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광고홍보학과 4학년 2학기 재학 중인 저는 크롬 애드블록과 삼성인터넷 유니콘, 그리고 유튜브 프리미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모두 광고를 차단하는 프로그램)
※주의
우리나라에는 66개 정도의 광고·홍보 계열 학과가 있고(2019년 기준), 매년 다양한 학생들이 이 학과에 진학합니다. 이 글에 나오는 광고홍보학과에 대한 경험은 제 개인적인 것이며, 특정 집단을 대변하거나 대표하지 않습니다.
(광고)를 공부한다는 것
(광고)라는 문구가 제목 앞에 붙어 있는 메일이나 PUSH알람은 믿고 거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도 그중 하나입니다.) 누군가는 유튜브 광고나 모바일게임에 노출되는 광고가 새로운 형태의 세금이라고도 말하기도 하고, 엄마 아빠 세대는 아직도 TV광고를 '선전'이라고 합니다. 광고라는 단어는 참 부정적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광고'를 공부하는 학과가 있습니다. 광고홍보학과, 언론홍보학과, 광고PR학과, 광고사진학과, 그리고 미디어광고학과 등등..
저는 2014년부터 동의대학교 광고홍보학과에서 공부했습니다. 제 지도교수님의 말에 따르면, 광고홍보학과에서는 광고, 홍보, PR, 판촉 그리고 인적판매 등 4P 중 Promtion 하위 개념을 중심으로 마케팅 전반을 배우기 때문에 마케팅커뮤케이션학과, 혹은 마콤(MarCom)학과라고 부르는 게 더 적절하다고 합니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를 양성하는 곳
무엇을 배우는지 모두 나열하면 글이 노잼이 될 것이기 때문에, 무엇을 배우지 않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이것도 노잼일 것 같지만..)
로고(or심볼) 만드는 법을 배우지 않습니다
저도 광고홍보학과에 진학하기 전에, 아니 진학하고도 한동안은 오해한 부분인데요. 로고 만드는 방법을 전공수업 시간에 배우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들었던 로고들 / 왼쪽부터 광고학개론 팀 '판다', 광고학회 'DEAD', 2014년 동의대 광고학술제 'DNA'
물론 광고홍보학 전공자가 만들 수 없는 건 아닙니다만, 전공시간에는 '로고와 심볼이라는 것이 있다. 그건 브랜드 미션(Mission)과 비전(Vision) 그리고 브랜드아이덴티티(BI)에 기초해 만들어야 한다'정도만 배웁니다.(3학년 때) 로고나 심볼에 대해 깊이 배우고 싶은 분은 광고홍보학과보다는 마케팅 전반을 배우는 MBA(경영학 석사)나 디자인 관점이 필요한 분야이기에 디자인(특히 시각디자인)학과에 진학하시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뇌피셜이니 더 찾아보세용..)
광고홍보학과에서는 기업이 처한 문제(대부분 돈 관련)를 마케팅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현상과 문제를 분리해 해결할 수 있는 진짜 문제를 찾고 목표를 설정하고 한정된 자원을 최적으로 배분해 해결하는 '기획'을 배웁니다. 그 과정에서 개념(Concept)이나 세계관을 만들거나, 카피를 쓰거나, 보도자료와 사보를 만드는 연습을 하기도 합니다.
포토샵과 영상편집을 배우지 않습니다(PPT도)
광고홍보학과 선후배 동기들을 만나면, 많은 사람들이 포토샵이나 영상편집을 할 줄 몰라 걱정이 많은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그런데 광고홍보학과 커리큘럼에는 포토샵과 영상편집이 없습니다.(최근엔 생기기도 합니다만..) 광고홍보학과생인데 이것들을 할 줄 안다면, 독학했거나 학원을 다녔거나 선배들에게 야매로 배운 것일 겁니다.
그러니 포토샵 좀 해달라고 하지 마세요.(ㅠㅠ, 누끼도 딸 줄 모릅니다..) 영상편집 좀 해달라고 하지마세요.(이건 할 줄 알지만, 고된 노동이라 안 해줄 겁니다.)
세상에서 광고와 마케팅이라는 단어는 '사기'와 비슷한 의미로 쓰입니다. 하지만 광고홍보학과에서는 사람을 속이도록 배우지 않습니다.
물론 사람의 생각과 행동의 과정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는지는 배웁니다.만 그 목표는 소비자, 고객, 또는 사용자라고 불리는 사람의 '만족'입니다.(기만이 아니라) 속이는 게 아니라 설득하는 것이고요.
마케팅커뮤니케이션은 칼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칼이라는 도구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지만, 사람을 살리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요. (사실 저는 아직도 마케팅과 사기의 차이를 말하라고 하면 적확하게 대답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을 (커리큘럼 내에서) 배우지 않습니다.
광고홍보학과 4년 8학기 커리큘럼을 요약하면, (졸업장을 따면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된다기보다는)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분야는 대략 이러이러한 요소로 이루어져 있고, 이런 거 공부하면 도움이 될 거야.. 열심히 해!..'정도인 것 같습니다.
열심히 해야겠네요.
광고홍보학과의 미래
전통적인 '마케팅'은 세계대전 이후 수요가 공급을 압도적으로 넘는 상황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공급이 수요보다 압도적으로 많아진 현재 '탈대량'시대에, 정보를 기업이 독점하던 과거와 달리 현재 기업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고객이 있는 '정보화'시대에, 과연 기존의 광고홍보학과 커리큘럼으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배우는 것이 맞나?라는 의문은 학생뿐아니라 교수님이나 현업에 계신 분들도 공감하고, 고민하고, 변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잘 구분하고 합리적으로 변화해, 제가 학위를 받을 전공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게 노력해주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