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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니 Dec 29. 2015

300일간의 세계 일주 : 시작하며

여행만큼 여행 계획이 좋은 계획 덕후가 시작하는 브런치

다들 시작은 무작정이다. 떠나는 것은 아무 이유가 없다. 다시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거나,  위로받기 위해 떠난다거나 나는 그런 말 별로 안 믿는다. 사랑에 빠진 것처럼 인력으로 어쩔 수 없어 떠나고, 사랑이 끝날 때처럼 인력과 상관없이 다시 원래 발 디딘 곳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마음이 방방 뜰 수도, 목이 좀 메일 수도, 가눌 수 없이 견디기 힘들 수도 있지만 그건 그저 따라오는 감정일 뿐, 떠나고 돌아오고의 이유는 되지 않는다. 어쨌든 우리의 여행에는 이유도 까닭도 의미도 없다. 그냥 그렇게 우리는 여행하도록 만들어졌으니.


식욕이 남달라 맛집 정보만 보면 '좋아요'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료 먹듯 생명부지를 위해 음식을 섭취하는 사람도 있다. 여행도 하나의 욕구라면 나의 경우는 아주 강한 '여행욕'을 가지고 있다. 취미는 구글맵 보기, 가끔 세계 날씨 검색하기. 평면으로 된 세계지도는 단순하면 단순할수록 좋다. 선과 면과 기호가 모든 걸 상상하게 해준다. 돈이 좀 모이면 그 평면을 실제로 경험하러 떠난다. 습한 공기도, 비릿한 냄새도, 따뜻한 바람도 기억으로 꼭꼭 저장한다. 지도를 펼치면 다시  그곳이 재생될 수 있도록. 언제라도 훌쩍 떠날 수 있게 짐은 가볍게, 몸은 피로해도 한 걸음이라도 더. 나와 타인과 세상을 규정짓지 않고 무한히 받아들일 수 있게. 나의 여행은 그렇게 되길 바라고, 여행이 나를 그렇게 만들고 있다. 인생을 이방인처럼 살고 있다. 정말로.


좀 더 큰 세상, 조금 다른 세상을 만나려면, 단순하다. 여행을 가면 된다. 더 많은 곳을, 더 오래 머물면 된다. 그래서 시작한다. 300일간의 세계 일주를. 아니 300일간의 세계 일주를 위한 일주를. 즉흥으로 시작해 흐지부지로 끝내는 내가 유일하게 잘 세우고 잘 지키는 계획인 여행 계획. 어쩌면 진짜 갈지도 모르는 세계 여행을 위해서. 하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행 계획 자체가 재밌다. 정말로!


이 브런치는 세계 여행을 다녀온 기록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세계 여행을 위한 세계 일주 계획 브런치이며, 앞으로 물리적, 심리적으로 여행을 위해 필요하다 생각하는 모든 준비 사항을 기록할 것이다. 발행 후에도 수정사항이 있으면 다른 공지 없이 수정할 생각이다.



*이미지와 아이디어의 저작권은 발행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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