른 책들은 대출해서 보거나 읽고 정리해 버려도, 박완서 작가의 책은 전부 소장하고 있다. 에세이와 소설로 낸 전집은 생일날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로 건네기도 했었다.

폴 김의 <오늘 당신은 어떤 용기를 내었는가>와 <성난 파도 다스리기>, <괜찮은 어른이 된다는 것>, <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는 대여한 책들이다. 사실 게이버 메이트 교수의 책을 빌리려고 갔다가 옆에 있던 다른 책들도 함께 데려왔다. <오늘 당신은 어떤 용기를 내었는가>는 제목도 마음에 들었지만 내용이 상당히 알차 금세 읽고 필사까지 완료했다. 가끔 이렇게 얻어걸리는(?) 좋은 책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도서관에 가는 장점이기도 하다.

나는 자기 계발서나 처세서를 읽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는 편이라 필요할 때 적극적으로 찾아서 본다. 때로는 사람들의 조언보다 뼈 있는 말들이 그곳에 담겨있었다. 마음이 너무 지쳤을 때 "이거 해라, 저거 해라."라는 식의 교과서적인 글을 읽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누군가의 사상이나 철학을 쉬운 일화로 녹여낸 책은 위로와 공감이 되었다.




독서 습관 중 고치고 싶은 부분도 있다. 그것은 바로 '책 편식'과 '어려운 책 미루기'.

에세이, 수필과 같은 산문, 시집, 묵상집, 건강 서적을 주로 읽다 보니 경제 경영, 자연 과학, 역사나 예술 등 다른 분야의 책들은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 사나 예술은 그래도 나은데 사회과학 쪽은 영 관심이 없다. 이 분야는 남편이 탐독하고 있으니 무무 담당으로 슬쩍 미뤄두고 있다. '각자 관심 있는 분야, 잘하는 분야의 세계관을 합치면 되니까.' 하는 생각도 있는 것 같다.


또 다른 특징은 기존에 소장한 책들을 보기보다 신간 도서,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에 자주 시선을 빼앗기는 탓에 책꽂이에 책들 중 절반은 새것 그대로다.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박경리 작가의 <토지>는 몇 년째 최상 등급의 품질을 자랑하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고전 명작이나 대하소설에 도전해보고 싶지만, 등장인물이 계속 추가되어 가계도를 찾아가며 읽다 보면 정신이 항상 다른 곳으로 갔다. 최인호 작가의 <상도>가 내가 읽은 최장편 소설이다. 언젠가 아주 천천히라도 좋으니 집에 있는 문학 전집이나 <토지>, <삼국지> 같은 책들도 읽어볼 수 있기를 다짐한다.



목표는 언제나 다짐에서 시작한다. 다짐만 하다 끝날 때도 있고, 작심삼일을 반복하다 마무리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도전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픈 마음 하나는 선명했다.

글 쓰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혼자서 오래 하기에는 무료함이 찾아왔다. 그래서 요즘 나는 브런치에 글도 올리고,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며 소통도 하고, 독서 모임에도 참여한다. 근본은 유지하되 살짝씩 주는 변주가 글쓰기와 독서 생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이라는 말처럼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헤아려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 대단한 독서가가 되는 일도, 훌륭한 책을 쓰는 작가가 되는 꿈도 다 좋지만 먼저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 책을 통해 견문을 넓히고 마음을 닦아 글을 쓰는 일. 분명 지금 하는 작은 노력들이 모여 내 삶의 '선순환'이 될 거라고 믿는다.


인생책 추천 -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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