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실명된다고요! 1

by 윤재훈

백내장, 실명된다고요! 1

“시각의 문이 깨끗해지면, 모든 사물은 있는 그대로 자신의 영원한 모습을 인간에게 드러낼 것이다.”
—윌리엄 블레이크

얼마나 됐을까, 눈이 점점 보이지 않게 된 것이, 6개월, 8개월 어느 날부턴가 점점 눈 앞에 안개가 낀 것처럼 희뿌해져 오더니 이제는 글자가 보이지 않는다. 간판에 써 있는 밝고 큰 글자도 영 보이지가 않는다. 물체들의 윤곽만 희뿌옇게 보일 뿐이다.
공포가 밀려온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과거의 사람들은 얼마나 더 공포스러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있다가 어느 날 앞에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된다는 것이, 어판장에 뒹구는 동태 눈깔처럼 허옇게 백테가 끼고, 다시는 앞을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이, 그리고 멀지 않아 한 쪽 눈마저 그렇게 된다는 것이, 이제 평생 장애자가 되어 예전의 사람들과 만날 수도, 그렇게 함께 앉아 활기찬 웃음도 지을 수도 없다는 것이, 평생 음지 속에 홀로 울음 속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이제 마음대로 혼자 걷을 수도 없고, 걷다가 넘어지면 뼈가 부러지기도, 피를 흘리기도 하고, 갈수록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갈 것이다. 한 번뿐인 생을 완전히 포기 할 것만 같다. 더러는 자살한 사람들도 생길 것 같다.

생각할수록 끔직하기만 하다. 그런데 수술로 다시 좋아질 수 있다고 한다. 약 2, 30여분의 수술로, 다시 광명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세상의 그 아름다운 빛들을 다시 볼 수 있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삶의 질을 상하지 않고 예전처럼 다시 그렇게 살 수 있다고 하니 말이다. 이보다 더 위안이 되는 말이 있겠는가.
지금은 비록 한 쪽 눈이 길을 걷거나, 자전거를 탈 때, 거의 보이지 않지만, 수술만 받으면 좋아진다고 하니, 그것도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광명을 찾았다고 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으니.
평소에 의사들을 인간적으로 아주 신뢰하지는 않았지만, 의학의 눈부신 발전이, 이렇게 의술이 발달한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모른다. 세계의 절반이, 아니 3분의 2 가량이 이런 혜택을 못받고 눈이 멀어져 간다고 하는데.

백내장 수술을 앞두고 희뿌연 눈을 들어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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