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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니 Mar 27. 2019

그는 독일에서 온 것이 분명해.

Fritzel’s European Jazz pub

낮에도 지나간 거리다. 그런데 그때와는 사뭇 다른 인상. 거래처 사람을 퇴근 후 우연히 홍대 힙합 클럽에서 만난 기분이 이런 걸까?


-우리 아까 여기 지나갔지?

-응

-거리 이름이 뭐더라...

-(‘그런 건 니가 직접 찾아’라고 눈치를 주지는 않는 인규) 여기가 버본 스트리트잖아.

-아! 버본 스트리트지.


다시 만난 버본 스트리트는 재즈를 베이스로 하고 사람들을 아낌없이 넣고 흔들어 그 위에 현란한 조명을 가니쉬 한 달콤하고 끈적한 칵테일 같았다.


-버본 스트리트에서 유명한 재즈 펍이야.


홍대에서  ‘맛테나’를 뽐내던 인규는, 이번 여행에선 어쩐지 ‘멋테나’까지 장착했다. 그의 정보와 감을 믿고 들어간 곳은 100% 좋았다.  그런데 시차도 안 맞는 상태에서 하루 종일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길에 감을 떨어뜨린 건가. 이끄는 곳에는 낡고 좁은 초록색 문과 그 문만큼 좁아 보이는 가게가 있을 뿐이었다. 문만큼 오래되진 않았지만 역시 오래된 간판에는 ‘Fritzel’s’라고 크게 쓰여  있었고, 그 밑에 수줍게 EUROPEAN JAZZ PUB이라고 쓰여 있다. 유러피안 재즈 펍이란 무엇인가? 재즈는 본디 미국의  음악이거늘, 이 어찌 요상하다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것은 마치 연남동에서 일본식 한국 가정식을 파는 것 같은 행태가 아닌가(실제로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유럽 대륙식 재즈를 선보인다는 것일까. 아, 혹시 펍의 메뉴가 유럽식?(그렇다면 안주는  영국식은 아니었으면 한다), 그것도 아니면 연주자가 유럽인인가? 여러 생각들을 뒤로하고 들어간 펍. 혹시나 공연을 볼 때 자리가  없을까 봐 조금 일찍 왔는데, 휑하다. 그래 영업시간에 딱 맞춰오면 실례지, 그치?


실내는  폭이 좁으나 안으로 길다. 그 끝에 아주 작은 무대(정말로 작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가 있는데 오른편엔 피아노가 붙어  있고, 뒤쪽엔 드럼 세트가 있다.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관악기 연주자가 앉을 것 같다. 베이스가 만약 무대에 선다면 숨만 크게 쉬어도 떨어질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무대 바로 앞에, 정말로 과장이 아닌 바로 앞에, 네 명이 나란히 앉을 수 있는 긴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다. 그 자리야말로 명당자리였으나, 우리보다도 일찍 온 얼뜨기 관광객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를 뒤로하고, 피아니스트의 뒷모습이 보이는 사이드 좌석에 앉아서 맥주를 시켰다.


이곳은  따로 공연료가 없는 대신에 맥주를 비롯한 음료를 계속 시켜야 한다. 물론 필수는 아니지만, 맥주가 한 모금쯤 남으면 귀신같이 알고  서버가 나타나서는 “more drink?”라고 묻기 때문이다. 가끔 됐다고 손짓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인간적으로 그러지는 말기로 하자. 음료 값을 좀 아끼고 싶다면 맥주를 좀 천천히 마셔도 될 것 같지만 사실 그게 쉽지가 않다. 일단 공연이 너무 훌륭해 술이 술술 들어가며, 무엇보다도 맥주가 정말 맛있기 때문이다!(뉴올리언스의 맥주에 대해서는 다시 이야기하게 될 것 같다)


우리가  처음 간 날의 무대는 리처드 스콧. 프릿츨의 간판 스타인 스콧은 피아니스트로 주로 솔로 공연보다는 트럼펫이나 클라리넷 연주자와  협업 무대를 많이 보여주는 연주자다. 그날은 피아니스트의 단독 무대였는데, 잘 알려진 레퍼토리부터 자작곡까지 야무지게 들려주어 재즈  초심자인 나에겐 정말 딱이었다. 레퍼토리야 아무렴 어떨까, 피아노 멜로디가 춤추고 심장박동보다 빠른 드럼 연주에, 내 몸속 어딘가 있는 깊은 무엇의 바닥을 건드리는 듯한 베이스의 떨림이 있는데, 그것도 바로 코 앞에서.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맥주가 맛있다! 채워지지 않을 것 같은 객석은 어느새 가득 찼고, 몇 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공연이 끝나고 난 뒤, 우리는 진부한 노래 가사처럼 술에 취해 음악에 취해 문을 나설 수 있었다. 며칠이 지난 뒤에도 여운이 가시지 않아 길지 않은 여행 일정 중에 한 번  더 들렀고, 그때는 맨 앞자리를 당당히 차지해 피아니스트(이번엔 다른 사람)가 내뿜는 시가 연기를 향기롭게 맡았다나 뭐라나.


그나저나 이 곳은 왜 프릿츨 유러피안 재즈 펍이란 이름을 갖게 된 걸까. 유럽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던 건 무대 여기저기 뜬금없이  걸려있었던 만국기뿐이었는데 말이다. 뮤지컬 레전드 파크에서 우연히 만나서 여행 중 종종 동행을 했던 스위스인 친구 로만은 여러 번  이런 말을 했다. “프릿츨은 독일에서 온 게 분명해. 그 이름은 독일인의 이름이거든.” 홈페이지에서도, 구글링으로도 ‘프릿츨’이 누구인지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프릿츨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럼에도 프릿츨은 독일에서 뉴올리언스로  건너와 재즈와 사랑에 빠지게 된 사람이라는 상상은 달콤하기만 하다. 왜 이 곳이 프릿츨인지, 그리고 유러피안 재즈 펍인지 혹시 아시는 분?


폭은 좁고 긴 프릿츨 재즈 펍의 실내
작지만 있을 것은 다 있는 무대



Fritzel's European Jazz Pub

www.fritzelsjazz.net

733 Bourbon St. New Orleans, LA 70116

(504) 586-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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