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북부 치앙마이 일대에 대한 이야기와, 중국, 미얀마, 타일랜드, 라오스, 베트남 등지에 국경을 맞대고 살다, 가난과 군부 독재를 견디다 못해 남의 나라 국경을 넘어온 수많은 소수 민족들에 대한 기행
“싸와디 캅”
두 손을 공손하게 모으고 환한 웃음 띤 얼굴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사를 하는 사람들, 란나 왕국ranna kingdom의 후예들이 황금 붓다문명을 이루며 유난히 선이 아름다운 압살라춤을 추는 나라. 평균 1,000미터가 넘는 고지 산모퉁이 돌 때마다 10여 가구, 20여 가구의 마을이 나타나는 깊은 산골.
옛 우리네 시골처럼 아이들 소리 요란한 젊은 시골,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맨 먼저 흙에 코를 들이밀며 먹이를 찾는 돼지가 반긴다. 밤이 이슥해지면 도요타 미니트럭에 등이 휘어지도록 깔람삐(양배추)을 싣고 굽이굽이 첩첩산중을 돌아나가, 새벽 치앙마이 시장에서 경매를 보고 돌아오는 몽족들.
난민을 인정하지 않지만 그들을 보듬고 사는 나라, 한 번도 외세 침략을 받지 않은, 푸미폰 국왕의 포옹력으로 유지되어온 나라, 이름도 다 알 수 없는 <카렌/깔리양 빠가요/카얀, 몽/메오, 타이야이/샨족, 리수/리서, 라후/무써, 란나/콘무앙, 아카/이고/이꺼, 찐china, 미엔/야오> 등과 같은 소수민족들이 서로 어우러져 오순도순 산다.
미얀마와 중국 등에서 가난과 독재를 피해 야음을 틈 타, 자고 있던 아이들을 깨워, 검문소 마다 돈을 주며 몇 개의 산을 넘어온 사람들. 깎아지를 듯한 산비탈을 화전火田하고 옥토로 만들어 아시아 쌀 수출국 1위에 기여한 사람들. 그러면 타이정부에서도 슬쩍 못 본 척 눈감아 주며 국민들과 다른 주민증을 주어, 학교와 기본의료 등을 지원해 주는 나라.
장개석의 부름을 기다리며 중국 국경을 따라 모여 살던 국민당 용병들은 조국을 원망하며 하나 둘 이 세상을 떠나고, 2, 3대 후예들은 소수민족이 되어 그 지역을 상권을 장악하여 차이나 피플China people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세계적 마약왕 쿤사가 미얀마와 타이, 라오스, 중국의 국경을 따라 활개를 쳤던 루트, <골든 트라이앵글>, 지금도 소수민족 어느 집에서는 띄엄띄엄 마리화나을 피우고 있다는 나라.
치앙마이 출신 신부를 얻은 푸미폰 국왕이 그들을 어여삐 여겨 마약 대신 커피를 심으라고 대대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해 주어, 신의 반열로 추앙되어 사찰마다 부처님 상 옆에 같이 진열되어 있다. ,
그 나라에 가시려거든,
부디 한국에서의 욕심 벗어놓고 어린 아이처럼 순수해져 가면 좋겠다. 만나는 사람마다 선하게 두 손을 모우고 “싸와디 캅”을 연발하며, 의기가 통하며 어깨동무라도 하고 1,200원 짜리 쌀국수를 한 그릇 선뜻 대접하며, 땅값이 얼마나 올랐느니, 신의 직장이니, 너는 철밥통이니 좋겠다는 그런 이야기 말고, 산등성이 넘어온 바람처럼 그런 시원한 이야기들을 나누면 좋겠다.
국적과 종교를 초월한 그런 말들로 한밤을 세워보면 어떨까? 그러다 못내 아쉬워지면 1층에서는 밤새 돼지 울음소리 나는 허름한 그의 2층으로 된 나무집으로 올라가 매캐한 모깃불 내음 맡으며 하룻밤 같이 유숙해도 좋겠다. 부엌바닥에 불을 피우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밥을 해먹던 먼 옛날, 고향 같던 그 시간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