찹쌀을 믹서에 갈았더니
곱지가 않네요.
손에 막 달라 붙어
새알을 때느라 혼났어요
솥에 눌러붙지 않게 한참을 저으니
자식들 오글거리며 방에 모여
있는 것 같아요
엄마는 빨리 끓여서
허기진 아이들 뱃 속을
채워 주어야 했어요
부뚜막에 큼직한 싱건지와 함께
일요일 아침,
붉은 김장김치에
팥죽을 맛나게 먹었어요
동짓날 엄마와 새알을 만들던
추억이 떠올라 애잔해 지네요
시골 대청에서 하얗게 얼어붙은
새알을 몰래 파먹던 추억도 따라오네요
마땅한 간식거리가 없던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골
붉은 새알죽을 보니
고향마을이 그 안에 들어 있네요
ㅡ동짓죽 한 그릇/윤재훈